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외전 - 네모미 (7/143)



〈 7화 〉외전 - 네모미

나는 꽤나 잘나가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방송한지 4개월 만에 구독자 수 11만 명이면 엄청난 것 아닐까?

언듯 보면 10만이라는 숫자가 작아보일지 몰라도 10만의 탑은 생각보다 높았다.

재밌어 보이고 놀고 먹는다는 인식으로 인하여 방송을 시작 하는 이들 중 몇 명이나 10만이라는 탑을 세울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나는 분명 성공했다.
물론  반 캠에 껄떡거리러 오는 변태들로 이루어진 탑이었지만 말이다.


나, 네모미는 성공한 방송인이었다.

“흐으응...”

뒹굴.

침대에서 뒹굴었다.
부드러운 이불의 촉감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이불밖으로 나가지말라고.


“으으...”

결국 유혹을 못 이겨 이불을 다시 뒤집어쓰면서도 몸을 뒤척였다.

따분하다.


방송을 킬때 마다 날아드는 수많은 성희롱과 장난을 물리치고 성공적으로 방송을 종료하면 모든 것이 귀찮고 따분해진다.


언제부터였는지, 항상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다보니 일상의 모든 것이 따분하다.


통장에는 돈이 쌓여가고 구독자수는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데 이러는 것이 어이없을 수 있겠지만, 따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방송...

“그래, 방송이나 보자...”


부스럭 부스럭.

이불을 벗어던지고 거실 냉장고에서 1.5L콜라와 따라 마실 컵 하나, 그리고 감자 칩  봉지를 품에 끌어안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니까 이정도는 괜찮겠지.


나도  인기가 내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에 끊었던 간식들.


어깨를 으쓱 거리고는 그것들을 끌어안은 채 이불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분명 과자부스러기가 떨어질 터였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신경 쓸 일이지 지금의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불속에서 머리만 빼꼼 내민채로 봉지를 뜯었고, 튕겨져 나온 감자칩 하나를 ‘바삭’ 주워먹었다.

짭짤하다.

“그나저나 노쇼했다고 드래곤오빠가 난리던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개 역할은 아니잖아?”


또 한번 바삭-

감자칩이 바스라 졌다.


그래도 한 분이 나를 대신해서 합방은 잘 마무리 되었다.


고마웠다.


내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하나의 생각.


내가 아무리 반캠 원툴이라지만 합방 한 번이면 하꼬 방송인의 인지도를 올려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접근했건만 이틀째 소식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하긴 나같아도 의심부터 하겠다.


감자칩부스러기가 묻은 손가락을 쪽- 빨고는 콜라를 컵에 따랐다.

거품이 올라왔고 그것이 넘치려 들어 급히 입을 가져다대어 빨아마셨다.


“끅... 위험할 뻔 했네...”


미래의 나는 나에게 고마워해야할 것이다.
침대가 끈적해지는 것을 막아줬으니까!


크흥!

안마시다가 마시니 목이 따갑다.


하지만 그게 콜라의 묘미아니겠는가.


“오늘 방송은 누가 있나...?”


팔로우된 방송인들의 방송목록을 지나다 ‘혹시’하는 생각에 합방에서 나를 대신했던 리에라 라는 분의 닉네임을 검색해보았고, 방송중인 것을 확인했다.

21명?

이정도면 하꼬치고는 잘나가네!


시청자가 아예 없다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이정도 시청자 층이 있다면 스스로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스트리머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 이틀간 리에라라는 닉네임이 쉴  없이 언급되었다.

일반적인 합방 조회수 보다 두배는 더 높게 나왔다나 뭐라나?

본래 재밌는 사람일 수 도 있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깐깐한 사람들이 칭찬을 할리 없으니까.


“좋아 오늘은 이분이다!”

나는 리에라의 방송을 눌러보았고, 들어가자마자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먹이는  같으면서도 억울한 것 같은.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놀리기 재밌을 것 같은 목소리.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놀려주고 싶어 후원을 건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오는 ‘환불해드릴까요?‘


콜라를 뿜어버렸다.


아아...

침대가 더러워져 버렸다.
오늘밤 잠자리는 끈적끈적할 것이 분명하다.

“으...”

아니, 그것보다 다른 방송인도 아니고 나에게 돈 걱정을 한다고?

나만 어이없게 느낀 것이 아닌 모양인지.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 낯설기도 하면서 나쁜 기분은 아니라 나는 씩- 웃으며 한번  후원을 건냈다.

10만원.


방금은 작은  이었지만 0이 하나 더 붙는 순간 작은 돈이 아니게 된다.

리에라님에게 짓궂은 말을 보내보자 역시 귀여운 반응이 되돌아왔다.


개밥만 먹던 시골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면 대충 저런 반응이 나올까?


반응이 귀여워서 중독된다.

이번엔 어떤 말을 보낼까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후원창을 열어 몇번이고 글을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는 사이.

-엣췽!


되게 귀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방금 그거 기침소리인가?

나도 모르게 채팅을 치는 손을 막기 힘들었다.
아니, 막을 생각이 없었다.

순도 100% 진심이었음으로.


“진짜 귀여우시네...”

귀엽지 않다고 우겨대는 모습도 귀엽다.
아, 진짜 어쩌지...?

손이 구독 버튼에 가버린다.
나, 드래곤오빠도 구독안했는데...


끙끙거리며 왼손으로 마우스를  손을 막아내었다.


그래,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근데 게임은 안하시나?”

노가리도 귀엽긴 하지만 방제목이 아이잭 클리어인데?


나에게 다가온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었다.
골골 거리는 소리가 귀엽다.

혹시 리에라 님도 쓰다듬으면 골골거리실까?

아니, 개과니까 골골거리는 소리 대신, 꼬리를 흔들지도 모른다.

"하아..."


조금 덜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그게 또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분이  아직까지 안떴지?

단순한 노가리만으로 이정도 인데 게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클리어시 30만원미션을 보내자 기겁하며 거절하시는 리에라님의 모습에 오기가 생겨 통장 잔고를 확인 한 후 크게 질렀다.

“아으...! 클리어시 50만원..!”


-


“쟨 또 뭐해...”

사라진 간식의 행방을 찾아 돌아다니던 네모미님의 어머니는 딸의 방문을 열어보고는 한숨을 푹쉬며 거실 소파에 앉아 이어폰을 꽂았다.

드래곤님이 방송을 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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