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방송 세 달째(1)
편집자가 합류한 이후로 한 달이 지났다.
현재 구독자의 수는 5만대.
나 혼자 했을 때 구독자 수가 27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숫자.
하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굳이 이 성과에 지분을 나누자면 내가 2, 서예님이 8쯤 될 테니까.
서예님이 10만을 입에 담았을 때, 솔직히 터무니없는 숫자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결과물을 보자니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대단해...”
댓글도, 조회수도 너무 좋았다.
매일밤 댓글들을 모조리 읽고 자는데, 늘 호평밖에 없었다.
“서예님은 신이야...!”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서예님에게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할 수 있으리라.
서예님을 보면 돈은 필요 없고 취미의 문제인 듯 했지만, 나는 '니가 좋아서 하는거니까 돈은 필요 없지?'라고 말할 정도로 파렴치하지 않았다.
정 안되면 내 장기를 팔아서라도 정당한 댓가를 갚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나에겐 넘치도록 과분한 분.
해서, 서예님이 말하는 것이라면 최대한 들어드리려 하고 있었지만 도통 요청사항이 없으시다.
전화를 할때마다 '좋아요', 톡으로 대화를 할때마다 '좋아요', 직접만날 때마다 '좋아요'
그야말로 좋아요 봇.
내가 편집 도와준다 했을 때 정색할 것을 제외하면, 내가 무슨 말을 꺼내든 그저 좋아요라며 웃음 짓는 서예님.
이래서는 내가 뭐가 부족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좋은 걸까?
뺨이 살짝 붉어졌다.
"아, 그만...!"
왠지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상념에서 깨어난 나느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캐릭터를 하나 만들까?"
영상 관련해선 서예님이 모두 도맡아 해주고 있으니 상관없다지만, 슬슬 나도 캐릭터가 필요해졌다.
못생긴 얼굴을 썸네일로 걸어두는 것도 한두번이지.
“하아...”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야할까?
나는 폰으로 통장잔고를 흘깃 바라봤다.
400만원.
캐릭터를 만드는 것또한, 돈이라 들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있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것을 그려줄 썸네일러도 필요했다.
캐릭터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유지비가 감당이 안된다.
에휴...
고양이 병원비와 용품이 그렇게 비쌀 줄이야.
그것만 아니었어도 아직 500만원 정도 남아있었을텐데.
나는 고양이를 뚱하게 쳐다봤고, 고양이는 눈을 꿈뻑- 거리더니, 나에게 다가와 몸을 비볐다.
골골골-
기분 좋은 건가?
그래, 기분 좋으면 됐어...
내가 참아야지...!
니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그런데, 나도 이제 설탕물 그만마시고 싶어...“
흐어엉-
조용한 소리로 징징거렸다.
늘 상 잘 마셔오던 건데, 어째서인지 요즘 엄청 물린다.
최근 몸에 유독 기운이 없는 것이, 예전에 겪었던 영양실조의 전조증상과 같았다.
농담이 아니라, 이러다가 방송중에 쓰러질까 겁난다.
방송사고는 한번으로 충분 하지 않겠는가.
“그것만은...!”
이렇게 쓰러질 순 없었다.
다음 달에 사용할 돈을 미리 쓸까?
딱 한번만.
그렇게 한다면 이번달은 풍족해 질 것이다.
하지만 그랬을 경우,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주린 배를 쓰다듬고는 물을 마셨다.
이런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다 배가 고프기 때문 아닌가.
물배라도 채워야지, 안되겠다.
다음 달에 모자르면 또 다시, 그 다음 달의 돈을 가져와서 쓰는 악순환이 분명 반복되겠지.
내가 의지가 약한 만큼 너무 쉽게 예상이 갔다.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된다.
“끄윽, 어쩌지...?”
물로 배가 가득 찼다.
살짝 움직일 때 마다, 배속에서 물이 출렁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방송후원금은 아람, 가람, 네모미, 드래곤 님에게 컴퓨터 값을 갚기 위해 부계정을 통한 꾸준한 후원으로 되갚고 있는 중이었으니, 따로 빼놓을 돈이 없었다.
원래는 내가 직접 드릴 예정이었지만 됐다고 한사코 받기를 거부하여 생각해낸 방식.
거의 다 갚아갔다.
다 갚기 전까지 건드릴 수 없었다.
그리고 유튜브 수입은 일단은 서예님과 반반으로 나누는 중이었지만, 비상금 개념으로 저축 중.
당장 내 손안에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 없었다.
그, 서예님에게 돈을 빌려볼까?
아니, 아니다.
바보같은 생각은 그만두자.
서예님의 행동을 보면 별다른 말 없이 빌려주시긴 하겠지만, 내가 싫다.
돈으로 꼬인 관계를 바라지 않았다.
"방송이나 키고 싶다..."
결과적으로 무언가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아 한숨을 쉬었다.
방송이나 켜서 시청자들이랑 놀고 싶다.
신나게 떠들고 싶다.
하지만...
옆집이웃이 2교대를 다니는 것인지, 요즘엔 밤에 나가고 낮에 집에 있었다.
저번 달과는 반대로 낮에 조용히 해야 한다는 소리.
즉, 지금은 방송을 못 킨다.
저번에 그 사실을 모르고 방송을 켰다가 시끄럽다고 뺨을 맞았다.
내가 잘못한 것이니, 불만은 없었지만 아팠다.
많이 아팠다.
그날 하필 캠방을 약속한 날이었고, 내 빨갛게 부운 뺨을 보고는 무슨 일이냐 물어보는 시청자들에게 변명하느라 식은땀을 뺐었다.
주의해야지.
시청자들에게도, 이웃에게도.
욕설, 다음이 뺨이었다.
한번 더 시끄럽게 한다면 날 죽여버리지 않을까?
시청자들 또한, 내가 식은땀을 빼며 변명한 결과 어떻게든 넘어가줬지만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으, 왜 하필 얼굴을 때려서..."
때리더라도 티가 안나는 곳들, 많잖아.
원래 이정도로 사이가 안 좋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사이가 이렇게 틀어 진걸까.
기분 좋아보일 때, 한번 지나가듯 물어보기라도 해야할까?
움찔.
뺨을 맞았던 기억이 떠올라 몸이 움찔거렸다.
본능적인 공포심.
“갑자기 뭐야...?”
고작 뺨맞은거 가지고.
역시 몸이 허하다.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탓이겠지.
“진짜 다음 달에는 배달음식 작작시켜먹어야지...”
돼지도 아니고 뭘 그렇게 많이 시켜먹었던 걸까?
치킨에 중국집, 족발, 햄버거...
아, 생각하지 말자.
먹고 싶어지잖아...!
나는 침대에 철푸덕 누웠다.
스프링이 나가있어 끼익- 이상한 소리를 내는 침대.
내가 침대에 눕자 내 배 위로 올라와 꾹꾹이를 하는 고양이.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며 한손으로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어차피 밤까지 할 것도 없었다.
내 글 뭐 올라 온 거 없을까?
네모미 님에게는 항상 미안했다.
하지만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가 언급될 때마다 두근두근 거리고 미묘하게 짜릿한 감정이란...
중독되었다 말해도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커뮤니티에 ‘리에라’를 검색했고 몇가지 게시물을 뜨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리에라 얘 유튜브 바뀌었더라 돈좀 쓰나?
ㄴ돈 꽤 벌던데 써야지 솔직히 그전에는 좆노잼이었으니까.
ㄴㄹㅇㅋㅋ
내 편집영상도 칭찬해줬으면 하는건 욕심일까.
입술을 삐죽였다.
"나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들리지 않을 불평.
나는 다음 글을 눌러보았다.
-얘 어디사는걸까?
ㄴ그게 왜 궁금한데
ㄴ대전이라던데
으음, 이글은 칭찬이 아니다.
칭찬글에 목이 말랐다.
다음 글을 살피자 이건 검열해야 할 수준의 글이라 얼굴을 붉히며 차단을 눌렀다.
"도대체 내 처녀여부가 왜 궁금한건데...?"
가끔 알 수 없는 기괴한 글이 있긴 했지만, 설마 그 대상이 내가 되다니.
으으, 기분은 별로다.
내가 받아줄 수 있는 성희롱은 딱 오팬무 까지.
그 이상은 안된다!
눈을 질끈 감고는 다음글을 누르려 했지만, 다음 글이 없다.
"뭐야...?"
설마 칭찬이 글... 없어?!
요 며칠간 모아 보려고 일부러 커뮤니티를 안 들어왔는데.
설마 언급도 없을 줄이야!
몸이 축 쳐진다.
나름 시청자 세자릿수가 찍히는데 아직 부족한걸까?
“우으으...”
칭찬 받고 싶어!
언급 잔뜩 되고 싶어!
발로 몇 번 이불을 걷어찼지만 고양이는 익숙하다는 듯 내 배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으... 방금 전에는 너무 추했나?”
내 이야기가 없다는 것에 실망할 이유가 어디있을까.
내 이야기가 없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아직 모자란 탓 일텐데.
“서예님...”
미안해졌다.
그렇게 열심히 작업해주시고 계시는데, 정작 나는 이러고 있었다.
“끄자...”
그래도 끄기 전, 새로 고침이라도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한번 새로 고침을 누르자 새로운 글이 하나 보였다.
-리에라 얘 뭐임 컨셉 좆같네
-불쌍한 컨셉으로 수금 노리는 거 같던데 역해서 안봄
-진짜 너무 노린거 같아서 역겨움
-ㅋㅋㅋㅋ 티라도 안 나게 하던 가 설탕물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ㄹㅇ
나는 그 글과 댓글에 물끄러미 침대옆에 놓인 설탕물이 든 밥공기를 바라봤다.
이게 컨셉이라고?
“...나도 컨셉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밥 먹고 싶다!
애옹-
“...너라도 많이 먹어...”
츄르를 하나 꺼내 짜내주자 핥짝이며 맛나게도 먹는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나는 홀린 듯이 츄르를 조금 짜내 핥아보았다.
“윽...!”
비려...!
이런걸 잘도 먹는구나 싶어 고양이를 쳐다보니 못볼 것이라도 본 양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있었다.
“왜, 뭐, 왜.”
내돈으로 산거야!
왜 그렇게 봐! 맛좀 볼 수 있지!
하악-!
"하악-!"
너만 하악질 할 수 있는거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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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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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6분 뒤, 나는 고양이에게 패배하여 도게자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