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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방송 한달째(9) (10/143)



〈 10화 〉방송 한달째(9)

사람들이 내일 찾아온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멍하니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청소는 최근에 했지만 보이는 쓰레기만 주워버리고 내가 쓰는 것은 안보이게 치워두는 정도.


바닥은 여전히 끈적거리고, 쿰쿰한 냄새는 환기를 했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으... 그러면 방향제하고, 빗자루, 걸레정도면 되겠지?”


청소할  그정도면 되고 또 뭐 살꺼 없나?
손가락을 하나하나 굽혀가며 살 것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 하나 더 떠올랐다.


먹을 것도 필요하지!

“진순이!”

역시 라면은 진순이다.
반박시 탕수육 찍먹하는 맛알못들.

흠흠,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인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밥 햄에 게맛살, 계란, 김치를 넣은 진순이는 진짜 맛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는 것도 처음이고, 요리 실력을 발휘할 때  된 건가?

“조금만 더 쓸까?”


배달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한’ 음식을 대접해주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 치즈도 사자!”

노란색 사각 치즈를 바구니에 담고는 눈으로 다음 목표를 찾아냈다.


아삭하게 콩나물은 어떨까?

싸고 맛있고 양도 많은 그야말로 완전식품!

“콩나물 볶음도 자신 있지!”

한달 동안 콩나물만 먹어본 적이 있어서 조금 물리긴 했지만 그래도 콩나물처럼 맛있는 야채도 드물었다.


무언가 결국 많이 사버렸다.


“맛있게 드셔주셨으면 좋겠네...”

히히.


생각보다 별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나는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현관 앞에 무릎을 꿇고는 공손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30초 간격으로 휴대폰을 바라봤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숨이 거칠어진다.


청소는 끝냈다.
걸레질을 너무 많이 해서 무릎에 멍이 들 정도로!

쿰쿰한 냄새는 환기를 하고, 방향제를 잔뜩 뿌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음식은...


연습한다고 어제 내가 먼저 만들어 먹어봤지만 손절 당할 맛이 나서 변기에 내려버렸다.


배달시켜야지...

분명 저번에 했을 때는 맛있었는데 어째서일까.

꿍얼거리며 다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2시 51분.


아직이다.

“뭐라고 말하지...?”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오늘 오전에 거리에 나가서 공용와이파이로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이미 전달 받았었다.

드래곤님이 나에게 당부한 것은 두 가지, 말조심  것 그리고 옷을 제대로 입고 있을 것.


분명 방송을   진행 할 것이라고 했었지?


어떤 방송 사고를 우려하는지 알 것 같아 온몸을 꽁꽁 둘러 싸매었다.


피부라고는 얼굴 빼고는 하나도 노출되지 않는 모습.
심지어는  얼굴마저 마스크로 절반 이상을 가려버렸다.

내가 봐도 엄청 안전해 보인다.

정지당할 껀덕지는 단 하나도 없는 무결함!

스스로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며 문을 바라봤다.

언제오실려나?

그동안 발음연습이라도 해둘까?

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


똑똑-!


제 말하면 온다더니 곧바로 들려오는 노크소리!

“아! 오셨나보다, 큼큼, 안녕하세요...오...?”

나는 곧바로 상체만  뻗어 문을 열어줬고, 당황하는 드래곤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드래곤님 뒤에 있던 아람님의 카메라가 내 얼굴을 향하고 있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마도 방송사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음...안녕하세요...!”

-미소녀좀비
-아ㅋㅋㅋㅋ
-눈봐라 저게 시체지ㅋㅋㅋ
-목소리랑 너무 안어울리는거 아닌가?
-ㄹㅇ좀비네
-근데 진짜 개작네
-커여움


“그으... 죄송해요”


나는 채팅창을 확인하지 못해서 드래곤님과 아람님의 얼굴을 관찰했는데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반응이 나쁜가보다...

역시 너무 못생겼나?
몸을 움츠리자 아람님이 손을 뻗어 나 머리를 헝크러트렸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아람님!”

“어허, 언니라고 해야지!”


“...언니”


헤실헤실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아람님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만 들으면 되게 작고 귀여우실 것 같았는데 엄청난 글래머였다!


심지어 엄청 이쁘시다.

이것이 반전미일까?

나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다.

부러운 눈길로 아람님을 훑으니 아람님이 음흉하게 웃으며 내 허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왔다.

“으헥!”


괴상한 비명.


“끼어들기 어렵네”

드래곤님이 툭 내뱉은 말, 그 말에 나와 아람님은 잊고 있었던 드래곤님을 바라봤다.

그때, 아람님이 귓가에다 작게 속삭여줬다,


소곤소곤

“반응 한번 띄워볼래?”

“어떻게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네가 했던 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물을 글성이며 아람님을 올려보았다.

“진짜요?”


“조회수도 보장될걸?”

우으으...


받은 것이 있다면 은혜는 갚아야한다.

그렇게 나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을  번이고 웅얼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드래곤님의 조회수를 위해 이 한몸 희생하리라!

바닥에 엎드렸다.


고개만 들어 드래곤님을 바라보며 나는 크게 짖었다.


“머, 멍! 멍...!“


개처럼짖자 드래곤님이 당황하며 나를 힘으로 일으켜 세우셨다.

“이, 이거 아니였어요...?!”

“아람이 미친년아! 애한테  시킨거야!”


“아하하하하핳!”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며 나는 우물쭈물, 입술을 깨물며 당황하고 있자 아람님이 손바닥을 내밀어 드래곤님을 진정시켰다.


“앉아!”

“뭐라는...”


드래곤님이 나를 힐긋 바라보고는 씨근덕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는 내 침대위에 앉아 숨을 골랐다.


“끄으으... 얘를 데려오는게 아니었어”

“오 여고생집에 혼자 찾아가서 어쩌려고?”

“그뜻이 아니잖아!”

싸, 싸우시면 안되는데?


내 탓인가?
내 탓인걸까?

싸우시는  같아 내가 머리를 박으며 사과했다.

“그, 그...! 죄송해요!”


“어엉? 네가 왜?”
“아니야! 아니야! 리에라탓 아니니까 뚝!”

“아, 안우는데...?”

혹시 내가 울고 있나 싶어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쳤지만 매말라 있었다.

“뚝하자!”

“뚝...?”


무슨 뜻일까.


일단은 '뚝'이라며 눈물을 그치는 시늉을 하자 아람님이 내 턱을 살살 긁어주었다.


... 골골골 소리라도 내줘야하는걸까?

“잘했어!”


어째서인지 느껴지는 데자뷰.

나는 얌전히 머리를 아람님 손길에 맡기고는 손가락을 매만졌다.

그러고 있기를 대략 2분, 나를 바라봐오는 드래곤님이 툭, 말을 건네왔다.


“근데 집이  좁네?”


“어, 최근에 이사했어요!”


“오? 언제?”

“네달쯤 전?”

“얼마 안됐네?”

똑똑똑-!

아, 시간맞춰서 왔나보다.

“누구 올 사람 있어?”

“아, 배달음식이요! 점심시간이잖아요?”

“오오, 센스 좋네 배고프긴 했어, 뭐시켰는데?”

“짜장면이랑 탕수육!”

“내가 받아올게!”


아람님이 손을 번쩍들고는 자신을 어필하며 받아온 단골 중국집의 음식들.

짜장면 3그릇, 탕수육 대짜, 군만두.
나는 그것을 바닥에 세팅하고는 탕수육 소스를 들이 부웠다.


부엇.

“히히히...”


탕수육은 부워먹는 것이 진리지!

-선넘네
-하꼬가 패기 넘치네
-구와아아아악!


“에라야...?”

칭찬받을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드래곤님을 바라보았다.


“네!”


“미쳤니?”


앗.

“탕수육은 찍먹이야”


세상의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 진지한 표정.

그 진지한 모습에 아람님은 짜장면을 흡입하며 고개 맹렬하게 끄덕였다.


“그...!”

무언가 반박하고 싶었다.

그것은 진리가 아닌 이단의 거짓이며 부먹이 옳다고.

하지만 드래곤님이 가져온 커다란 박스.
그리고 어제 받았던 비싸 보이는 부품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죄송해요...”

나는 흥건하게 젖어 겉이 살짝 눅눅해진 부드러운 탕수육을 입안으로 집어넣으면서도 투덜거렸다.

진리는 부먹인데...

이렇게 맛있는데...

하지만 이런 것으로 드래곤님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를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저 조그맣게 꿍얼거릴 뿐, 탕수육소스의 파프리카를 건져내어 아그작, 씹었다.

달콤, 새콤, 쌉싸름한 맛.

“근데 이렇게 먹고만 있어도 되는거에요?”

솔직히 너무 재미없는거 같은데...?

내가 말주변이 너무 없어서 그런걸까?


내 탓인가?

나무젓가락 끝을 우물우물 거리며 아람님이 고정시켜놓은 카메라를 계속해서 쳐다봤고, 그런 내 모습에 아람님은 낄낄 웃으며 단무지를  입에 넣어줬다.

아작아작.


“괜찮아! 원래 현실합방이 건져낼게 얼마 없어”

물론 예외는 있지만 말이야.


아람님은 적당한 예시 하나를 들어주었다.

달달한 우결을 하던 인기스트리머들이 실제로 만나는 첫 현실합방 같은 것 말이다.

“아, 저번에 들은 적 있어요! 시청자 4만명이었나?!”


“오, 에라도 잘아네?”

아람은 의외라는 듯 내 볼을 매만졌다.

칭찬의 의미일까, 신나서 그때의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히히... 그때 저도 도네이션했어요!”

마지막엔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시던데 얼마나 달달하던지

헤실헤실.


하지만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지 내 볼을 쪼물딱 거리는 손에 힘이 들어가 볼을 꼬집어 오기 시작했다.

아람님의 손에 이리저리 힘없이 흔들리는 머리.

아파요!


“그돈으로 요금부터 내라...”

“아앗...어, 어차피 연락올 사람도 없어서...!”

돈은 있지만 일부러 요금을 안낸 이유가 무엇이던가!

연락올 사람이 없어서였다!


“오, 우린 사람도 아니다?”

갑자기 공격해오는 드래곤님의 싸늘한 말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내, 낼게요! 당장낼게요!”


“그렇게 말하니까 누가 삥뜯는거 같잖아!”

드래곤님은 화들짝 놀라며 복도창문을 흘깃바라보며 외쳤고 이내 머리를 벅벅긁으시고는 내 컴퓨터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일단 다 먹었으니까 조립부터하자, 저거맞지?”


“아, 네 저거맞아요!”

이젠 싸늘한 시체가 되버린 내 컴퓨터.


내 컴퓨터를 상세히 살펴보던 드래곤님은 깊은 한숨을  쉬며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들으라는  중얼거리셨다.

“와... 이건 진짜... 에라야, 이번에 준건 다들 비싸게 준비한거니까 관리 잘해줘”

“네, 진짜진짜 열심히 할게요! 하루에 세 번씩 닦을게요! 잘때도 이불 덮어주고 정기적으로 사진도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애키우니....?”

아람님이 살짝질렸다는 듯이 쳐다봐 와서 조금 슬프다.

그나저나 드래곤님이 대단해보인다.

컴퓨터 조립이 너무 능숙한 것 같아 아람님에게 살짝 여쭤보니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드래곤오빠 전직 용팔이거든”


“네?”

범죄자?

“뭘 그렇게 봐, 우리 오빠는 착한 용팔이였다구?”

“용팔이가 왜 착해요?”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악명은 방구석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어디까지알아보시고오셨어요’, ‘손님맞으실래요?’가유명하지 않던가.


물론 드래곤님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용팔이’라는 단어는 그만큼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오빠는 손님이랑 싸운적도 없고 거품도 안씌웠거든”


“그럼  용팔이에요 그게?”

“그러게”


아람님도 궁금하다는 듯, 나와 같이 갸웃거리며 드래곤님을 쳐다봤다.

목소리가 컸던걸까, 드래곤님이 컴퓨터를 조립하다말고 우리를 뚱하게 쳐다봐왔다.

앗, 너무 실례였던 걸까?

확실히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는데  사람의 과거를 캐고 있으면 기분 나쁠 법도 하지 않나?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컵에 따라 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응? 뭐가?”


드래곤님은 내가 건넨 생수를 받아 마시면서도 뭔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시험 하시는 걸까?

내가 얼마나 양심적인 사람인지 테스트하시는 걸까?


여기서 우물쭈물하면 더 안좋게 보시겠지?

나는 과대망상을 펼치며 넙죽엎드려 드래곤님 앞에 진정성을 보이게 사과를 표했다.


“그으... 허락없이 과거를 캐묻는거요...”


“왜이리 또 오버를 해! 애초에 내가 뭐 숨길게 있겠냐 상관없어, 일단 조립은 다 했으니까 컴퓨터 한번 켜보자”

“네!”

벌떡 일어나서 선을 꽂고는 컴퓨터를 동작시켜보자 무리없이 켜지는 컴퓨터.

드래곤님이 의자에 앉아 뭔지도 모를 것들을 몇 번씩 만지작 거리더니 ‘끝!’을 외치며 자리에서 벗어나 나를 의자에 앉혔다.


“엣, 에?”


“성능은 이제 앵간한 게임을 최고옵션으로 돌려도 무리 안갈 거야, 이제 방송엔 문제 없겠지?”

그리고 마이크는 가람이 마이크 줬지?

그거 쓰면 이제 더 나아질꺼야.


“아...진짜 고마워요...! 진짜!”


댓가 없는 호의라니.

얼마나 믿을  없는 말인가.

솔직히 드래곤님이 현실 합방을 하신다 말하실  나는 겁을 먹었다.

뭘 시키실려고?

 해야 하지?

이렇게 까지 도와줬다면 무엇을 시키던 따라야했다.

내가 받은 것이 많이 있었기에.

하여 어제밤, 두려움에 몸을 잘게 떨기도 했지만 모두 내 피해망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오히려 엄청 죄송해졌다.

드래곤님과 아람님은 진짜 선의로 오셨것만 나혼자 피해망상으로 두분께 무례가 되는 상상을 했다.

"그..."

목을 무언가 틀어막는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나는 입을 달싹이다 이내 내뱉었다.


“죄송해요...!”

“응?”

“뭐가?”


두 분이  소리냐는 듯 말을 건네 왔지만 내가 내뱉을 말은 죄송하다 뿐이었다.


그런 내 모습에 드래곤님이 심드렁하게  내뱉은 말.


“미안하면 앞으로 잘부탁해”

아앗...!

“...저 뭐든지 할게요!"

“미친...”

무슨 낯간지러운 소리를 하냐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귀를 후비는 모습조차 후광이 비친다.


“오빠”

“왜”

“난 오빠문서에 사건/사고 가 하나 더 생기길 바라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야”

무슨 소리인걸까.

사건사고?


두분께서 사건사고를 벌인적이 있으시던가?


물론 있긴 했지만 하나같이 사소한 것들이었다.

단순 실수.


그리고 인간성은 오늘, 지금, 방금, 막 확인한  아닌가!


나는 카메라를 향해 양팔을 휘적거리며 두분의 인성을 대해 이야기했다.



“아람님, 드래곤님 엄청엄청 좋으신분이에요! 오해하지마세요!”

아람님과 드랙곤님이 동시에 얼굴을 쓸어내렸다.


“누가봐도 우리가 괴롭히고 있는거같지?”

“응”

“사건/사고 한줄 더 적힐꺼 같지?”

“응”

“아닌데... 진짜 착하신데!”

금방 밝혀질 해프닝이었지만 잠시동안 시청자들과 우리의 오해는 깊어져만 갔고 그렇게 애매하게 합방은 끝났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내가 방송을 시작한지 정확히 두달째 되는 날.

작은 사건이 하나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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