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방송 두 달째(11)
시청자들이 들어온다.
예상은 했다.
방송을 킨지 꽤 됐고, 시간도 지났으니까.
이제서야 확인한것이리라.
시청자 수 60명.
오전 시간대라 세자릿수는 안됐지만 이만해도 충분한 성과.
다만, 나는 그것을 마음 편히 좋아할 수 없었다.
4시간이 다될 무렵, 시청자들의 배려로 한바퀴를 돌 수 있었지만, 게임이 끝나는 것는 조건은 3바퀴 완주.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건만 또 막자에 막혀버렸다.
냉수도 뒤집어썼겠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욕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내가 오늘 이후로 카트를 하면 그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으그극...”
이를 꽉깨물어 참는 사이, 갑작스러운 후원들 터져나왔다.
[오팬무님이 3,000원 후원]
-여기가 그 방송사고방 맞나요?
“오팬무님...삼 천원 감사합니다...! 팬티색은 흰색이고요, 방송사고는... 뭐죠?”
방송사고라니.
내가 실수 한 적 있던가?
혹시 아까 반말한게 문제 됐나?
그렇게 심한 행동이었나?
아니면 어제 일을 말하는 건가?
어제일을 말하는 것이라면 확실히 방송사고라 불릴만 했다.
방송이 안 꺼지고 예정도 없는 캠방까지 하게 됐으니까.
게다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까지.
"느으으...!"
다시 떠올리기도 싫다.
-방송안꺼진거요
-어제ㅇㅇ
-벌써 까먹음?
-기억력 수준;
오팬무님이 가르키는 것은 다행히도 어제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기에 허리를 쭉 피고는 배를 살짝 내밀었다.
나는 당당했다!
오늘 일어나서 방송보다 먼저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방송플랫폼 본사에 영문 메일을 보낸 것.
물론 번역기를 돌렸지만, 알아듣긴 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번역기를 썼다는 점이 아니라 내가 감히 따질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당당하다는 것이다.
“저는 명백하게 피해자에요!”
-누가 뭐라함?
-눈물 흘리기 전까지는 피해자 아님
-ㄹㅇㅋㅋ 빨리 울어라
여전히 짓궂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 내 방송을 보러 와주는 소중한 시청자들.
그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비록, 가끔 욕이 튀어나오려고 하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진심을 담아 모니터에 허리를 감사를 표했다.
“저는 시청자분들이 좋아요...”
-웩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기껏 용기내서 말했더니 '웩'이라니!
조금 너무 한거 아닌가?!
...
그나저나, 방송사고 이야기는 갑자기 왜 꺼낸걸까.
“그건 왜요?”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예 키보드에서 손을 땠다.
어차피 못뚫는거 이상대로 노가리나 까자.
상대는 4시간동안 방심하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오전내내 자리 한번 안비우다니.
저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차피 남는 것이 시간인 분들이었다.
내가 잠시 딴 짓 한다고 뭐라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때자마자 찌릿- 거리며 통증이 찾아온다.
“하윽...”
4시간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반동일까.
손을 풀며 후원을 건네줬던 시청자의 닉네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처음 오신분일까.
“새로오신 분?”
시청자 층이 워낙 고정되어 있다 보니, 외우는 것은 아니더라도 닉네임의 낯익음 정도는 구별할 수 있었다.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분은 새로 오신 분이 맞았다.
그런데 새로 오신 분이 방송사고이야기를 꺼낸다고?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문득 한가지 가정이 떠올랐지만, 그것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정이었음으로 손이 잘게 떨렸다.
“혹시... 누군가 수출했나요...?”
내 방송을 안 보던 사람이, 내 방송사고 소식을 알고 있다?
그것 밖에 없지 않은가!
-넹
긍정하는 대답!
나는 불안한 마음에 대답을 질문으로 돌려줬다.
“호, 혹시 저희 시청자가 민폐를 끼쳤나요?”
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그 재미없는 것을 수출하고 다니다니...!
-민폐라니;
-말이 좀 심한데...
- ㅡㅡ
“으아... 그걸 왜 수출하는거에요...”
분명 욕먹었을 것이다.
그런 영상을 뿌리고 다니면 나같아도 밴을 했을 테니까!
혼자 궁상맞게 헛짓거리하는 방송을 도대체 누가 좋아한다고!
“망했어여...”
혀가 풀렸다.
그렇다고 수출을 한 시청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
수출된 내용들은 다름 아닌 내가 한 행동들 일테니까.
밥으로 설탕물을 마시고 고양이에게 지는 폐인을 도대체 누가 좋아할까.
“흐어어어엉...”
어이가 없어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소리로라도 울어보았다.
이걸 어쩌지, 스트리머 분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해야 하나.
스트리머 분들은 그렇다 치자.
그 방에 존재하던 시청자들은 나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벌써부터 두렵다.
“...그, 일단 제가 대표로 사과를 드릴게요...”
우리 시청자들이 조금 모난 구석이 있긴 했다.
그렇지만 벌써 여러번 언급했다 시피 내 시청자들이다.
물론 내 방송만 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 영상으로 벌어진 일이니, 내가 사과해야 마땅하겠지.
“미안해여...”
고개를 숙여 사과를 건넸지만 오팬무님은 ‘ㅋㅋㅋㅋㅋㅋ’만 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이게 사과할 일인가ㅋㅋㅋㅋㅋ
-얘 좀 어리버리함 이해해줘
-ㄹㅇㅋㅋ
-사과할 일아님ㅋㅋㅋㅋ
-개씹노잼동영상이면 모를까 ㅈㄴ재밌는데 왜 사과함
-ㄹㅇㅋㅋ 님 영상 인기동영상까지 올라감ㅋㅋㅋ
“...베스트요?”
들어서는 안될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나는 눈을 비비고는 다시한번 채팅창을 바라봤지만 '베스트'라는 단어는 지워지지 않았다.
내 영상이 인기동영상에 걸렸다고?
설마 진짜로?!
내가 올린 영상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로 한 것일까?
"진짜...?"
-ㄹㅇ임
-왜 못믿누
-확인ㄱ
시청자들의 증언.
나는 급하게 게임을 꺼버리고는 유튜브를 들어갔다.
지금 4시간째하고 있는 막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인기 동영상이라니?
말도 안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 채널을 확인하자, 가장 높은 조회수가 2.7만.
정확히 어제 자기 전에 확인한 조회수가 26,984.
조금 오르긴 했지만, 미미한 수치였다.
심지어 어제 자러 가기전에 확인한 좋아요가 99, 싫어요가 53이었는데.
지금 확인하자 좋아요는 그대로에 싫어요만 3개 늘어났다.
인기 동영상을 차지하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조회수인 것은 물론이고, 반응까지 나쁘다.
하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유튜브에는 인기 동영상을 갈만한 영상이 없었다.
괜한 기대에 실망감이 찾아왔다.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멋대로 기대한 나도 나쁘지만 먼저 속은 것은 시청자들.
나는 불평을 토해냈다.
나름 4시간째 노력하던 게임도 끄고 확인한건데!
...
게임을 끈 건 사실 도망치기 위해서지만, 어쨌든!
“거짓말 치셨어...!”
-님 채널은 ㅈ노잼이라 인기 동영상못가요ㅋㅋㅋ
-팩트 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말고 리에라 방송사고 검색ㄱ
-님 유튜브말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영상이 내 유튜브에 있지 무슨...?"
저렇게 까지 말하다니.
진짜 뭐가 있긴 한 걸까?
아니면 다들 짜고 나를 놀리는 걸까.
나는 한번 더 속는셈 치고 검색창에 시청자들이 불러주는 그대로를 적었고, 이내 최상단에 뜨는 영상을 발견했다.
조회수 413,546.
좋아요 5,992개, 싫어요 139개.
인기급상승 14위.
“이, 이게 뭐에요?”
이런 폭발적인 반응 처음 본다.
이게 정말로 내 방송사고 동영상이라고?
영상을 틀자마자 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나와 그대로 일시정지를 누르고는 댓글창을 확인했다.
-귀엽다
"윽..."
첫 댓글부터 예고도 없이 심장을 푹- 파고든다.
이거 계속 봐도 되는걸까?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못참겠다.
욕망에 따라 마우스를 휠을 내려보았다.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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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개귀엽네ㄹㅇ
-좀, 좀, 많이 안쓰러움
-제 채널에 오시면 5만원 꽁돈 받을 수 있어요 늦기전에 ㄱㄱ
-사과티비 봤냐? ㄹㅇ 다 벗더라 ㄱㄱ
-좆같은 광고새끼들
-리에라? 구독간다.
-존나귀여워ㅋㅋㅋㅋㅋㅋ
-고양이에게 지는 여고생쟝... 커여워...
-설탕물 뭔데ㅋㅋㅋ
혼란스러운 댓글창.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 이전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만 봐야하는데, 이러다간 끝도 없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댓글 더보기를 누르는 손가락.
그리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댓글들.
그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단어는 '귀엽다'
수많은 귀엽다라는 말에 몸이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흐에에에....”
-얘 왜이럼
-커여워
-캠방캠방캠방캠방캠방캠방
-여기가 그 방 맞습니까?
오팬무님을 시작으로 어디선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그 수가 무려 620에 달했다.
최고시청자 수 갱신!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기엔 댓글이 너무 중독성이 깊었다.
거의다 빈말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달콤한 말에는 그다지 내성이 없었다.
읽는 족족 심장을 간지럽히는 단어들.
“흐에, 흐에에에...흐헤헤...으아으..."
흐릿하게 남아 있는 이성의 힘으로 손가락을 입에 걸고 잘근잘근 씹었다.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조금 더, 이상한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오늘은 이거다.
오늘 밤에는 이 동영상의 댓글들을 5번씩 읽고 자자.
가슴속이 기분좋게 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