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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방송 두 달째(3) (13/143)



〈 13화 〉방송 두 달째(3)

택시에 올라탔다.
요금이 얼마가 나오던 상관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빠르게 도착하길.


그리고 고양이가 무사하길.


유기한 날짜는 대략적으로 나흘 전.
고양이가  자리에 머물러 있을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까웠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발...”


택시기사가 정치가 어쩌고, 대통령이 어쩌고, 뭐라고 지껄이긴 했지만 무시했다.

징-

핸드폰이 울렸다.


네모미 : 무슨 일 있어요?
아람 : 무슨 일이야?

나는 피가 터져 따끔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방송마지막, 내가 보인 모습 때문에 걱정을 끼친 모양이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괜찮아요’를 치려다 잠시 멈추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괜찮지 않았다.

혀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나는 눈을 감고  단어를 만들어 보내었다.


‘도어ㅜ주세요’


도와주세요.


면목 없다.

맨날 받기만 하고, 해줄  있는 것은 없고, 하지만.


“한번만 더 도와주세요...“

지금 찾으려는 고양이가 만약 잘못되어 버린다면, 나는 버티지 못할  같았다.

누군가는 나를 비웃을 지도 모른다.
나보고 바보라고 손가락할지도 모른다.

그깟 고양이 하나 라고.
쓸때 없는 것에 힘을 쏟는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깟 고양이가 아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란 속에 빠져있던 나에게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아이였다.


정신과에서 귀찮은 티를 팍팍내는 의사와의 1분 짜리 상담보다  고양이와의 찰나가 더욱 따뜻했다.
아무것도 아닌,  따듯함에 구원을 받은  같았다.

수면제 없이 잠을 못자던 내가 수면제 없이 잠을 잘수 있게 되었던 것도 그때 쯤이었다.

 그 고양이와,  친구와 함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였기에, 행복하길 바라기에 포기했었다.

눈물이 툭- 휴대폰 위로 떨어졌다.

평소에 약해보이지 않게 꾹- 참아왔던 감정들이 일순간 터져나가 수습 할  없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친구가 고통에 빠졌다.

그렇다면 내 잘못된 선택으로 벌어진 일이라면 내가 수습해야 마땅했다.

영원같은 침묵 속, 답장이 도착했고 나는 울면서도 환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네모미 : 어디야?
아람 : 도와줄게!
가람 : ?


정말로 착한 사람들이다.

-

도착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어두운 공원.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인지 가로등도 몇 개가 고장나 켜지지 않았다.

 장소에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아람, 가람, 네모미님.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됐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드래곤 오빠는 집이 부산이라 올라오는데 꽤 걸릴 거야”

아무 말 없이 나를 도와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 그들은 짜증내는 기색없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여기 거기네”


가람님은 이 장소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씹새끼가 고양이들 유기한 곳, 맞지?”


“네...”


나는 가람님의 말에 움찔거리면서도 지금 내 상황을 덜떨어지는 말솜씨로 전했고 이에 사람들은 내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었다.

“네 탓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잘못이 있다면 그 새끼탓이지.”


가람님은 욕설을 섞어가며  등을 두드려 줬고, 아람님과 네모미님은 결연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러니까, 그 까미를 찾으면 된다는거지?”


“네...”


벌써 나흘이나 지났다.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헛고생 시키는 거냐며 욕을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는 이제  들려올 욕설에 대비했지만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아직 이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고, 고양이를 찾는다고 한들 잡을 수도 없을 거야”


학대를 당했으니, 경계가 심하겠지.

가람님의 말에 나는 “죄송해요”를 조그맣게 말했지만 가람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아람이랑 나는 B코스를 찾아볼게”

“도와주시는건가요?”


“도와달라며?”

마치 뭔 말이냐는 듯, 웃으며 투덜거리는 가람님.

“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


“그럼 내가 에라님과 A코스?”

네모미님이 손을 번쩍들며 자신을 어필했고 가람님과 아람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없는 대답에 네모미님은  허리를 감싸 끌어안고는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부벼댔다.


“언니만 믿어!”


“...네...”

조금 부끄럽다.

“가자”
“응”


가람님과 아람님이 먼저 움직였다.

“저 커플은 사귄지 4년이나 지났는데 떨어질 생각을 안하네”


“네..?”


“응? 아! 못들은걸로 해줘! 우리도 찾자! 네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자신을 찾아주길 말이야...”

가람님과 아람님이 사귀는 사이였다니.


무언가 들어선 안될 비밀을 들은  같았지만 네모미님 말대로 그것은 나중에 알아봐도  문제.

지금은  친구를 찾은 것이 먼저였다.


대뜸 소리지르며 찾는다면 십중팔구 도망칠 것이 뻔했기에 우리는 눈으로 훑어가며 걸음을 옮겼다.

비좁은 곳, 사람이 다지니 않는 길까지, 샅샅이.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독였다.

1시간이 지났다.


2시간이 지났고, 3시간이지나갔다.


없는걸까?

벌써 다른 곳으로 떠난 걸까?

한걸음을 옮길때마다 마음에 돌덩이가 하나씩 얹어지는 것만 같았다.


전부 내탓 같았다.


그때 내가 조금만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그때 내가 그 아이를 믿지 않았다면.

그 쓰레기가...


수없이 많은 '만약'이 머리속을 훑었다.
그리고 그 만약은 나에게 후회를 심어줬다.


울고 싶었다.
마음껏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랬다는 죄책감이 목구멍을 틀어막아 우는 것 조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속 편하게  자격따윈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너를 그렇게 보내는게 아니었어.


나는 이내 자리에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지쳤어?"

네모미님이 거친 숨을 참아가며 나를 쳐다봤다.
우리가  공원에 온지 벌써 5시간이 지났다.

조금만 더 지난다면 아침이 밝아오겠지.


드래곤님도 한 시간 전 도착해서 고양이를 찾는 것을 돕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도와달라고만 하지 않았어도…"


"있잖아 에라야, 아니 본명은 뭐야?"


진지하게,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네모미님의 표정에 나는 움츠러들었다.

"서연… 백서연이요…"


내 이름, 백서연.


"그래, 서연아. 이런 말 하기엔 뭣하지만 찾을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는 네가 도와달라고 해서 모였어, 너를 돕기 위해서 말이야… 근데 있잖아, 그 사람들이라고 모를까?"


 곳에 고양이가 있을 확률이 적다는 걸?
애초에 찾기전에 가람오빠도 말했었지?


나는 눈물을 글성인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내 모습에 네모미님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훔쳤다.

그 손길이 어째서인지 너무 상냥해서 더욱 미안해졌다.

"우리는 너를 도와주고 있어, 만난지 고작 한달도 안된 너를, 진심으로 돕고있어."


"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자, 네가 포기해버리면  일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려."


"고마…"
워요.

를 말하려는 순간 걸려오는 전화.


아람님이었다.


-찾았어! 여기 그, 여기가 어디야?! 아니, 그냥 위치 찍어줄테니까 당장와!

네모미님과 나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다 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했다.


위치와 함께 올라온 사진 한장.


누군가 버린 우산 아래 자리잡은 안쓰럽게 마른 고양이.

그 사진을 보며 '아...아...'거리며 굳어버린 나를 보고는 네모미님이 먼저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서연아! 뭐해! 뛰어!"


찾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뛰었다.

숨이 차왔지만, 그 고양이가, 내 친구가 아직 그 장소에 있길 바라며 뛰었다.

네모미님이 먼저 앞서 나갔다.

나는 뒤처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뛰었다.



미안함? 후회? 무서움? 두려움?


잘 모르겠다.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감정 또한 아니었다.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가움또한 아니었다.

무슨 감정일까.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르겠다‘라는 이유로 내가 발걸음을 멈출 이유는 없었다.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폐가 찢길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몇 번이고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뛰었다.



가로등이 지나갔다, 가로등이 또 지나갔다.

뛰어갈수록 풍경이 지나갔다.




얼마나 뛰었을까.



5분?



10분?


15분은 뛴 것 같았다.


그리고  멀리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숨이 차올랐다.




그냥 모두 내팽겨치고  자리에서 드러누워버리고 싶었다.



"끄학…!"



그럴 수 있을리가 없지 않는가.

겨우, 겨우 만나게 되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포기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윽....하아...!”

포기하지 않았고 이내 도착했다.


갑작스레 멈춰서자 세상이 핑- 돌았고, 구역질이 치솟아 괴로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 어디.. 하으... 어디있어요?”



아람님과 가람님, 네모미님이 한 곳을 가르켰다.

사진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 쓰레기장에 버려진 우산.

그 속에 안쓰럽게 마른 고양이 한 마리.



나는 무심코 다가가려다 멈췄다.

저 아이가 나를 알아 볼까?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과연 알아볼까?




못알아 볼 것이다.


분명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에 상처받기 싫어 나는 역겹게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에 네모미님이 내 어깨를 툭 밀었다.




나는 그 신호에 나도 모르게 앞으로  발 자국 나섰다.


고양이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올려봤다.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나는 심호흡했다.


못알아보더라도, 도망치더라도 아파하지 말자.

나보다  아팠을 테니까.

여기서 내가 도망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마른 침을 삼키고 다시 한발자국, 그리고 또 한발자국.


내가 다가서자 학대당한 고양이는 짧게 하악- 거리며 나를 경계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고양이와 시선의 높이 맞췄다.



천천히 손을 뻗어 보았다.

고양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뒷걸음질 쳤다.


기다렸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알아보지 못해도 좋아.

다가오지 않아도 좋아.

여전히 네가 행복하길 바래.


마음이 닿았을까, 20분이 지났을 무렵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 거리더니, 천천히 다가와 내 손등의 냄새를 맡았다.



알아보는 걸까?



진짜로?

나를 알아보겠어?

내가 손을 움직일 때 마다 움찔! 거렸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고양이를 쓰다듬어줬다.



고양이가 잔뜩 긴장했다.

다만 긴장했을   손길을 받아들여줬다.


무방비한 골골골- 거리는 소리.

“하하...”




 아직도 기억하는거니?

“우린 먼저 가볼게”


“수고했어요 다들”


“뭔소리야 넌 나랑 같이 가야지?”

“아...!”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이 떠났다.




고양이와 나만 남았다.

나는 나를 아직도 기억해주는 고양이를 살포시 끌어 안아줬다.




고양이는 내 뺨에 얼굴을 비벼주었다.



-




드래곤 : 내가 니들한테 뭐 잘못 했냐?



그날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고양이는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모습은 평화로웠다.



다만 나는 전혀 평화롭지 못했다. 그저 떨리는 손으로 드래곤님께 사죄를  뿐이었다.



우리가 고양이를 발견하고 난 후의 일이었는데.


우리가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배터리가 나가버려서 못들은 드래곤님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후 1시까지 고양이를 수색했었다.




그리고 지쳐버린 드래곤님이 편의점에서 밥을 먹으며 핸드폰을 충전시켰는데.




그때서야 본 것이다.


우리가 이미떠났다는 것을.

끄아아악...

왜 잊고 있었지?!




이건 너무 배은망덕한 것 아닌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죄책감에 버둥거렸다.


드래곤 : 아니,,, 쒸이이벌,,, 늙었다고,,, 따돌리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네모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래곤 : 근데 아람이랑 가람은 어디있어?




네모미 : 모텔?



드래곤 : ?




모텔?

음...



나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컴퓨터 옆에 올려놓았다.




“방송해야지...”


그나저나 '이제와서' 라고 말하기에도 늦은 것 같지만 어제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드래곤님과 네모미님, 아람, 가람님이 도대체 내 어디를 보고 이렇게 까지 도와주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들과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안보는 음침한 하꼬방송인에 불과했는데.




처음부터 품었을 의문점.



그것이 몸집을 키우고 있었다.



...




고양이가 일어나 기지개를 피더니 다가와 무릎위로 폴짝 올라왔다.



그리고는 무릎에 꾹- 꾹-


처음 보였던 경계심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줬다.

"응…"



그래, 고민 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잖아.



언젠간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저 감사하며, 그저 고마워하며, 천천히  빚을 갚아나가자.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방송을 키자마자 들어오는 시청자들.

1, 3, 9, 19, 24, 43. 그리고 마침내 70.



“리하!”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 크게 소리쳤다.


-리하

-ㄹㅎ

-ㄹㅎ

-리하!


-ㄹㅎ

나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할 게임은…! 스컬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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