소설리스트

〈 3화 〉방송 한달째(3) (3/143)



〈 3화 〉방송 한달째(3)

여덟 명이 끝이 아니었다.

점차 늘어나더니 11명, 그리고 끝내 21명을 달성해버리고는 멈춰선 시청자의 숫자를 얼떨떨하게 쳐다보고 있자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미안해내가미안해내가미안해내가미안해내가미안해


[ㅇㅇ님이 2,000원 후원]
미안해!

이렇게 까지 채팅이 활발했던 적이 있던가?


방송최초였다!


심지어 방송 최초 도네이션까지!

“아, 아니,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셔도 뭐가 뭔지...?”

갑작스레 늘어난 시청자수에 기쁘기보단 당황스럽다.


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이성적인 사고를 못하고 있는 사이에도 두 명이 더 들어 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미안하다는 도배.

“여러분, 지,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차분하게! 차분하게!”

상황을 알아야 진정을 시키던 내보내던, 아니면 유쾌하게 받아넘기던가 하지, 이런 식의 시청자는 괴로울 뿐이었다.

손과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했다, 심호흡하며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역부족.


“그으... 여러분”

[잼민이척결 님이 3,900원 후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어, 어? 390원... 아니, 3900원 가, 감사해요...?"


갑작스러운 영상후원.

이 사태와 관련있는걸까.
조심스럽게 영상을 확인해보자 채팅창이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잠시만요!

채팅을 구독자 전용으로 돌려버리고는 영상을 확인했다.


대략적으로 30초 정도의 짧은 영상.


“아, 잼민이님 5,900원 감사 합니다-컨텐츠 도둑잡음..?”

미성의 남자는 도네이션을 받고는 감사인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누군지 아주  알고 있었다.

적갈색 헤어의 미중년을 오너캐릭터로 사용하는 사람.

드래곤이라는 유치한 닉네임을 쓰면서도 방송 평균시청자 최소 3000명이상을 유지하는 스트리머.


나이가 30대 후반이라는 것 때문에 아재라고 불리는 사람.

방금 전, 어떠한 시청자가 ‘드재’라고 불렀던 사람.


그 사람이었다.

“이게 뭐...”

지?


순간이었다.
영상  영상도네이션에는 내 방송화면이 잡혔고, 이내 채팅하나가 올라갔다.

영상속의 영상이라 채팅의 내용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이미 드재가 먼저 했는데 창의성도 없이 남의 컨텐츠 뺏어서 쓰는거 안부끄럽나? ㅉㅉ’

사실 나도 그 말이 조금은 찔려서 아팠던 것이었는데 영상  스트리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개 씨발 새끼가, 남의 방송가서 저 지랄하지 말라고 몇 번을 쳐 말해, 개 좆같은 새끼가 진짜, 내가 느그 같은 새끼들 때문에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 개새끼들아!”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의 향연.


하지만 아직도 화가 식지 않은  드래곤의 급발진은 멈추지 않았다.

“스토리 감상이 시발 내 고유 컨텐츠도 아닌데, 시발 다른 분들이 스토리 감상한다고만 하면 저 지랄이네 개좆같은 새끼들, 또또 시발 이렇게 말하면 열매위키에 드래곤, 사건사고 논란 이지랄로 적히겠지, 니새끼는 밴이야 시발놈아”


숨이 찬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욕설을 이어가는 드래곤님의 모습.

"이딴거 올려놓고는 지가 뭐라도 되는양 자랑스러워 할꺼 상상하니 역겨워 뒤지겠네"

“어...음...”

할말이 없다.
생판 남이 나를 위해서 화를 내준다니.


아니, 물론 나를 위한건 아니고 시청자의 일탈에 화가 나신 거겠지만.


솔직히 조금 뭉클했다.

“그, 여러분이 뭐때문에 그러시는지는 잘알겠어요! 사과는 다 잘 들었고...   났으니까 괜찮아요!”

손등을 긁으며 구독자 전용 채팅을 해제하자 다시 시작된 도배.


“계속 도배하시면 밴할꺼에요!”

도배는 멈췄지만 시청자수의 변동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은데?

흘깃 체크하니 무려 31명!


“헙...!”


숨을 헛들이켰다.
이렇게 많은 시청자는 처음이다!

“케,케켁!”

순간적으로 눈물이 찔끔 흘러내려 물로 목을 축이고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 제 방송을 봐주셔서 너무너무감사한데, 그, 제 방송 진짜 재미없거든요...?”

-스스로 방송재미없다고 고백하는 스트리머가 있다?
-아ㅋㅋ 방송재미없으니까 나가라고ㅋㅋㅋㅋ


“아니, 아...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이 스트리머 귀엽다...
-너두?


조금 낯선 채팅이 지나갔지만 무시하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방금 전 까지는 정신없어서 와닿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하여 조금 더 예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음 속으로 몇번이고 같은 대사를 반복 해보았지만, 이내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져서 그만 두었다.

"음음...!"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보자.


 잘못은 아니다.
시청자분들의 잘못도 아니다.

아무도 잘못 한 것이 없었다.

그러면 신경 안써도 되는  아닐까?


나 자신이 내린 답이 마음에 들어 고개를 몇번 끄덕끄덕.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서 조금 늦어버렸지만 이제 본래하려던 게임을  시간이었다.

“뭐,  됐어요.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오늘 할 게임은...!”

-드재다!
-찐?
-진짜네
-찐?
-드하


 무슨 일이야?

“게임 한번하기 힘드네요...”

인상을 찌푸리고는 갑작스럽게 쭉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봤다.

또 도배일까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

그러면 뭐지...?


드래곤 : 혹시 괜찮으시다면 합방 한 번 같이 해볼래요?

갑작스러운 대기업의 합방요청이 들어왔다.

합방?

합방이라고?

내가 지금 잘못 본거겠지?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봐도 채팅은 그대로였다.

그럼 이게 진짜라고?

방송한지 이제 막  달된 하꼬인 내가 대기업과 합방을?

나는 이 상황에서 해야할 일을 아주  알고 있었다.

“그, 신종사기법인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올  없지 않는가.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을 노려봤다.

이미 닉네임을 눌러서 본인인 것은 확인 했지만 많은 사기를 당해봤고, 그렇기에 이 믿을  없는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얼마 전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랬다.

이유 없는 호의란 없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는.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되었지만 나는 진지했고, 드래곤이라는 닉네임이 집중했다.

드래곤 : 혹시 디코가능하신가요?

“어.. 네 가능하긴 해요.”

정말 본인일까?

그렇다면 왜 나따위에게 합방을 제안하는거지?

드래곤님이라면 나를 대신할  많은 스트리머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나를?

혹시 해킹이라도 당하신거 아닐까?


누군가는 나를 보고 피해망상이나 의심병 말기라 손가락질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없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만큼 대기업 스트리머가 시청자의 사소한 일탈에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하며 합방제의 까지 하는 지금의 상황은 너무 현실성 없었다.


귓속말로 서로의 디스코드 아이디를 확인했고 친구추가후, 통화를 받자 이내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가 흔한 편은 아니라고 자부하는데 이정도면 본인인증  거 아닐까요?”

드래곤 님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짜 드래곤

다만 들려오는 말에 뼈가 있었다.

화나셨나?

그렇지만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다.

화가 나신 것 같진 않았고, 오히려 웃음기가 섞여있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의심부터 한 것은 분명  잘못이었고 그렇기에 책상에 머리를 ‘쾅!’박으며 사과를 표했다.

골이 조금 울리고, 충격을 받은 책상위에 놓인 컵이 흔들렸다.

“끕!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조금 당황하신건지 말을 더듬으셨지만 하하, 웃어 보이기까지 하신다.

천사인가?

쓰라린 이마를 쓰다듬으며 시청자수를 체크하자 100명이 넘어간다.

아마 드래곤님의 방에 있던 시청자들이 넘어온 모양.

“안녕하세요...!”

“인사는 아까하시지 않았나요?”

“아앗...”

당황해서 손꼼지락 거리며 얼어있자 드래곤이 상냥하게 말을 건네줬다.

“어쨋든 제가 시청자관리를 못한 것도 있으니, 제족에서 사과를 드리면 드렸지 받을 입장은 아니에요, 말씀 편하게하세요.”

진짜 상냥하다.

이렇게 까지 상냥한 사람은 내 인생에 있어서 5번째쯤 위치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상냥하다.

참고로 첫 번째는 엄마,  번째는 아빠,  번째랑  번째는 사기꾼이었다.

나는 손목을 쓰다듬으며 웅얼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큼큼... 괜찮아요! 솔직히 찔리기도 했고...”

“아니, 그딴 병신새끼 말에 휘둘리지 마십쇼, 제 전용 컨텐츠라면 모를까, 스토리를 보는 것이 제 전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갑작스러운 욕설에 놀랐지만 그 욕설이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안도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까지 신경써주는 걸까.

잠시 고민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안들리도록 작게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몇번 달싹였다.

가만히 냅두면 몇시간이고 욕을 하실 것 같으니 대화 방향을 살짝 틀어야겠지.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하는 욕일지라도 그것을 몇 시간이고 듣고 있으면 정신나가지 않겠는가

“그으...합방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아, 맞다. 제가 지금 사람들 모아서 하는 컨텐츠가 하나있는데, 빌어먹을 것이 하기 싫다고 노쇼를 하는 바람에 자리가 하나 비었거든요...”

드래곤님의 합방은 누구나 알아주는 꿀잼합방아니던가?

조회수도 나름 보장되고, 분명 좋은 기회였다.

다만 문제되는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것 또한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노쇼...하신 분 자리 아닌가요, 제가 들어가도 될지...”

“방금도 말씀드렸다시피 망할 것이 ‘하기싫다’며 도망가 버렸어요, 누군가 대신 자리를 차지해준다면 오히려 좋아해주겠죠!”

“그, 그리고 전 진짜 진짜 노잼에 말주변도 없고... 낯도 가리고...”

“괜찮아요! 다들 하찮은 편이라서 대하기도 쉬울꺼고, 배역도 되게 단순한거라”

“그...”

-이정도면 드래곤 싫어하는거 아닌가?
-아 하기 싫다고ㅋㅋㅋㅋ

“그건 아니에요!”

시청자들의 놀림에 빼액 소리 지르고는 드래곤님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합방은 그러면 언제하나요?”


“지금이요, 마크들어오세요, 서버는 제가 따로 보내드릴테니까, 디코도 그쪽으로 들어오시면 되고요!”


지금?!

“아, 네! 네!”

한  인방인생에 있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입꼬리가 올라가 내려오질 않는다.

너무 칠칠맞아보여 양손가락으로 입고리를 억지로 내리고는 디코로 온 서버를 확인했다.

서버이름만 봐도 어떤 컨텐츠인지 대략적으로 감이 왔다.

“상황극이구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발음연습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에이오우...

실수하면 어쩌지...?

"으으..."

그런데 왜 나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드래곤님이라면 충분히 대신할만한 다른 스트리머를 구할  있었을 텐데.

왜 나를?

뭘 믿고?

단순히 시청자의 일탈에 대한 사과라고 하기엔 무언가 이상하잖아.

.
.
.

그래, 이런 생각을 한들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면 나는 내할일을 할뿐.

온갖 걱정과 설렘.

그리고 두근거림을 한아름 끌어안고는 마크를 실행했다.

방송 극 초기 때에 어린이들 상대로 ‘안녕 어린이 친구들!’하며 아주 잠깐 플레이 했었던 과거가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충분히 감내할  있을 정도의 쪽팔림이었다.

“이제... 이게...그, 안녕하세요!”

게임화면을 가리고 서버에 접속, 서버와 함께 적힌 디스코드로 들어서자 나보다 먼저 들어와 있던 이들이 나를 반겨줬다.

“오! 안녕하세요!”

“저분 누구셔?”

“와! 신입! 와! 여자!”

무수한 인사세례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자 드래곤님이 내 캐릭터를 피격하여 자신을 어필했다.

“오셨네요! 자자, 녹화시작 하기 전에 자리잡죠! 리에라님은 이쪽입니다!”

“어...”

드래곤님의 게임캐릭터가 인도한 곳은 블록 3개가 삼각형을 그린 곳.

뭐하는 역할이지?

“이 구멍안으로 들어가주세요!”

“네...!”

“그리고 제가 눈치줄때마다 개처럼 짖어주시면 됩니다!”

“네...?”

“어허!”

뭐지? 진짜 뭐지?

의문, 그리고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수치심.

그외 여러 복잡한 감정이 요동 쳤으나 내가 내뱉을 소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멍...”

“네, 잘하셨어요! 녹화 시작할게요!”

내 역할은...‘개’

왜 싫다고 노쇼 하셨는지 아주 아주 잘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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