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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방송 두 달째(1) (11/143)



〈 11화 〉방송 두 달째(1)

1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충격에 정신병원을 다니던 날, 유독 그날따라 거친 비가 내렸었다.


우산에 빗방울이 튕기며 손에 진동을 전했다.


무거웠다.
축축하고 차가웠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그때 들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나는 죽은 눈으로 울음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종이상자가 있었다.

종이상자에는 찢겨져나간 a4용지가 붙어있었는데 아마도 데려가라는 내용이었겠지.


쏴아아아-

빗줄기가 한층 더 거세진 상황.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애써 무시하려하자, 조그맣게 들리는 고양이의 울음 소리.


목소리에 기운이없었다.


한숨을 쉬고는 쪼구려 앉아 상자를 열어봤다.


상자속에는 비에 젖어 찢겨진 신문지따위와 사료 몇알이 널부러져 있었고, 고양이는 그곳에서 몸을 떨며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듯.
나를 올려다 보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빤히 내려다 보다 우산을 씌워줬다.

"춥지?"


고양이가 대답할 수 있을리 없었지만 나는 괜히 물어봤다.

'데려갈까?'

불쌍해 보인다, 이대로 두면 분명히 죽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한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았다.


"미안해"


나보다  좋은 주인을 만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이상 비를 맞지 않게 내가 쓰던 우산을 씌워 둔 채로 집으로 향했다.

그대로  작은 고양이와의 연은 끊긴 줄 알았다.

아니었다.


주 2번씩 병원에 가는 날이면 고양이는 언제나 박스속에서 울고 있었다.

왜 아무도 안데려가는거지?


귀여운데.


나는 편의점에서 소세지를 사다 건네줬고 고양이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부벼댔다.


"안돼"

난 너를 못키워.

다칠까봐 살살 밀어내보지만 다시금 달려들어 몸을 비비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번쩍들어 다시 상자안에 집어넣어주었다.


"진짜 안돼."

씁-!

손가락으로 고양이의 코를 아프지 않게 톡톡- 눌렀다.

노는 줄 아는 걸까, 앙증맞은 발로 손을 툭툭건드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더욱 신경쓰인다.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날꺼야"


나는 볼펜으로 끄적끄적 마른 종이상자에 글씨를 그려줬다.

-키워주세요.

그리고 옆에 고양이 그림까지.

새삼스레 내가 악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알아  수 있으면 된거 아닐까?


이제 누군가 이 아이를 데려가기만 하면된다.


이렇게나 귀여우니까 분명 나보다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이 되도록 그자리에, 그상자에, 나를 기다리며 내가 보이면 달려와서 배를 까 뒤집는 고양이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

 뿐이라는 듯, 사포같은 혓바닥으로 그루밍까지 해주는데 무심코 쓰다듬자 골골 거리기까지 한다.

누가보면 내 집고양이인줄 착각할 것 같았다.

나는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너, 나랑 같이 살꺼야?"


진짜? 후회 안하겠어?


난 니가 아프면 치료해주지도 못해.
돈도 별로 없어서 간식도 많이 못사줘.

장난감도 몇 개 못사줄꺼야.

집도 좁아서 답답하겠지.


그러니까  나은 주인을 만나.

고양이는 알아듣기라도 한듯이 야옹- 하고 울었다.


"그래"

뭐가 야옹이고 뭐가 그래인지 아마 우리둘다 모를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고양이는 상자로 되돌아갔다.

우산은 아직도 그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고양이는 자리에 없었다.

일부러 병원을 가지 않는 날임에도 먹을 것을 챙겨주러 나왔건만 어디로 갔는지.


손에 쥔 참치캔을 꼭 쥐었다.


차라리 좋다.


좋은 주인을 만났겠거니 하고 이젠 신경을 꺼버리면 된다.

하지만 마음속엔 이유모를 불안감이 싹텄다.

누군가에게 해코지당한 건 아닐까.
혹시 이상한 걸 주워 먹은 건 아닐까.


만약 차에 치이기라도 했다면.




순식간에 찾아온 공포, 두려움에 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만.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나보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톡톡.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내 어깨를 두드리는 누군가.


나는 고개를 돌렸고 바라봤다.

"혹시 여기 고양이를 돌봐주시던 분인가요…?"


어린 여자아이가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어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키.


앙증 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았다.


부잣집 아이일까?

옷이 좋아보인다.
내가 입고 있는 후줄근한 옷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가만히 바라만 봐서 일까.
여자아이의 표정이 점차 이상해져 질문에 대한 답을 주었다.


"아… 네"

"고마워요, 정말로. 길고양이치곤 상태가 좋더니 역시 돌봐주시는 분이 계셨구나…"


이 아이가 데려갔구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잘부탁드려요"

내가 데려가는 것보다 고양이는 행복할 것이다.


내가 어쩌다주는 간식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테고 장난감도 많겠지.


아프면 치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많아보이니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다시 버리지도 않겠지.

잘된 일이다.

나 따위가 데려가는 것보다 훨씬 잘된 일이었다.

나는 손에 참치캔을 쥔채로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고양이 관련된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고양이 관련된 책.
큰 마음 먹고 산 장난감과 간식들.


살때는 좋은 것만 산다고 샀는데 왜이렇게 초라해보이는 걸까.

고양이 사료, 밥그릇, 화장실모레따위도 이젠 필요 없었다.


"그나마 캣타워는 안 샀으니 다행인가…?"


나는 소매로 눈가를 문질렀다.

고양이가 부디 행복하게 잘살길 빌어본다.



-




사건이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건.


구독자 수가  60만에 달하는 동물애호가로 포장되어있던 사람이 사실은 동물학대자였다는 것.

그 만행이 얼마나 끔찍한지 공중파의 뉴스에 까지 실렸다.


분명  사건, 하지만 오로지 ‘동물방송인‘에 한정되어 있는 과녁.


게임방송, 잡담 방송 등, 우리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었음으로 작은 사건이라고도 말  수 있었다.


-


나는 오늘도 방송 중 이었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거의 모든 게임을 돌리 수 있는 컴퓨터를 지니게  나는 가히 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이크도 무려 38만원 짜리!


가람님이 초기에 썼던 마이크!

사실 가격보단 그 상징성에 더욱 눈이 갔다.

으쨔쨔쨧...


기지개를 피고는 게임을 종료했다.

“오늘 게임도 끝났는데 이제 뭐할까요?”

시청자 수 39명, 예전 같았으면 꿈도 못 꿨을 숫자였지만 요즘은 이게 평균이었다.


-노가리ㄱ
-게임 개 씹노잼
-ㄹㅇㅋㅋ


“그으... 그래도 이번엔 잘하지 않았어요?”


어느 샌가 고정 컨텐츠로 자리를 잡은 아이잭.
이젠 평균 6층까지는 내려간다!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아닌가!

-ㅈㄹㄴ

“아앗...”

지랄하지 말라는 채팅에 솟아오른 자존감이 단숨에 격침됐다.

내 실력이 그 정도인가 싶었지만 감히 시청자들의 말에 토를  깜냥은 되지 않았다.

노가리라...

물론 재밌긴 했다.


내 말에 반응을 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재미없을 리가 없지.


다만, 나는 게임방송인을 추구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게임방송시간보다 노가리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아 진 것 같았다.


어쨌든 시청자들이 노가리를 원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음.

“곧 구독자 1000명이기도 하니까 q&a 한번 할까요?“


-오
-바로?

“네 지금 바로!”

내가 ‘바로‘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올라오는 질문들.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읽어내며 대답하려는 찰나,  질문부터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오팬무


“아...그게...”

-고소해야지 저건
-17살 여고생한테 오팬무?
-심지어 얼굴도 깐 애한테?
-차단

시청자들은 내 편을 들어줬지만 저 정도는 들어 줘도 되지 않을까?
네모미님의 방송을 보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던데.

나는 바지를 슬쩍 들춰보고는 작게 속삭였다.


“흰색이에요...”

-이걸 대답해준다고?
-이걸?
-ㅗㅜㅑ

“그, 빨리 다음 질문 읽어볼게요!”


-학교안감?

“전 자퇴했어요! 다음!”

-가족관계

“엄마, 아빠,  였어요!”

-왜 과거형임?

나는 입을 꾹 다물고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집주소

“이런건 넘길게요!”

 몇 주간 네모미님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에서 공개하면 안되는 것들.

애인, 뒷담, 주소, 핸드폰 번호 등등.

이미 교육을 끝마친 나에게  이상 개인 정보를 물어봤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때.

[네모미님이 10,000원 후원!]
-잘하셨어요!

집주소를 물어본 사람의 닉네임이 변경되더니 날아오는 후원!


3초간의 뇌정지.

만약 내가 주소를 말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만원을 받은 이상 리액션은 해야한다.


그건이 프로니까!

“네, 네모미님 안녕하세요...! 멍멍!"


어느샌가  후원리액션으로 정해진 개소리.


외칠때 마다 자괴감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멍멍보단 깨갱  어울릴꺼 같은데
-목소리 떨리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모미님 싫어함?

“싫어하지 않아요! 정말 엄청 되게 좋아해요!”

조금 겁먹은 것도 있기만 진심이었다.


[네모미님이 10,000원 후원!]
-저도 좋아해요!

“아앗...앗...네...멍멍!”


수치심에 붉게 물들었을 얼굴을 쓸어내렸다.


네모미님의 등장으로 갑작스럽게 끝난 q&a.

나는 아쉬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딸깍, 딸깍.  방송 페이지로 접속했다.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이 여러 게시물을 남기곤 했는데 방송시간도 남아있고 해서 한번 둘러보고 방송 종료  생각이었다.

-벌써 방종임?
-아 노잼
-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방종하지마

“앗”


내가 내 방송페이지로 들어온 것만으로도 내가 곧 무얼 할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시간을 가리켰다.

“저 오늘 오전 11시부터 지금 시간 오후 9시까지 풀로 방송했어요!”

그동안 먹은 거라곤 진라면 순한맛을 부셔서 과자처럼 먹은 것이 끝.
꾸르륵- 거리며 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스트리머들이 사준 컴퓨터, 가람님의 마이크, 불어난 시청자들로 기분이 좋아서 오랜 시간 방송했지만  이상은 몸이 받쳐주지 않았다.

몸이 무겁다.


-옆집은 48시간 노방종 하는데 에잉

“그분은 벌칙이잖아요!”


드래곤님은 현재 벌칙 수행중.

앞으로 12시간 남으셨나?


부디 살아남으시길.


내가 해봤는데 72시간까지는 안자도 안죽더라고요.


힘내세요!


나는 양손을 모아 기도하듯 중얼거리고는 여러 게시물을 건너 뛰었다.

게시물의 상태는 대부분 정상이 아니었다.

드래곤님과의 합방 이후, 꽤나 많은 말이 있었다.
근본도 없는 하꼬가 어째서 끼어있냐는 식으로 말이다.


애인이냐는 게시물과 댓글은 애교고 대줬냐는 모욕적인 말도 심심치 않게 확인 할  있었다.

나는 그런 게시물들을 넘기고 넘겨서 정상적인 제목을 찾아냈다.

[귀여운 고양이 짤]이라는 제목.


그리고 그 게시물의 내용은 고등어라 불리는 회색빛 길고양이의 사진.


“귀엽다...!”

-아 시발
-좆좆좆좆
-이걸 왜올림?
-차단 

귀여운 고양이 사진에 발작하듯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q&a를 진행했을 때와 비슷한 화력.


아니, 그보다 화력이 강했다.


“이, 이게 뭔데요?”

그냥 고양이 사진 아닌가?


-이번에 사건터진 좆좆좆좆이 학대하던 고양이임

아.


그렇게 말하니까 누군지 알겠다.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데려와 돌봐주는 사람 좋아 보이던 유튜버.

 유튜버의 첫째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애교를 찍으려고 일부러 밥을 굶겨서 애교를 유도했다고 했던가?

사람 좋은 척, 위장했던 악마가 들킨 이유는 터무니없었는데.
소통이라며 생방송중, 술을 마시고는 자신의 발을 핥던 고양이를 걷어 차버렸다.


“불쌍하다...”

-ㄹㅇ고양이는  죄임
-지 채널 터지니까 애들 쓸모없다고 생각한 건지 유기 했다더라
-카더라는 시발아
-진짜임
-그럼 카더라가 아니잖아
-진짜일껄?
-씹새가?


진짜 굉장히 나쁜 사람.
그런데 고양이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낯익다.


나는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는데?


문득 떠오르는 고양이 한 마리.

“...”

-왜 말 없어짐?
-방종함?
-갔냐?
-ㄱㄴ
-에라님?
-갔냐?

“...저 안갔어요!”

에이, 그럴리 없다.

그 고양이를 데려간 사람과 그 나쁜 사람의 얼굴은 전혀 달랐으니까.

하지만  일까.


조금 불안해졌다.

......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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