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방송 한달째(7) (8/143)



〈 8화 〉방송 한달째(7)

갑작스러운 50만원 공세.
나는 부들거리며 아이잭을 다시 시작했다.


첫 번째 트라이.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스테이지 구성의 게임.
13층에서 죽었다.

지켜보는 사람의 눈을 썩게 만드는 벌레같은 실력.
하지만 웃어 넘겼다.


아이템이 너무  좋게 나온 것도 있고,  나에게 게임실력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번째 트라이.


데미지를 두 배 증폭시켜주는 상급 아이템을 먹었다.
11층에서 죽었다.



첫 번째 판이야 아이템이 별로라서 그렇다는둥, 변명거리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두 번째 판은 그런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아이템도 잘먹었고, 선택지 루트도 잘떴다.


내 방송에 내 실력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겠다만, 이정도는 심했다.


채팅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걸?
-와 개못해
-심하다 진짜ㄷㄷ
-우욱...


“아, 아니 그 손이 덜 풀려서 그래요!”

되도 않는 변명에 채팅창이 불타올랐지만 나는 그것을 막아낼 수 없었다.

솔직히 내가 플레이하면서도 ‘왜 저렇게 플레이 하는 거지?‘ 싶은 의문점이 한가득 이었으니까!

세 번째 트라이를 지나고 네 번째, 그후로 하염없이 지나 열 여섯 번째 트라이.

플레이 시간이 3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절대 긴 시간이 아니다.

열 여섯 번이나 트라이중인데 고작 3시간!

얼마나 짧은 간격으로 죽어나간 것인지.

이 벌레같은 실력을 수십명앞에서 의도치 않게 공개해버린 결과 수치심이 얼굴로 치솟았다.

지금 분명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애꿎은 손을 노려봤지만, 뭐 어쩔건가 내 손인것을.

결국 이도저도 못하고 의자위에서 붕뜬 발을 흔드는 것으로 답답함을 표출해봤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우그으으... 다른 분들이 할 때 는 쉬워보였는데...!”

-?????
-아이잭을 누가 쉽게함?
-뭘 본겨?
-알고 하는거 아니였어????
-와...

내가 내뱉은 불만에 의문을 던지는 시청자들.


나는 의아한 채로 내가 본 스트리머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레드님껄 봤는데...?”


-그 양반은 프로게이머고요
-취미로 스피드런 하는 사람 껄 보니까 쉬워보이지!
-넌 그렇게 못해!
-아ㅋㅋ

“아앗...”


대화 하는 사이  일곱 번째 트라이에 들어섰다.
서서히 욕설이 올라오는 채팅창을 마냥 제지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나 같아도 3시간이 지나도록 진행이 전혀 안되는 방송을 보면 화딱지가 날테니까.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


나도 자괴감들고 시청자들도 울화가 터지는 게임방송이라니.

“흐어엉...”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피격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일까?


별 무리없이 첫 번  아이템을 주는 방에 도착했고 일 순간 채팅이 휘몰아쳤다.

이게 과연 21명, 아니 중간에 몇 분이 못참고 나가셨지.


17명의 화력일까?


읽기도 힘들만큼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나는 유독 반짝이는 아이템을 향해 캐릭터를 움직였고, 먹었다.

아이템의 성능은 데미지 2배, 사정거리 2배, 공격속도 2배, 공격 유도기능 추가, 공격 관통기능 추가, 일정확률로 hp회복.


그야말로 로그라이크스러운 밸런스파괴 아이템!
확률로 따지면 0.07%의 등장확률!

이거라면 아무리 나라도 충분히   있었다!


-가즈아아아아!
-드디어!!!!!
-마참내!
-오오오오!

네모미님 마저 환호하는  상황에 나는 자신있게 플레이를 진행했고.


2층에서 좌절되었다.

“아니 왜?! 이럴리 없어! 그럴리 없어!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 네!?”


이건 내 탓이 아니다!


2층까지 풀피였다!
아이템도 역대급으로  먹었다!


충분히 깰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게임이 멈춰버렸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즈음엔 캐릭터는 1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맨몸으로...!

“아아아악!!!”


깰  있었는데!


키보드를 쾅쾅 치며 화를 폭발시켜보지만 손바닥만 아파질 뿐 억울함은 가시지 않았다.


아니, 한번도 안그러다가 어째서 그 타이밍에 딱 멈춰서 끊기는거지?!

“이건 음모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잭이 렉걸리는거 처음보네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음모는 그곳의 털을 의미하는...

-강퇴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웃으며 넘길 말도 숙청했다.


“끄아아아!”

방음이 하나도 안되는 원룸이라 옆집이나 아랫집에서 항의를 해 올 테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 눈치 보며 소리도 못 지르다 보면 진짜로 화병으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건 꿈이야...!”


-아ㅋㅋㅋㅋㅋ 근데 도대체 무슨 컴을 사용하고 있길래 아이잭이 렉걸리는거?
-ㄹㅇㅋㅋ

“내 컴퓨터요...?”


냉수를 들이키고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횟수를 세어봤다.

“8년 전에 기사분이 오셔서 맞춰준거에요!”

...9년 전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8년전????
-그정도면 골동품 아닌가?
-그 때 얼마 썼는데요?


“어... 부모님이 사주신거라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70만원인가? 75만원인가?”

-8년 전 최고 옵션도 아니고 70으로 맞춰진 컴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요?
-사양공개 ㄱㄱ
-렉걸리는게 이상한게 아니라 렉이 안걸리는게 이상했던거였네ㅋㅋㅋㅋㅋㅋ


“으음... 사양이요? 잠깐만요...!”


컴퓨터의 사양을 확인시켜 주자 채팅창이 날뛴다.


-이게 ㅅㅂ 뭐야
-그 당시에도 70은커녕 30이면 맞출수 있는 컴이겠는데?
-구와아아아악!


그렇게 심한건가?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어.. 그렇게 심해요? 사기당한건가...?”

-ㅖ
-오히려 이런 컴이 아직까지 굴러갔다는게 더 신기함

“그, 그정도에요?”


-저정도면 pc방 폐업 정리 컴퓨터 사다가 주고 남은 돈은 꿀꺽한거 같은데?

“허어어!”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자 시청자들이 진지하게 나에게 몇가지 말해줬다.

-그래픽카드 남는거 있는데 드릴까요?
-원래는 순무마켓에 팔 생각이었는데 불우이웃 돕기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여
-주소 ㄱㄱ

“에엑...? 주소요...?”




내가 9년째 쓰고 있던 컴퓨터가 사기당한거라니.

충격으로 이성이 살짝 흐릿해져서 일까.


나는 시청자들의 말을 따라 자리에서 벗어나 우편하나를 가져왔다.

휴대폰 요금 독촉장.

그 아래 써있는 집주소.

“그러니까... 대전...!”

디코가 울렸다.


“아앗 잠시만요!”


-???
-리에라님한테도 디코가 옴?

"저한테도 친구정도는 있다구요?"

'인터넷 친구지만!'


굳이 그런 것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채팅에 대꾸하면서 디코를 확인하자 모르는 아이디가 친구요청이 보내 놓은 것을 발견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아이디인데?

일단은 받아보자는 생각에 친추를 받자 바로 전화가 걸려온다.

뭐야...?


의문을 담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딸깍'승낙 버튼을 클릭하여 전화를 받아봤다.


“어어...? 안녕하세요...?”


“주소 절대! 절대 말하면 안되요!”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이 다급하게 소리쳐왔다.

그런데 목소리가 익숙한데...?


'누구더라'에서 4초.

'아!'까지 2초

총합쳐서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내는데 까지, 대략 6초정도.


“네모미님!”

“네! 저에요!, 드래곤 오빠한테 디코 아이디 알려 달라해서 받았어요! 어쨌든 절대 주소 이야기 하면 안되요! 진짜 큰일나!”

“어...?”


네모미님과의 갑작스러운 통화에 뇌정지가 왔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화상통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뒤늦게 대답했다.

“...네!”

“컴퓨터 문제는 저희가 해결해드릴게요!”

“예...?"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말이 왜 이렇게 되지?

사기?


아니, 그럴리가 없지 않는가

뇌정지 이후 또 다시 찾아오는 뇌정지.
이유모를 호의에 거부감이 강하게 다가왔지만 말로서 내뱉는 것은 미약했다.

“어째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해드릴게요! 일단은 방송종료하세요! 진짜 큰일 날뻔 했네...!”

거부감에도 네모미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당혹스러움과 안도감이 느껴져 나는 조용히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순순히 방송을 종료했다.


“남자 스트리머도 마찬가지지만 여자 스트리머는 진짜 개인정보가 철저해야해요, 이거 진짜 하나라도 알려지기 시작하면 별의 별 미친 놈들이 감당도 안되게 달라붙어요!”


아, 기억났다.

네모미님은 과거 변태 스토커에게 고통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래서 도망치듯 이사를 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이었다.

새삼스럽게 소름이 등골을 차고 올라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네모미님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뻔 했네...


아니, 그전에 나는  주소를  하려 했던걸까.


잠시 정신이 나갔던  같다.

이건 가볍게 넘길만한 일이 아니었다.

근데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럴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까?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상한 고민을 해봤지만 네모미님의 이어지는 말에 몸을 굳혔다.


“일단 주소는 저한테만 알려주세요, 컴퓨터 문제 해결해드릴게요!”

“예에...?”

갑작스러운 제의.
갑작스러운 호의.

나는 당황하면서도 얼떨떨하게 주소를 말해줬고, 이내 몇가지 이야기를 끝내자 네모미님 쪽에서 먼저 통화를 종료해버렸다.

“진짜 뭐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만 같았다.

아니 잠깐만.

"이유 알려주셔야죠...?"

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주는거지?

도대체 왜?


-

그리고 그 날밤.

아람, 네모미, 드래곤님의 방송페이지에 똑같은 내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안쓰는 컴퓨터 장비 중고 값에 삽니다!
ㄴ????
ㄴ뭔 일임?

이유 모를 강한 호의가 리에라를 엄습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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