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외전 - 장례식장
어째서 내가 상복을 입고 있는걸까
그것도 내 생일날에.
"…"
왜?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목을 매만지고는 강하게 힘을 쥐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답답하다.
눈앞이 흐릴 정도가 되서야 손을 때었다.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지럽다.
강하게 나는 음식 따위의 냄새에 구역질이 치솟는다.
하여, 몇 번의 헛구역질.
초점 없는 눈동자로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식탁 따위를 몇 개 붙여놓은 넓은 장소.
그렇기에 더더욱 초라했다.
아무도 없다.
나밖에 없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이 뚝뚝 끊겨나간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엄마, 아빠. 어디 갔어?
케이크, 사달라고, 했잖아?
습관처럼 물어뜯는 입술은 몇번이고 피가 터졌지만, 물어뜯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비릿하다.
나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화창했다, 햇살을 쬐면 분명 기분 좋을 것이다.
나른해질 것이다.
…
눈을 몇 번 감았다 떴다.
눈을 깜빡일 때 마다 기분나쁜, 쩍-쩍- 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졸리다.
내가 며칠째 잠을 안 잤더라?
기억해내기 힘들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틀, 사흘?
잘 모르겠다.
손으로 눈을 비볐다.
따갑다.
너무 비볐나?
눈가의 살이 까져 진물이 흐르고, 굳은 것을 손톱으로 긁어내자 통증이 느껴졌다.
응, 따갑네.
나는 비비는 것을 그만두고는 무릎을 끌어 모으고, 정면으로 보이는 식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열명? 스무명? 족히 쉰 명이 넘을 것 같다.
왔다가 돌아간 사람을 포함하면 더 많겠지.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들려오는 울음소리, 한탄소리가 뒤섞여 귀를 어지럽혔다.
벌써 이틀째인데,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부……"
럽다.
목이 매말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죽은 사람을 보고 부럽다 하는 것은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부러웠다.
나는 어제 보험사에서 다녀간 것 외엔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이 차이는 뭘까?
추한 것을 알면서도, 비틀린 감정인 것을 알면서도 질투가 치솟았다.
내가 잘못 된 거겠지?
사실 이건 전부 내 탓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전부 내 탓이었다.
내가 생일이랍시고 케잌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잘못 된 거다.
억지를 부렸다.
생일 따위가 뭐라고 그랬을까.
그깟 케잌 따위가 뭐라고?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눈물이 흐르지 않을까?
슬픈 일이다.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왜?
이 역시 내가 잘못된 거겠지.
…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더라?
위장이 쓰라렸다.
공복상태, 하지만 무언 갈 먹어도 토해 내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
배를 움켜쥐고는 몸을 말자, 내 머리위로 그림자가 졌다.
어두워졌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니 건너편의 아이가 꼬깃꼬깃한 5만원을 쥐고 있었다.
"이거… 엄마가 가져다 주래요"
나는 흐릿한 눈동자로 건너편을 바라보았고, 너머에 나와 같은 상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확인했다.
불쌍해 보였나?
그럴 수 도 있겠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아이에게 고개를 까닥 움직여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힘없이 부들거리는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이 이렇게 초라했던가?
꼬깃한 5만원을 주고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이내 나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이모가 오늘 온다고 하던데.
언제 올까.
더 이상 혼자는 싫었다.
나도 같이 슬퍼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고도 무언가 이상했다.
내 탓으로 죽어버렸는데, 내가 과연 슬퍼할 자격이나 있을까?
내 주제에?
...
순간,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과연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역시 잘 모르겠다.
나는 창문을 바라봤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이모부의 차.
오셨구나.
진짜로 오셨구나.
잊은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슬퍼해주러 올 사람이 있었다.
억지로 웃어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웃다니, 무슨 미친 짓일까 싶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슬퍼 해줄 사람이 있었다.
그 사실이 기뻤다.
나는 표정관리를 위해 짝-!소리나게 뺨을 후려쳤다.
건너편의 사람들이 놀라 나를 쳐다봤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졸음이 미약하게나마 가셨다.
조금 정신을 차려 웃음기를 지우고는 무표정을 만들었다.
이모가, 이모부가, 이내, 식장에, 들어섰다.
나를 바라봤다.
뭐라고 말해야할까.
내 탓이라고? 미안하다고? 뭐라고 해야 할까.
슬프다고? 위로해달라고? 뭐라 말을 해야할까.
이모가 입을 열었다.
“사망보험금 어떻게 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