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방송 두 달째(2)
나는 가슴을 졸이며 휴대폰을 들었고 자료를 찾아봤다.
단순히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들었지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몰랐기에 즐겨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첫 페이지부터 그 사람, 아니.
그 쓰레기에 관한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확실히 큰 이슈긴 한가보네.
무심코 가장 추천수가 많은 게시물을 클릭하려다 멈칫.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만약 진짜 내가 아는 고양이가 맞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화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내가 아는 그 고양이가 맞다해도 어쩌려고?
내가 뭘 할 수 있지?
지금이라도 신경을 꺼버릴까?
나는 휴대폰을 노려보다 덮어두고는 침묵했다.
“...”
맞아, 찾아봐서 어쩌겠다고?
나는 스스로를 자조하며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너무나 무력하여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찾아볼 필요가 없지 않을까?
"……"
무언가 속이 메스껍다.
이기적인 걸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력감을 느끼기 싫은 것이 이기적 인걸까?
알고 있다, 만약 그 고양이가 맞다 하러다도 나를 탓 할 사람은 없다는 것을.
나는 이기적이지 않았다.
내 문제가 아니었다.
...
“그래도...”
나는 입술을 깨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확인 정도는 해봐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내가 아는 고양이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 고양이가 눈에 익은 것은 분명 흔하게 생겨서 일 테지.
데려간 사람과 얼굴도 다르잖아.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내가 굳이 이 것을 찾아보려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기만족을 위해서리라.
내가 아는 그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을 놓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아는 고양이는 분명 어딘가에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래.”
나는 내 생각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수긍하고는 게시물을 열람했다.
게시물 내용은 그 쓰레기의 영상 내용을 요약해놓은 것이었는데.
마침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었다.
‘까미’의 첫 영상.
10개월 전.
이것만 봐도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고양이는 1년 전이지 않는가.
“에이... 뭐야...”
걱정했던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그래, 역시 그럴리가 없잖아.
더 볼 것도 없었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가 고양이에게 애정을 준 적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인간적인 분노일까.
뭐가 됐던 이 사건이 화가 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모르면 몰랐되, 알게 된 이상.
감정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지 않던가.
첫 번째 영상은 굉장히 순했다.
그저 아는 사람의 딸이 길에서 책임감 없이 주워온 고양이를 입양 받는 영상.
욕설도 없었고, 고양이의 상태도 양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고양이 영상 또한 순했다.
다만, 게시물이 말하는 것처럼 어느 영상을 기점으로 구독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세 번째 고양이의 첫 영상은 ‘뒷다리가 절단된 고양이를 구조하였습니다.‘
네 번째 고양이의 첫 영상은 ‘학대를 당해 화상 입은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같은 자극적은 영상을 찍어냈다.
단순히 구조영상이었으면 일이 이렇게 까지 되진 않았겠지.
매니저와 편집자의 증언으로는 고양이의 뒷다리를 가위로 절단해내고, 고양이의 얼굴을 라이터로 지저버리는 만행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쓰레기 본인이 저지른 악행.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뻔뻔하게도 자작극을 꾸며 돈을 벌어들였다.
너무 역겨워서 더 이상 게시물을 읽기가 벅찼다.
저런 짓을 저지르고는 잘도 동물 애호가라는 가면을 썼구나.
잘도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했구나.
“진짜 쓰레기네...”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벼워졌다.
이 이중성을 뭐라고 말해야할까.
내가 아는 고양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저런 쓰레기 짓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한 분노.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드래그를 하여 다시 첫 번째 고양이를 바라봤다.
“역시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아니야.”
이제보니 털색도 살짝 다른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아는 고양이는 야옹, 울때 도, 저런 소리로 울지 않는다.
"음..."
뭐라고 울더라?
"야옹? 야-옹?"
비슷하게 소리내봤지만, 그 애매한 울음소리를 재현해 낼 수는 없었다.
어쨌든, 좀 길게 우는 편이었지.
영상속 처럼 짧게 끊어서 운적이 없었다.
내가 아는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상황.
그런데도 계속 찝찝한 기분이 남는 이유는 뭘까?
개운하지가 않다.
이것 역시, 사건에 대한 불쾌감이 원인일까?
하긴 이런 글을 보고 마음이 개운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거겠지.
스스로 납득하고는 글의 첫 부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금 전에 봤던 첫번째 영상을 재생.
다시봐도 역시나, 조금 다른 것 같다.
...
아니.
"잠시만."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까미의 첫 영상을 다시 처음부터 확인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고양이를 건네받아 집으로 온 쓰레기는 우산을 말리기 위해 펼쳐 놨는데 그곳으로 고양이가 뛰어들었다.
마치, 그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듯이.
쓰레기를 올려다 보며 우산 안에서 몸을 웅크린 모습.
"...어?"
나는 급하게 까미가 나오는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유튜브의 영상은 전부 내려갔지만 그것들 옮겨 놓은 흔히 말하는 박제 채널이 존재했다.
“이것도... 이것도...?”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 옆에 몸을 웅크리는 모습.
우산을 좋아하는 걸까?
우연인 걸까?
-우리 까미가 우산을 정말 좋아 하네요 하하...
듣기 싫은 쓰레기의 목소리가 내 생각이 맞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다시 확인해봤다.
내가 분명 잘못 본 것이다.
요즘 잠 잘 못자지 않았던가.
분명 잘못 본 것이다.
잘못 본 것이어야 한다.
다시 재생.
하지만 그 장면은 변하지 않았다.
"...하하"
요즘 피곤하긴 한가보다.
이런 것이 계속 보이다니.
털색도 다르고, 우는 소리도 다르잖아.
그럴리가 없어.
아니야.
아니잖아.
“이러면 안 되잖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나는 입술을 피가 터질정도로 씹었다.
비릿한 맛과 향.
피가 키보드에 뚝뚝 흘렀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부정했다.
그래, 착각일 거야.
단순히 우산을 좋아하는 고양이 일수도 있잖아.
믿을수 없는, 믿기 싫은 상황에 평소에 억눌려 있었던 감정따위가 요동친다.
나는 다시금,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래, 그걸 보면 확실해 질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눈을 부릅 뜨고.
5분 13초.
아니다.
5분 43초인가.
아니다.
5분 53초.
찾았다.
고양이를 건네 받는 부분.
얼굴이 찍힌 것은 없었지만 그 목소리만은 기억났다.
-저희 까미 잘부탁드려요...
울음이 섞였지만 나는 내가 기억하는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고마워요, 정말로]
비슷했다.
-어머니가 고양이를 싫어하셔서...
[길고양이치곤 상태가 좋더니]
정말로 비슷했다.
-죄송해요...
[역시 돌봐주시는 분이 계셨구나]
…똑같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딴 식으로?
그 여자아이가 확실했다.
"아니..."
그럴거면 왜 데려간거야.
책임지지 못할 꺼면 왜 나선거야.
하다못해 다른 사람에게라도 맡겼으면...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거야...?
내 잘못인가?
또 내 잘못인가?
“이..이..!”
이러면 안되잖아!
나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어!
그래서 포기했던 거야!
이런 걸 바라지 않았어!
“개같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키보드에 머리를 쳐박았다.
쾅-쾅!
키보드 키가 몇개 떨어져나갔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을 틀어막는 무언가가.
죄책감이, 후회가, 미련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어...”
그래서 미련을 접었던 거다.
이런 결과를 바라지 않았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다.
"이건 진짜 아니잖아…?"
그렇잖아?
응?
제발...
“내 착각인거지? 내가 오해하고 있는거지?”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려보지만, 이제는 또렷하게 기억이 나버렸다.
그 특유의 얼룩, 데려간 부잣집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우산속에서 웅크린 그 모습까지.
털색이 다르게 보였던 것은 단순한 조명의 차이였다.
멍청하게도 그걸 지금 알아버렸다.
“또야...! 또! 씨발....”
또 나 때문이야!
내가 데려왔어야 했어!
억지를 부렸어야 했다.
옷이 좋아보인다고, 돈이 많아보인다고, 그렇게 허무하게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잘못이었다.
뿌득- 입술이 터졌다.
피가 터졌다.
“찾을 거야...”
분명 그 쓰레기가 유기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찾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나를 싫어할 것이다.
내가 그 지옥으로 보내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하지만, 그것은 내가 감수해야할 당연한 문제.
그 쓰레기가 유기한 모습은 똑똑히 영상으로 찍혀 글로서 박제되어 있었다.
장소가 나와있었다.
멀다, 하지만 멀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가자.”
나는 외투를 입고 현관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