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방송 한달째(5)
가장 메이저하면서도 가장 마이너한 커뮤니티.
그곳에 글이 몇개가 올라왔다.
-17살 여고생이 개처럼 짖음
ㄴ이게 왜 진짜야 시발
ㄴ????
-얘 목소리 귀엽지 않냐?
ㄴ음질 조졌는데 목소리는 귀엽긴 하네 그래서 이름 뭔데?
ㄴ몰라
ㄴ뭔데 시발아
ㄴ찾아줘
ㄴ좆
-드래곤 정도면 좀 다른애좀 데려오지 씹하꼬를 데려왔네 드래곤도 이제 퇴물임?
ㄴ걔 원래 그러잖아
ㄴ드래곤이 심해 탐방하는건 유명한거 아니었냐
ㄴㅈㄴ부럽다
처음은 평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목소리가 좋은 스트리머는 차고 넘쳤으니까.
늘상 그렇듯 쏟아져나오는 다른 게시글에 묻혀버릴 글.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수십만 구독자들을 지닌 스트리머들의 유튜브에 일제히 편집되어 올라기 시작했으니까.
언제나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커뮤니티의 유저들에게 인기스트리머들의 영상은 좋은 사료였고, 이번 사료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리에라 였다.
하여, 리에라와 관련된 글이 우수수 쏟아 졌다.
쟤 누구냐?
뭐하는 애냐?
는 기본적인 질문부터
귀엽다, 멍청해 보인다.
같은 우호적인 반응
드래곤 또 빨대 꽂혔냐
또 여자냐
마음에 안든다는 부정적인 반응 까지.
비율로 따지면 7:2:1
방송을 시작한지 고작 한 달, 평균 시청자수 1명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스트리머
다른 말로는 '하꼬'
그런 하꼬가 대기업이라 불리는 인기 스트리머들의 합방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것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그것은 생각보다 이례적인 상황.
스트리머의 과거를 따위를 파헤치고, 죽이며, 방송을 접은 스트리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이번 일은 제법 흥미로운 일이었다.
가람,아람, 드래곤님을 비롯한 여러 유튜브에 박제되고부터 1시간.
11분 남짓한 영상의 주인공인 리에라의 관한 이야기는 시들해지기는커녕 한 층더 화력을 더해갔다.
이들은 단순히, 영상속에만 집중 하지 않았다.
영상이야기에서 리에라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불씨가 옮겨 붙는 것은 순식간.
그리고 사람마다 취향이 갈리듯, 리에라와 관련된 이야기도 여러갈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리에라 얘 유튜브는 존나재미없네
ㄴㄹㅇ 목소리 좋은 병신티비같음
ㄴ진짜 걍 어줍잖게 따라하는 느낌임ㅇㅇ
ㄴ다시보기도 개재미없다
ㄴ왜 못떴는지 알꺼 같음
혹평.
-ㅈㄴ귀엽네 시이이발ㅋㅋㅋ
ㄴ짖으란다고 진짜 짖네ㅋㅋㅋ 이게 한국의 여고생??
ㄴ나 방금 고2 여동생한데 짖으라고 했다가 개쳐맞음
ㄴ근데 진짜 멍청한거 아니냐 저정도면
ㄴ느금
ㄴ왜 욕해 시발아
호평.
-그래서 걔가 누군데 시발 알려줘
ㄴ그건... 알려드렸읍니다ㅎㅎ
ㄴ아 그거... 그거임ㅋㅋㅋㅋㅋ
ㄴ시발!시발!
머저리.
-얜 사고친거 없음?
ㄴ찾아보던가
ㄴ심해에서 막 발굴된걸 죽이려드네
ㄴ얘 학폭 가해자임ㅇㅇ
ㄴ진짜?
ㄴ사실 몰라
ㄴ씹새끼가
그외.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만 읽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커뮤니티.
여러 모욕적인 말이 올라오는가 하면, 엄청난 과장이 섞인 찬양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극과 극은 언제나 싸우는 법.
아니, 사실 커뮤니티라는 곳은 별 이유 없이도 싸우는 곳이었다.
마치, 형제, 자매, 남매 처럼.
이유없이 서로를 죽이려 드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도 같았고, 그런 의미로 보면 커뮤니티는 하나의 대자연이라 불러도 그닥 이상한 비유는 아니리라.
정작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리에라는 커뮤니티에 없건만,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싸운다.
시간이 꽤 지났다.
쉴틈 없이 서로에게 칼을 겨눈 결과 6명의 커뮤니티 사람들이 차단 되는 기염을 뽐냈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고,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온갖 군상의 인간들이 모여 쉴틈없이 입으로 똥을 싸대는 중에 누군가가 게이트를 열어 버렸다.
-리에라 유튜브 구독과 좋아요ㄱㄱ
ㄴ홍보 차단
ㄴ완장!!! 완장!!!!!!! 일해!!!!!!
ㄴ제 채널에 2만원 꽁돈 벌수 있는 방법 올려둠
ㄴ이광고는 시발 여기까지오네
리에라 유튜브로 직행하는 링크.
본래라면 홍보목적으로 차단당했어야 마땅하지만 완장이라 불리는 사이트 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사람들은 그 링크를 호기심에, 궁금증에, 시기심에 눌렀다.
한적한 리에라 유튜브에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다.
리에라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27명.
그 가여운 숫자가 게이트를 통해 쏟아져나오는 파도를집어 삼키고는 점차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30, 54, 73, 99.
마침내 100!
리에라가 봤다면 기겁하고 100명 기념영상 만들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릴정도로 엄청난 숫자!
하지만 아직이었다.
구독자 세자릿 수를 순식간에 달성했으나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대기업이라 불리는 스트리머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고 리에라가 보여줬던 기행의 영향력은 그보다 더더욱 컸다.
180, 284, 383, 490.
멈추지 않는다.
순식간에 몇 십배로 불어난 구독자 수.
바람불면 순식간에 사라질 거품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 거품의 크기가 사람보다 훨씬 커지면 나름 유의미하지 않을까.
최종 구독자 수 897명에 이르러서야 폭증을 멈췄지만 리에라는 아직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요금안낸 휴대폰은 와이파이가 꺼져있었고, 컴퓨터는 꺼놓은 상태.
채널의 주인인 리에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
채널에서 가장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구독자 10명 기념영상'은 커뮤니티에서 게시글을 보고온 사람들과 타 스트리머의 영상을 보고 넘어온 사람들에게 점령당했다.
본래 조회수 87에 추천3, 비추천4, 댓글4짜리 영상.
지금은 조회수 2994에 추천37, 비추천26.
그리고 댓글 201개.
아니, 202개.
...203.
댓글을 세는 것이 무의미 했다.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오@늘까지만 네**이버**페이**2+++만원지급**
-방송언제켜방송언제켜방송언제켜방송언제켜
-제 채널에 오시면 꽁돈안줌
-여기가 그렇게 잘짖는다면서요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여신! 여신!
-드래곤한테 빨대 꽂기 위해 얼마나 많이 대줬을까...?
-구독자 100명 기념 영상언제찍음?
-헤으응...여고생마망...
-븜븜븜~
혼란, 그저 혼란한 댓글들.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몰려올 때 부터 예정된 상황.
파도도 파도 나름이겠지만, 이번에 온 파도는 거의 상업폐수였다.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좋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흡사 맹독성 물질.
-얘 유튜브 관리안함?
ㄴ안하는듯
ㄴ도배ㄱ
ㄴ제 채널에 오시면 5만원 꽁돈으로 드려요^^
망가져가는 댓글창.
그런데도 리에라는 소식이 없었다.
이정도로 난장판이 됐으면 댓글을 막아버리는 등, 무언가 조치라도 이뤄졌어야했는데 고요하기만 했다.
다른 말로 풀어보자면 아무리 개판을 치더라도 제재를 가할 사람이 없다는 뜻.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댓글은 점차 파국으로 치닸고 있었다.
-드래곤한테 함 대주고 합방참여한 걸레 와드
ㄴ이건 고소감인데
ㄴ역겨운 새끼
-어케 영상이 하나같이 ㅈ노잼이냐
ㄴㄹㅇㅋㅋ
ㄴ영상이 조잡함 ㅇㅇ
ㄴ인방 존나 쉽게보고 시작했다는걸 알 수 있다 제발 뒤졌으면
점차 선을 넘는 댓글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다 못해 혐오성 발언들로 가득 차버린 댓글창.
댓글뿐만 아니라 영상 자체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미세하게나마 좋아요 비율이 높았거늘, 이젠 싫어요의 비율이 조금 더 높아졌다.
고의적인 싫어요 테러.
이들에게 리에라는 그저, 괴롭히기 좋은 힘없는 사냥감에 불과했다.
그 역겹고도 더러운 행태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댓글하나.
방금 올라온듯 꽤나 따끈따근 했는데 영상의 전체 댓글수보다 더 많은 대댓글의 수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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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찐이네
ㄴ찐.
ㄴ찐?
ㄴ찐금지선---------------
ㄴ이왜진
리에라가 합방에 불렸던 이유중 하나이자 노쇼한 장본인.
구독자수 11만.
드래곤의 합방 멤버중 막내
최근 아슬아슬한 복장의 반 캠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스트리머.
한 번만 더 정지당하면 영구정지당하는 스트리머.
걸어다니는 노란딱지이자 사건/사고인 스트리머.
드래곤이 손절하고 싶은 스트리머.
네모미.
그녀가 리에라 채널에 나타났다.
-고생하셨어요! :) 다음에는 합방 같이해요!
합방이 불러온 또 다른 합방제의.
제대로 꽂힌 빨대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식어가고 있던 떡밥이 다시 한번 재점화.
구독자 수는 변동이 없었지만 반응은 퍽이나 뜨거웠다.
조금 더 강한 혐오성 말이 오갔고, 조금 더 강한 옹호가 그들과 맞서 싸웠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가는 관심.
하지만 리에라가 네모미의 댓글과 커다란 관심을 확인한 것은 이틀 뒤였다.
"아..."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벅벅 긁으며 코를 먹었다.
"킁..."
청소한다고 창문을 열고 잤다가 감기걸렸다.
"어쩌지...?"
앓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이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