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방송 세 달째(5) (29/143)



〈 29화 〉방송 세 달째(5)

자고 일어나서 방송공지에 어제 있었던 일을 사과하고 누워서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어제, 생각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일찍 깨버렸다.

“이렇게 일찍 깨봤자 할꺼 없는데......“

이웃이 자고 있을 것이다.
쥐죽은 듯이 고요를 지켜야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설탕물을 타면서 고양이의 그릇에 사료를 담아줬다.

재빠르게 다가와서 사료를 먹는 고양이의 모습.

...

“너 살찐 거 같다?”

쪼그려 앉아 고양이의 배를 만지자 말랑말랑 하다.
내가 배를 만지던 말던 고개 쳐박고 밥먹기에 바쁜 고양이.

“뭐, 말라서 보기안쓰러운 것 보단 낫나?”

원래 이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데려왔을 때 너무 말라있어서 상대적으로 살이 쪄보이는 거겠지.

홀짝-

설탕물을 한 모금 마시자, 신물이 올라오며 속에서 거부한다.
물린 것은 둘째 치고, 다른 영양소  채우라는 신호.

그래도 삼켰다.

“...이번 달만 버티자!”

그래도 이게 몸을 움직이는데 가장 효율 좋았다.

입을 다시자 설탕 특유의 끈적거림이 남는 것 같아 혀를 내밀었다.

똑똑-

“에?”

무슨 일이지?

지금까지는 시끄럽게 한  없는데?

내가 미쳤다고  시끄럽게 굴겠는가.
그 주먹에는 한번 맞는 것으로 족했다.

오들오들 몸이 떨려온다.

“그으... 왜?”

내가 실수 한 게 있던가?
아니, 이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 뭘까?

저번에는 다짜고짜 성경을 들이밀던데.

경계심에 눈을 가스름하게 뜨고는 문으로 걸어가 확인하자 문 너머엔 서예님이 방긋 웃어보이고 있었다.

“서예님...?”

황급히 문을 열자 서예님이 고개를 숙였다.

“어제는 죄송했어요!”

“아, 아앗 괜찮아요! 화나지 않았어요!”

그걸 말하러 여기까지 찾아 온 걸까?

마실 거라도 내와야 하나 싶어 뒤를 바라봤지만 내가 마시던 설탕물에 고양이가 손을 담구는 것이 포착될 뿐이었다.

“안돼!”

내 밥!

내가 다가가자 호다닥 도망치는 고양이.
설탕물에는 고양이털이 빠져있어 마실 수가 없게되었다.

상심에 빠져 설탕물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들려오는 발소리.

그것도 꽤 여럿이다.

“여기로 옮겨주세요!”

서예님?

누구한테 말하는거지?

설탕물을 싱크대에 버리고는 바라보자 정장을 입은 아저씨들이 상자따위를 나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에요?”

“한번 확인해보세요”

방긋, 사람좋게 웃어보이는 서예님은 내 옆에 다가와 머리카락을 헝크러트렸다.

“에...엑...?”

“리에라님 팬들이 보낸거에요”

“이게다요...?”

“네! 제가 정리 하는 거 도와드릴 테니까 같이 보실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저씨들은 상자를 옮겨오고 있었다.

족히 20개, 21개.

상자가 작다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힘들지 않겠어요...?”

“괜찮아요! 저 이래 뵈도  쌔거든요!”

팔둑을 보여 봤자 새하얗기만 하다.
피부 진짜 좋구나...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럼 좀 부탁드릴게요...?”

웬만하면 나 혼자  텐데, 저렇게 많은 양 혼자서 처리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 지금 방송 킬까요?”

“예...?”

방송? 지금?

나는 산처럼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 의도를알아냈다.

“언박싱이요...?”

“네!”

“그런데 지금은 시끄럽게 하면 안되서...”

내말에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해맑게 웃고는 내 양뺨을 조물거린다.

“으에에...”

“괜찮아요! 못들으셨어요? 이웃 이사갔어요!”

나는 서예님이 조물딱거려 달아오른 뺨을 감싸쥐고는 갸웃거렸다.

내가 지금 뭔가 잘못들은 건가?
이웃이 이사를 갔다고?

어제 만해도 멀쩡히 출근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걸 서예님이 왜 알고 있는거지?

“그...에...?”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갔다는데 내가뭘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방송키시는걸로?”

“네...네?...네!”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서예님은 핸드폰을 꺼내 방송을 켰다.

“안녕하세요!”

“와아아-...”

이렇게 하는거 맞나?
캠방은 언제 해봐도 어색하다.

내가 손가락끼리 맞대고는 휴대폰의 눈치를 살폈다.

“이건 비공개방송이니까 괜찮아요! 다들 리에라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비공개방송이요?”

“네, 저번에 말했죠? 시럽단이라고.”

“...그런게 진짜 있었어요?”

네! 라고 말하며 나에게 방송화면을 보여주자 56명의 시청자가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닉네임하나.

“네모미님 왜 여기 있어요...?”

“네모미님이 부반장이에요”

뭔가 들어선 안 될 만한 걸 들은  같은데.

아니, 이웃은 어떻게 된 거고, 이 상자들은 뭐고, 시럽단은 또 뭐란말인가?

그러고보니 익숙한 닉네임이 여럿 보인다.

-ㅎㅇㅎㅇ
-리하!
-저희도 만나야하는데! 저도 가도 되나요?“
-상자 확인함?

“상자는 지금 확인하려고요, 네모미님은 자제해주세요!”

정신이 없다.

댓글을 살피자 귀엽다같은 칭찬, 밥좀 먹고 다니라는 걱정이 뒤섞여있었다.

부끄럽다.

내가뭐라고.

“하으으...”

다리를 베베꼬았다.

그런 나를 바라본 서예님은 웃으며 상자를 내밀었고, 나는 상자에 적혀 있는 글을 발견했다.

“도야르님...?”

도야르라고 써있었다.
닉네임인가?

그런 의미를 담아 서예님을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여준다.
채팅을 살피자 도야르님의 닉네임이 지속적으로 보였다.

-리에라 설탕물 그만마셔!

“진짜 나를 아끼는구나...”

상자의 크기는 내가 들어가도 될만큼컸는데, 크기에 비해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뭘까요...?”

“까보면 알겠죠? 여기요!”

나에게 커터칼을 내미는 서예님.
나는 얌전히 칼날을 빼내었다.

손목이 아닌 걸 커터칼로 베는 것은 오랜만이다.

찍- 긋자 드러나는 박스 속.

“이건...”

“인간사료네요...?”

누네띠네 2.5kg 버터쿠기 2.5kg 그리고 뭔지 모르겠는 과자 1.8kg.

이거 다 먹는데 최소한  달은 걸릴 것 같았다.

-맛있게 드셔주세요!

짠 듯이 도야르님만은 빼고 모두다 채팅을 치지 않았다..

하여 나는 서예님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가, 감사합니다...!”

설탕물보다 훨씬 퀄리티 좋은 먹거리!

앞으로 어떤 선물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보다 좋은 선물은 없으리라.

나는 기왕 확인한 김에 하나를 꺼내 밥그릇에 쏟고는 가져왔다.

하나 주워 먹자 달달하고 바삭바삭.

바보같은 웃음이 나올  밖에 없었다.

“흐헤헤...도야르님 정말 고마워요!”

다음은 뭘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선물을 보내줬다.

어째서 이렇게 까지 하는건지 의문이 듬과 동시에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난 이렇게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아닌데...

토트넘님, 은하민님, 은관님, G9인님, 님프님, 타티아나님, 봉봉조앗님, 파리성좌님, 갸오오님, 따라랏쥐님, longinis님, 유사휴먼님, 아드밀란님, 장은영님, 괴식천마님, 타르파님, 마녀님, 볼드모트님, 구르미님, 사과딸기잼님, 두디디님.

모든 상자를 열어보았다.

집안에  이상 분류해놓을 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을만큼 선물의 양은 엄청났다.

감히 내가 이것들을 받아도 되나 싶은 의문.
정말 이게꿈이 아닌지,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감.

그리고, 나따위 때문에 돈을 너무 많이 쓰신건 아닌지 하는 걱정.

나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번 큰절 올렸다.
몇번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어떻게 이 감사함을 전해야 할까.

“우선 한번 더 절 받아주세요!”

-ㄴㄴㄴㄴㄴ
-우릴 죽여버리네;
-아ㅋㅋ 선물 받았으니 이제 죽으라고ㅋㅋㅋㅋ
-ㄹㅇㅋㅋ

“아...아? 죄, 죄송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