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방송 세 달째(3) (27/143)



〈 27화 〉방송 세 달째(3)

“리에라님 뺨이...?”

편집이야기를 미끼로 리에라님과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나는 굳을  밖에 없었다.

누군가 내 것에 생채기를 냈다.

화가 난다.

리에라님은 헤실헤실, 바보같이 웃으며 침대에서 넘어진 것이라 말했지만.

떨리는 눈동자 하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몸동작.
거짓말이 분명했다.

리에라님은 알고 있을까.
상상이상으로 본인이 거짓말에 서툴다는 것을.

나는 애써 숨기려 하는 리에라님을 바라보며, 겉으로는 미소를,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누가 그런 걸까.

누가 내 것에 손을 댔을까.
 번째 봤을 때 보다 더 말라 보이는 체구.

보기만 해도 안쓰러운데, 감히 누가?


속으로 분노를 삭혔다.

지금은 분노의 대상이 없었다.

이 상황에 리에라님 앞에서 화를 내봤자 괜한 화풀이 밖에 더 되겠는가.

“리에라님, 일단 밥부터 먹죠!”

영상 관련이야기도 하면서요.
라고 속였다.

영상 관련이고 뭐고, 일단 밥부터 먹이고 생각하자.
내가 앞장서자 턱에도 못 미치는 키가, 졸졸 뒤 따라오는모습이 귀여웠다.

거리의 유리창으로 뒤에 따라 오는 리에라님의 행동을 관찰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카드를 찾고는 카드만 따로 반대쪽 주머니에집어넣는 모습.

무슨 의도일지, 금방알 수 있었다.

내가 즐겨 찾는 식당으로 들어가자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
리에라님이 계산하려 했구나.

기특하다.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마음에 든다.

내 것, 리에라님은 식탁의자에 앉아서도 두리번 두리번, 메뉴판을 받자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렇게 비싼 걸까 싶지만  모르겠다.
코인으로  돈을 지니게 된 이후, 금전감각이 이상해 졌다.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면 이상한 걸까?
아니, 이상한 것이 맞았다.

“저, 저느은...!”

메뉴판을 뒤적거리며 가장 싼 것을 찾으려는 모습.
귀엽긴 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을 보자니 안쓰러워진다.

“제가 사는거에요!”

“네, 네?”

어째서...?

동그랗게 뜬 눈.

혼잣말인듯 싶었지만  들린다.
내가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에 ‘어째서’를 붙인다면.

그저, 좋아서 라고밖에 말을 못하겠다.

순수한 모습이, 안쓰러운 모습이, 귀여운 모습이 끌려서 좋았다.

내 재산을 공개하면 과연 리에라님은 어떻게 반응할까?
남들처럼 보증이나, 돈 좀 빌려달라고 빌붙을까?

아니면, 지금 그대로의 리에라님일까?

조금, 짖굿은 생각이 들었다.

“리에라님, 요즘도 설탕물 드세요?”

“아... 네...!”

“말만하시면 제가 돈 빌려드릴 수 있어요?”

아니면 그냥 드릴 수도 있고요.
 돈이 많거든요.

그 순간, 리에라님의 표정이 변했다.

쉴새없이 떨리던 동공은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계속 뒤틀던 몸 또한 힘이 빠졌다.


표정이 사라졌다.
눈동자가 죽어있었다.

이런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그 모습은.

시체같았다.

생기가 없었다.

과연 방금 전의 리에라님과 지금의 리에라님이 같은 사람일까 의심이 들정도로 다른 모습.

“그런 말 하지마세요.”

말도 더듬지 않는다.
또박또박,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내뱉은 말.

목소리또한 달라졌다.
이게 진성일까?

음울하다.

한 없이 가라앉을 것 같은 목소리.

“네...?”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너무 낯선 모습.

내가 리에라님을 편집해가며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들었던가.

수십, 수백, 수천번도 넘게 들었다.
익숙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리에라님은 그런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리에라님의 색다른 모습.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하면 믿겨질까?

돈에 관련된 일에 트라우마가 있는걸까?

나처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지 않은가.

의외의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웃으면서 바라보자 리에라님이, ‘앗’ 소리는 내더니 스스로의 뺨을때렸다.


짝-!


큰 소리가 식당 내에 울려퍼져 시선이 쏠렸다.

아니, 시선이 문제가 아니잖아.

갑자기 이게 뭔...!

갑작스러운 자해.
당황스러워서 손을 뻗어 리에라님의 뺨을 감쌌다.

후끈후끈 달아오른 뺨.
아파 보인다.

“그..엑...어... 죄송해요...!”

뭐라는 걸까.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 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무엇을 겪었길래?

사람이 자존감이 낮아지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지만, 이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경우는 처음봤다.

리에라 님은 뺨에 닿은 내 손을 치우지도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괜찮아요!”

뭐가 됐던 다 괜찮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안 괜찮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피가 나는 것처럼 심한 수준의 자해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방금 전의 행동이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다.

“하하...”

보통 사람이라면 주변 눈치라도 보기마련이다.
하지만 방금 리에라님은어땠는가.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괜찮다는 말에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건지 히히 웃는 리에라님.

이건 위험하다.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다.

그날 나는 리에라 님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응?”

집으로 돌아오자 상냥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는 아빠.

“내일은 카페 쉴 거야.”

“피곤하니?”

“아니.”

“그래...”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아빠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주고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시럽단.
리에라님의 팬톡.

리에라님은 모르는 듯 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님들 있나요?

내 질문에 바로 올라오는 답장들.

-방장님 오셨네
-네
-??
-오늘 만난다더니 벌써 쫑남?
-네?

나는 자판을 두드렸다.
오늘 일은 꽤나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다음 방송에 저 게스트로 나가요

-ㅅㅂ개부럽네
-성공했네요ㅋㅋㅋㅋ

-그리고 그때 아마 좀 분위기좀 망칠 예정이에요.

-???
-예?
-이유는요?

-오늘 캠방송을 보면 알텐데...

나는오늘 일을 설명했다.

리에라님의 갑작스러운 자해와 위태로운 모습.
누군가에게 맞은 듯 한 뺨.

-어떤 씨발새끼가
-그냥 정신병자였네ㅋㅋㅋㅋ 개역겨워ㅋㅋ

ㅇㅇ님이 나가셨습니다.

-?
-쟨 분탕임 무시
-방장님 없을 때 들어왔었음
-ㅇㅇ
-어쨌든 그거랑 방송 망치는 거랑 무슨 상관임?

-리에라님을 조금 물어볼게 있어서 몰아붙일거에요

누가 때린 건지 알아봐야죠.

괜한 오지랖일진 몰라도, 내 것에 손을 댔다.
하면 그 댓가를 치러야한다.

물론 나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리에라님은 지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방송에서는 애써 밝은 척 하지만 직접 만나보자 전혀 아니었다.

누가 봐도, 툭 건들면 그대로 무너질  같았다.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아껴주고, 좋은 말만 해도 모자를 판에 누군가, 때렸다.
이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위태로운 리에라님을 흔드는 것이다.
여차하면 리에라님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 분위기를 망치더라도 누군지 알아내야만 했다.

방송 중이어야만 한다.

공적으로 압박해야 효과가 크다, 말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낸다면 리에라님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다른 문제.

지금은 리에라님을 흔드는 존재를 뿌리 뽑아 버려야한다.

그리고, 나는 그게 가능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