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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방송 세 달째(4) (28/143)



〈 28화 〉방송 세 달째(4)

이런 이야기 시청자들도 싫어하실텐데...!

우울한 이야기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흘깃 보니 채팅창이 난리나기 시작했...다...?

-ㅇㅇ진짜 누구임?
-???
-말해요 그냥
-솔직히 침대에서 굴러서 어케 그렇게 됌ㄹㅇㅋㅋ

왜 이런 이야기 하냐고 불평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째서?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스트리머가 피해를 보면 같이 화를 내주고, 슬퍼해주는 시청자들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시청자들은 그런  보단 즐거운 것을 선호했다.

즐기려 방송을 보는데 슬프고 짜증나는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싫어할 만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더더욱 모르겠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러한지.

어떻게 한명도 불평이 없는 걸까.

심지어는 매번 방송 킬 때마다 드래곤님에게 얼마나 대줬냐면서 시비를 거는 시청자도 출현하지 않았다.

놀라운 일.

하지만 마냥 좋게 받아들이기엔 기류가 이상했다.

생각하자,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

질문에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서예님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것을 느꼈다.

어째서 이렇게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지, 왜 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는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조금 답답했다.

분명 위험한 질문을 피해주시겠다고 하시고는 직접나서서 이런 질문이라니.

그것도 방송중에.

이래서야 어물쩍 넘기는 것은불가능 하지 않은가!

“하아...”

그래, 그냥 말하자.
어차피 내가 말하는 이웃이 누군줄알고 특정할까.

“그...이웃이랑 다툼이 조금 있었어요...”

-뭔 다툼이길래 사람을 줘팸
-쓰레기네
-침대에서 넘어졌다며
-그걸 믿네
-설탕물 먹고 사는 애를 때릴 곳이 어디있다고 때리냐...

뭔가 이웃이 엄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급하게 말을 이었다.

이웃이 화난 이유를 생각하면 순전히  잘못하던가!

새벽에 시끄럽게 한건 분명 내 잘못이었다.

분명 아프긴 했지만,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 내가 '완전무결한피해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제가 새벽에 시끄럽게 해서 그런거에요...!”

-왜 옹호함
-시끄럽다고 사람 줘팬거 보면 걍 병신인데
-ㄹㅇ시끄럽다고 사람 때린거부터 그냥 씹새끼임
-합의금뜯자

틀렸다.

이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뇌에선 이미 내가 순수한 피해자 같았다.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방송을 종료해야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방송을 켰더니, 오히려 이상한 오해가 생겨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단순히 스트레스 쌓인다고 방송을 종료해버리는 것은 스트리머로서의 자세가 아닌 것을 알지만.

이건 도저히 못참겠다.

제발 나를 100% 피해자로 보지말아 줬으면 좋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취급을 받을 때 마다 구역질이나올 뿐이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할게요”

-방종임?
-왜
-안돼!!
-ㅂㅂ

나는 방송을 종료했고, 서예님을 나지막이 불렀다.

“서예님  그러셨어요...?”

탓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번 말하지만 나에겐 과분한 분이셨으니까.

내가 강하게 나갈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물어봐야 겠다.

어째서?

“미안해요, 하지만 알아야했는걸요...”

서예님 답지 않게 시무룩한 말, 그것에 금세 마음이약해졌다.

그래, 나같은 사람에게 한소리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말이라곤 ‘다음부턴 그러지마세요’ 뿐.

결국, 내가 상황을 잘 해쳐나가지 못한 탓이다.
굳이 남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리에라님, 제가 뭐 하나 맞춰볼까요?”

“네...?”

무슨소리지?

“스스로를 탓하고 계시죠?”

“...아,니요?”

“화를 내셔도 되요, 내쳐도 되고요, 이번 일은 제 독단적으로 방송을 망친거나 다름없으니까요, 너무 스스로를 탓하진 마세요!”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싶으면서도 가슴속에 무언가 푹- 예고도 없이 쑤셔박히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숨이 안쉬어졌다.
손으로 가슴을 매만졌다

나를 탓하지 말라고?


그게 말이 되나?

내가 나를 탓하는 이유?

내가 나를 탓하면 남을 원망하지 않아도 돼서 그렇다.
모든 잘못을 나로부터 찾으면 남을 탓하지 않게 돼서 그렇다.


그런데 나를 탓하지 말라고?
 말은 내가 남을 원망하고 탓해도 된다는 소리와 같았다.

내 주제에?

정말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서예님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남을 탓할 만큼 멀쩡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내 손을 바라봤다.

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모니터로 희미하게 비치는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역겨웠다.

정상적이지 못했다.
존재만으로도 폐가 된다.

...

“라님...! 에라님...!”

“...네?”

서예님의 목소리.
나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 잠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무례다.

이야기 중에 딴 생각이라니.
한숨을 푹- 쉬었다.

오늘 갑자기 왜이럴까.
이게 다 나를 탓하지 말라는 서예님의 말 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탓하지 않는다면, 나는 원망하고 탓할 것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피를 토할 정도로 많았다.

원망하고 탓만 하다 죽어버릴 것 같았다.

해서 나는 나를 보호하고자 나를 탓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랬는데 나를 탓하지 말라니.

"에휴..."

서예님의 따뜻한 마음은 알겠다.
나를 정말 아껴주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고마웠다.


엄청 좋은 사람이다.

다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몇번 웅얼거리다 결심하고는 서예님에게 말을 건넸다.



"일단 저는 잘게요...!"

더이상 말을 나눠봤자 꼴사나운 모습만 보일  같다.
이걸 새벽감성이라고 하던가?

늘어난 소매로 눈가를 훔치자 물이 묻어나왔다.

"네, 잘자요 미안해요!"


애써 웃음소리를 내보인 서예님은 먼저 통화를 끊었고 나는 자리에 잠시 앉아 있다가 고양이 옆으로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고양이를 끌어안았다.


오늘 밤은 꽤나 잠을 설칠  같았다.

-

"이웃이란 말이지...?"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리에라님의 집 주소를 알고 있다.

이웃이라고 하면 뻔하지 않겠는가.

리에라님의 말을 들어보면 소음이 다툼의 원인이라곤 하지만 폭력은 도를 넘었다.

내가 아무리 리에라님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먼저 잘못했는데 무작정 편을 들 생각은 아니었다.

욕설이 오간 정도,밀치는 정도, 시비가 오간 정도.

그정도라면 내가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때렸다.
얼굴이 망가지도록.

강하게.

그 분노란 내가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먼저 도를 넘었다.

그러니까.


"진짜 도를 넘긴게 뭔지 직접 겪게 해줄게..."


겸사겸사 리에라님의 소음 문제도 해결해주고 말이다.

"음..."

그나저나 리에라님 괜찮으신걸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내가 무심코 한 무언가 트라우마를 건드릴만한 것이 있었나보다.

너무 섣불렀다는 것을인정한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이 적기였다.

이런 심각한 상태에서 손쓰지 않고 지속적인 물리적, 정신적 고통이동반된다면 꽤나 끔찍한 결말이 났을 것이다.

"앞으로 꽃길만 걷자..."

그러기 위해서 일단 이웃부터 치워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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