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화 〉방송 세 달째(2) (26/143)



〈 26화 〉방송 세 달째(2)

밤이 찾아왔다.

“시청자들은 고개를 들어주세요...!”

나지막이 내뱉은 말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ㅎㅇ
-리하!

이웃이 출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부터는 내 시간!

오늘은 밤샘 방송을 할 예정.

나는 오늘 가져온 게임을 소개했다.

-왜 이딴 것만 가져 오는 건데
-똥물리에 뭔데ㅋㅋㅋㅋㅋ
-????
-이걸ㅋㅋㅋ

평가가 박하다.
하지만 그걸 노리고 가져온  아니겠는가!

겸사겸사 무료게임이기도 했고 말이다.

“여러분, 오늘은 게스트도 있어요!”

-게스트?
-너친구 없잖아

“친구 있거든요! 어쨌든 박수!”

와아아

환호를 보내며 게스트를 디코에 초대했다.

“편집자 서예님!“

짝짝짝- 박수를 치며 환영하자 서예님이 웃으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리에라님에 관한 질문 받습니다!”

“예? 그걸 왜요!”

-키 153이라는데 맞는거 같음?

“음, 그것보다 더 작으실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난 의심의 여지없이 반올림해서 153이 맞았다!

왜 갑자기 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건진 몰라도 가만히 냅뒀다간 게임방송이 아니라 Q&A로 변질 될 것 같아 끼어들었다.

“서예님! 서예님! 저희 게임 해야 해요!”

“아, 좋아요! 그런데 게임하면서도 말할 수 있잖아요?“

팬서비스라고 편히 생각해주세요!
당당한 말, 나는 그 기세에 눌렸다.

휴대폰에 진동이 와서 확인하자 서예님이 '유튜브각'이라며 채팅을 보내셨다.

“그, 그러면  위험한 질문은 넘겨주세요...!”

“에이, 저를 뭘로 보시고!”

서예님이 자신을 못 믿겠냐는 듯 해맑게 웃어보였지만, 믿고 안 믿고 이전에 불안함이 생기는 건 별 수 없는  아니겠는가.

걱정과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기괴한 물리엔진을 지닌 퍼즐게임.
그 악랄한 물리엔진과 난이도는 꽤나 유명한 축에 속했다.

철푸덕- 하늘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툭 떨어졌다.

방향기를 눌러보자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움직이는 캐릭터.

묘하게 귀엽다.

-리에라 얘 설탕물 마시는거 진짜임? 컨셉임?

“음, 진짜 일껄요? 만나봤는데 깡마르셨던데...”

내가 여기 있는데, 나에 관한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이 기묘한 감정이란,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럴꺼면 그냥 저한테 물어보는게 낫지 않아요?”

“원래 이런 건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신뢰성이 높은 법이에요!”

-ㄹㅇㅋㅋ
-그건 맞지ㅋㅋㅋ

그런 건가?

설득당해 입술을 매만지고는 고개를 갸웃.
일단 게임플레이를 하기 위해 캐릭터를 움직였다.

흐느적 흐느적.

움직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게 까지 불편하지 않았다.

과장된 소문인걸까?

열쇠를 주워 문을 열어서 다음스테이지로 가면 되는 심플한 규칙.

“쉬운데?”

“앗 그 말은...”

서예님이 기겁한다.
뭔가 이상한 말을 했나?

입술을 물어 뜯고는 물을 한모금 마셨다.

-쉬운 게임도 어려워 지는 마법의 주문
-아 쉽다고ㅋㅋㅋㅋ

“아, 해치웠나 같은거구나...”

 조심해야겠다.

스컬소울을 할 때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쉽다 느끼는 순간이 지옥이 찾아온다.

그걸 벌써 까먹고 있었다니.

“내 기억력 왜이래...”

-기억력은 조루지만 귀여우니까 된 거 아닐까?

“저희 리에라님이 좀 그렇긴 해요.”

서예님  동조하고 있는거에요...?

이래서야 시청자 참여랑 다를  없는거 같다.
서예님은 본래 내 시청자 출신이니까, 다를건 없나?

뭔가 내가 원한  이런 것이 아니라 서예님과 티키타카 였는데.

시청자들끼리 이야기하고, 정작 나는 따돌림 받는 것 같았다.

외로워...!

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조금 진정될 것 같았다.

“고양아! 이리와!”

-그러고 보니까 고양이 이름은 고양이임?
-ㄹㅇ이름 들어본 적이 없네

“어... 이름을 아직 안정해 줘서...”

-이름 단또 어떰?

강퇴할  했다.

고양이 이름이 단또라니, 그런 이름을 가질 바에야 이름이 없는 것이 나을  같았다.

-캬루
-장붕
-나비
-네로
-코코

아마도 고양이 이름 추천.

“...어... 지금 정하라고요?”

이렇게 갑자기 고양이 이름을 정하라고?

“지금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평생 그냥 고양이라고 부를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움...

게임은이미 뒷전, 나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에게 다가가 앞다리에 손을 넣어 들었다.

치즈스틱처럼 쭉- 늘어난 고양이.

애옹-

놓으라는 듯 우는 고양이를 고쳐 안아들고는 모니터를 보여줬다.

“어떤 이름이 좋아?”

애-옹

“응?”

애옹- 애옹-

뭐가 마음에 드는 건지  모르겠다.
고양이 번역기가시급하다.

“그럼 그냥 내가 임의로 정할게?”

애-옹

니가 알아서 하라는 듯 놓아주자마자 침대위로 돌아가 몸을 말았다.

“잘자, 저보고 알아서 하래요!”

-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뭔데
-고양이 학대로 신고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대 안했어요!”

과거에 좀 잘못된 선택으로 상처를 주긴 했지만, 그것은 차근 차근 갚아 나가고 있었다.

내가 꿍얼거리자 서예님이 나를 거들어줬다.

“리에라님이 어떻게 고양이를 학대해요, 고양이한테도 지시는데!”

서예님...?

-ㄹㅇ고양이한테 지는데 어케 학대를함
-ㅋㅋㅋㅋㅋ고양이가 학대를 한다는 소리잖어
-ㄹㅇㅋㅋ

“저, 진심으로 싸우면 고양이 이길 수 있거든요...?”

뭔가 내가 말해놓고도 추한 변명.

당장 오늘 낮에도 츄르를뺏어 먹었다가 도게자가 했던 것이 생각나 얼굴을 붉혔다.

-진심으로 싸워서 고양이 이기는게 자랑?

“윽...”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발언.

혹시 들은 건 아니겠지?
고양이의 눈치를 보자 고양이는 침대에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안.”

고양이는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뭐라고 했냐’ 라고 묻는 것 같은 눈빛에 쫄아 나는 혀를 살짝 씹으며 말을 건넸다.

“츄르..! 먹을래?”

그제서야 눈에 힘을 푸는 고양이.

진짜 쟤 고양이 아닐지도 몰라...

츄르를 그릇에 짜내주고는 자리에 돌아와 앉자 채팅창이 ‘ㅋㅋㅋㅋㅋㅋㅋㅋ’로 도배되어 있었다.

“왜요?”

서예님이 재밌는이야기라도 하셨나?


-아니 진짜 고양이한테 잡혀사넼ㅋㅋㅋㅋ
-서열이 고양이보다 떨어지네
-ㅋㅋㅋㅋㅋㅋ

"확실한건 리에라님은 학대를 할만한 사람은 아니라는거죠!"


별로 기운이 안나요 서예님...

일부러 저러시는걸까?

혹시 내가 뭔가 서예님에게 잘못한게 있나?
이번 방송이 끝나면 서예님을 찾아가 사과부터 해야겠다.


"저희 일단게임, 게임해요...!"

게임방송인데 게임이 첫번째 스테이지에서 진행이 되지 않는다.

열쇠가 무거워서 혼자서 못드는 상황.

서예님이 도와줘야 클리어를   있는데.

서예님은 시청자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고 있었다.

"저희 리에라님은요, 편식하는 것도 없고, 귀엽고,또..."

팔불출 엄마인가...?

진짜 엄마가 살아 있었을 때도 저정도는 아니었는데?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을 편집자로 받은걸까?

그냥 능력있고, 돈도 있고, 이쁘기까지한 치트캐릭터인줄알았는데, 나를 너무 좋아한다는 하자가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밸런스 패치인가.

 어디를 보고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싫어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말이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나는 여전히 선의보다 악의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정도이상의 선의는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러워서 싫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까지 선의를 받아도 되는지스스로가 의심이 들어서 그렇다.

뭐, 그건 그거고.

"서예님... 열쇠좀 같이 들어주세요..."


그제서야 캐릭터가 흐느적 다가와 열쇠를 같이 들어줬고, 우리는 열쇠를 문에다 꽂았다.
열리는 문 밖으론 넓은 숲이 보였다.

흘깃 모니터의 아래를 바라보니 플레이타임이 20분이 되가고 있었다.

그냥 열쇠를 가져다 꽂기만 하면 되는 스테이지를 20분이나 했다니.

이웃이 돌아오기 전까지 깰 수나 있을까?

이웃이 돌아오기 전까지 깨면 아마 이웃이 시끄럽다며 내 머리를 깨버리지 않을까?

"으으..."


"근데 리에라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끙끙거리고 있자서예님이 나를 불렀다.

"네?"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서예님의 캐릭터를 빤히 쳐다봤다.

시청자들이랑 대화를 나누더니, 갑자기 나는 왜 부르는 걸까.

절대 삐진건 아니었다.

그저 궁금할 뿐.


"저번에 캠방있잖아요?"

"넹"


그때 캠방에 무슨일이 있었더라?

만원에 귀요미송완창한 거?
2만원에 애교 부린 거?

그거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일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쪽팔리네...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때."


"네!"


무슨 말을 하시려고 이렇게 뜸들이시는걸까.

서예님 답지 않았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서예님에게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목소리.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편집자를 그만둔다는 소리라도 하시려는걸까?

이해한다 능력에 비해 제대로 대우해주고 있지 못하니까.

나는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서예님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누구한테 맞으신거에요?"


"네...?"

그때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그, 맞은게 아니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서...!"


이걸 왜 물어보시지?

나는 급하게 채팅창을 올려보았다.


-저번캠방에선 누구한테 맞은거?
-넘어졌다고 하는데 누가봐도 쳐맞은거잖어
-좀 위험한거 아닌가
-질문ㄱ

누가 시작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큰일 났다는 것은  알겠다.
이런 말이 나오기 전에, 채팅을 확인해서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는데!

-그런걸누가믿누


"그으..."

서예님,  위험한 질문은 넘겨주신다면서요...?

도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시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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