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방송 두 달째(10) (20/143)



〈 20화 〉방송 두 달째(10)

지금 시간은 오전 6시.
이웃이 출근을 하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방송을 켰다.

공지도 하지 않은 기습 방송.

시청자가 있을 턱이 없었다.

시청자  0.

오랜만이네, 저 숫자.
딱히 그립진 않다.

"응,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지금 시간에 방송을 보러 오는 시청자가 있었다면 조금 질려버렸을 것이다.

일단 시청자들이 모일때 까지 유튜브 정리라도 하고 있을까?

나는 흥얼거리며  채널로 들어갔다.


구독자 수 7600.
가장 최근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672.
좋아요 26, 싫어요 19.


댓글 7개.

-좆같이 못하네
-쟤 저기서 뭐하누
-제 채널에 들어오시면 2만원…




"음, 좋은 소리는 없구나"

뭐, 이건 이것대로 좋았다.


좋은 댓글을 보게 되면 또  없나하고 몇 시간이고 새로고침 하지 않던가.

나는 나를 잘 알았다.

손목을 긁으며 영상을 재생.

스컬소울 아오오니를 부려먹고 뒤틀린 나무에 사망까지.

11분가량의 영상.


역시 편집을 직접하다보니 꽤나 조잡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역시 전문 편집자를 따로 구해야 하는걸까?

그리고 캠을 주 컨텐츠로 하지 않을꺼라면 캐릭터도 하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를 이용한 썸네일이랑 인, 아웃트로도...

뭔가 시작하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포기하자…"

다 돈이다.

그리고 나는 돈이 없었다.

지금 당장 유튜브를 건드리기엔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웠다.

"에휴…"

-왜 벌써 킴?

오 시청자다!


"안녕하세요!"

어제의 마음가짐을 되새김질 하며 방긋 웃었다.

자! 이제 뭐라고 말할테냐!

-오팬무?

예상한 질문이다.
나는 바지를 살짝 들춰보고는 당당하게 외쳤다.

"검정색이에요!"


고작 이거 뿐인가!
예상되는 채팅은 ㅗㅜㅑ.

-ㅗㅜㅑ

맞췄다!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나니 뭔가 묘하게 부끄럽다.

어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벌써 시청자가 3명이 되었다.


"님들은 출근 안해요?"

-시발아
-이걸 때리다고?

"아앗…"


건드려선 안되는 것을 건드린 것 같았다.

"그, 그으… 시참 게임 하실래요…?"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려 말을 돌리자 다행히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뭔 게임?
-메 하자
- -메-

"메는 그, 좀, 아니고, 음… 여러분은 무슨 게임하세요?"

제가 여러분에게 맞춰드릴게요!


내 당당한 모습에 'ㅋㅋㅋㅋㅋ'로 도배되는 채팅창


뭐가 그렇게 우스운걸까.

나도 한다면 잘하는 사람이다.

시청자가 늘어 어느덧 7명.


-카트 어떰?
-나도 가능함ㅇㅇ
-뭔 소리?


이제 들어온 시청자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

나는 간단하게 지금 상황을 설명을 해줬고, 내 말에 다들 참전하겠다 의욕을 불태웠다.

마침 인원도 나 포함 8명!


풀방!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째서 카트를 고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빨주노초파남보, 그리고 무지개.

8단계로 이루어진 등급중, 초록훈장의 등급 아니던가!
안한지는 꽤 됐지만 질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전 7시도 안된 시간.

카트에 접속했고 방을 팠다.

[개고수리에라방]


진지하게 적은 방제목에 흡족해하며 채팅창을 바라보니 모두가 비웃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요…?"

초록이면 나름 높은 등급!
나는 뾰로통하게 중얼거렸고 이내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무지개, 무지개, 또 무지개, 그리고 무지개.

7명 전원 무지개.

"님들… 뭐에요?"


솔직히, 진짜 솔직히.
이시간에 방송 보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이시간에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정상일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여러가지 의미로.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을 포기할 순 없었다.

"팀은 어떻게 할까요?"


-개인전ㄱㄱ
-ㄹㅇㅋㅋㅋㅋ 누가 팀전함
-녹딱이 누가 데려간다고

"우으으…"

초록등급이 이렇게 무시당할 등급은 아닌데…!

 꿍얼거림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디서 초록이 무지개들에게 덤비는가

나는 눈물을 머금고는 개인전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 있다면 이들이 내 시청자라는 것.

"봐, 봐주실꺼죠…?"


여러번 말하지만 이 시간에 내 방송을 보러와주시는 분들이다.

나를 아끼는 분들 아닐까?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아니?
-내가 왜
-ㅋㅋㅋㅋㅋ


분명 말로만 저러시는 거겠지.

로딩이 끝났다.


내 양옆으로 있는 고급스러운 차량들.
그에 반해 내 차량은 꼬질꼬질해보인다.

그렇게 안좋은 차량은 아니거늘.

나는 입술을 가볍게 물어뜯고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패, 패널티로 시작부스터는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그것만 아니라면 의외로 할만할지도 모른다.


-ㅇㅇ
-ㅇㅋ

시청자들도 허락하셨다.

벌써  필요는 없는거다!

나는 쉬프트 키를 눌러 시작부스터를 사용,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금방 따라잡히겠…지…만…?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꼇다.

"뭐에요?"


시청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긴 하는데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역시 봐주는구나…!

생글생글, 이를 보이며 바보같이 웃어보이고는 재빠르게 코스를 진행했다.

역시 시청자들은 나를 좋아해!

그럴 줄 알았어!




코스의 반을 돌았을 무렵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 너무 봐주시는거 아닐까?

"여러부운... 오고계세요오...?"

혼자 게임하는 느낌.

나는 고개를 갸웃 거리고는 의문을 표하다,  멀리서 보이는 모습에 손을 키보드에서 때버리고 말았다.

좁은 길목.

점프구간.

부스터를 사용하여 단숨에 넘어가야하는 구간이자, 단 한번이라도 부딪치면 넘어  수가 없는 곳.

스트리머들의 통곡의 벽.

 자리를 지키는 일곱명의 무지개들.


"역시 시청자들은 나를 싫어해…!"


험한 꼴을 겪게 될 것이다.
 미래가 보여 눈물이 고였다.

"저, 저를 아껴주세요!"


내 외침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무지개의 피지컬로 가는 족족 고의로 부딪쳐 떨어트린다.

그러기를 20분 째.

한 번은 실수할 법도 하건만, 일곱  전원이 실수 할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수렴했고, 나는 그저 손만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었다.

“왜에...! 왜!”


울컥 치솟은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는 이를 바득 갈았다.

왜 이렇게 까지 막아서는거야

"우긋..."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고.


나는 시간이 널널하다!


이제부터는 시간싸움이었다.

저 사람들이 질려하던가, 내가 포기하던가.
내 순수 실력으로 저 곳을 돌파하는 것은 무리였다.

냉정하게 바라보자.

그래, 처음이야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도 끝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30분이 되고, 1시간이 되도 과연 재밌어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 한들, 그럴 리가 없었다.

-

너무 쉽게 생각했다.
나는 눈물을 글성이며 그것을 인정할  밖에 없었다.


“하지말라고오...”


내 실수다.


이 시간에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3시간째다, 3시간째!

“시청자들은 나를 진짜로 싫어해...진짜 진짜 싫어해..."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까지 괴롭힐 수 있을까?

-흐즈믈르그
-ㅋㅋㅋㅋㅋㅋㅋ
-아껴달래서 격하게 아껴주자너
-ㄹㅇㅋㅋ


채팅창에 미간이 꿈틀거린다.


시청자 수는 13명.


“...안해”


꿍얼... 불만을 작게 내뱉었다.

어제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지금은 그저 세상서럽고, 시청자들이 살짝 미워졌다.


짓굳은 장난도 다 받아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3시간동안 하는 것은 또 다르지 않은가!

나는 손으로 키보드를 쾅쾅 내리쳤다.

강하게 내려치면 아프니까, 조금 살살...!

“니들 다 나빠...!”

안말리는 시청자들이나 몇 시간째 나를 괴롭히는 시청자들이나!

다 밉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서럽고  억울해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이걸 우리를 탓한다고?
-인성
-ㅋㅋㅋㅋㅋㅋ


“지나가게해줘! 지나가게해줘! 지나가게해줘!"

-반말?


“지나가게 해주세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

 방금 선 넘어버렸다.

끄으으으-...

괴성을 내질렀다.

시청자들에게 반말이라니, 뺨을 짝- 소리 나게 두드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볼은 화끈거리지만 흐릿해진 시야가 조금은 맑아졌다.


“죄, 죄송합니다!”

제대로 하자.


근데 다른 스트리머들에게 ‘막자’를 할때는 늦어도 3~40분이면 비켜주던데...


나는 왜 3시간이야...

왜나마안...


“앗, 안돼“

-?

무언가 굉장히 억울하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무의식적으로 시청자를 향했다.


이건 꽤 위험한 일이다.

나는 하꼬다, 운 좋은 하꼬!


 주제를 알아라 리에라!

만약 내가 말실수로 시청자들을 후벼 판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것이다.

나름 많은 방송을 보지 않았던가?


운이 좋은 하꼬가 여태껏 나 하나뿐일리 없었다.


다만, 그중 다수가 그놈의 말실수로 방송인생을 끝장낸 것 아니던가.

하꼬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방송을 업으로 삼던 이들이 한순간 무너지는 이유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을 뽑으라면 나는 말실수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머릿속에  사실을 꾸역꾸역 주입했다.


“말조심...말조심...”

-정신나가버렸네
-애도
-3시간이면 정신 나갈만하지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웅성거렸지만 나쁜 반응은 아니다.
다행히 내 실수를 탓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시, 시작할게요!”

계속 말이 헛나올 것 같아 마른 침을 삼키고는 컵에 든 냉수를 그대로 뒤집어 썼다.

촤아악-

"차, 차가워...!"


생각보다 차갑다!

갑작스레 바닥에 물이 쏟아지자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 가버렸지만 덕분에 정신은 돌아왔다.

"으응..."


에-췻!

기침한번.

너무 과장된 행위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상태가 지속됐다면 분명 시청자들에게 욕을 박았으리라.

-뭔 소리?
-???
-뭔데?


물소리에 놀란 시청자들.


나는 그 모습에 입꼬리를 한껏 올리다 으슬으슬 떨려오는 내 몸을 바라보았다.

차가운건 둘째치고 축축하다.

그리고... 옷이 몸에 달라붙었다.

“...비치네...”


-뭐가?
-캠방ㄱㄱㄱ
-ㅗㅜㅑ


다행이 캠은 켜져 있지 않아 정지의 위험은 없다.

설마 또 갑자기 캠이 켜지진 않겠지.

“갈아입고 올게요!”


부스럭거리며 자리를 벗어나 홀딱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는 새 옷을 꺼내입었다.


... 옷에서 미묘하게 곰팡이 냄새난다.


-

리에라가 막자들과 싸우고 있을 때.


리에라의 영상이 이곳저곳에 퍼지고 있었다.

바로 어제자 방송사고 영상을 짧게 토막낸 영상.


그랜절하다 엎어지는 영상.
노래부르는 영상.
고양이에게 애교부리는 영상.
고양이에게 패배하는 영상.
설탕물 먹는 영상.


등등, 영상의 종류만 나눈다면 족히 10개가 넘는다.

방송오류라는 심각한 상황을 지나치더라도, 리에라의 행동은 워낙 기행적인 행위를 했었으니까.

꽤나 재밌는 모습이었다.


키작은 여자애가 헛짓거리하는 귀여운 모습.

그 귀엽고 안쓰러운 모습은 박제당해 여러 방송들로 수출 당하기 시작했다.



[고로시님이 5,900원 후원]
-이것좀 보십쇼


“이게 뭔데여?”

여우귀가 달린 미소녀는 과장되게 갸웃거리며 미소지었다.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같은 모습.

9만 구독자, 버츄얼 스트리머 '라라'


-


[시네님이 8,900원 후원]
-얘 커여운데 합방ㄱ

“타스 언급밴이에요”

짜증을 숨기지 않고 불평을 내뱉듯 쏘아붙인, 19만 구독자, 노래방 컨텐츠 원툴 스트리머. '독스'

-


[아껴주세요님이 3,900원 후원]
-함봐라 귀엽다 이거

“또  보낸건데?”


방송 뭐하지 라며 귀찮음을 티내던, 13만 구독자, 종합게임 스트리머. '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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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라방송수출용계정님이 5,900원]
-네모미님 이거 봄?


“오늘만 7번째 보는거 같은데요...내가 아무리 리에라님을 좋아한다지만...”

한숨을 푹 쉬는 12만 구독자, 여캠스트리머. 네모미

리에라가 막자들과 이를 갈며 싸우고 있을 때, 리에라의 방송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오전이라 화력은 떨어졌지만, 차근차근.


리에라의 인지도가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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