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방송 세 달째(12)
합방 시작.
-올만 오늘해볼 게임은...
늘상 같은 시작멘트.
각설하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비행선에서 드래곤님이 핑을 찍어 준 곳으로 낙하.
같은 지점에 내리는 팀외의 사람들은 족히 두 팀 이상.
“저격인가?”
“뭘 새삼!”
아람님과 가람님의 대화로 저들이 저격인 것을 유추 할 수 있었다.
아니면, 그냥 착륙지점이 우연치 않게 겹쳤다는 소리인데.
우리가 내리는 곳은 파밍을 하기가 극히 힘든 구역이었기에보통은 아무도 내리지 않는 곳이었다.
“리에! 생각보다 잘하네!”
아니, 지금 낙하산 펴고 착지한 것 밖에 없는데 이걸 잘한다고 칭찬하면 어떤 걸 생각하신걸까.
나는 꿍얼거리면서도 아람님이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이내 알 수 있었다.
네모미님이 나무에 걸려 즉사해버렸다.
내 옆으로 다가온 네모미님은 멋쩍게 웃어보였다.
“세상에......”
내가 게임실력에 대해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저건 좀 심하지 않나?
아니, 그냥 운이 안 좋으셨던 거겠지.
“근데 그래도 여기로 오시면 어떻게 해요?”
방송하셔야지...?
“괜찮아 나 방송 안 켰거든!”
방송을 안켰다니, 네모미님의 목소리가 내 마이크를 타고 전달되었고, 드래곤님과 아람님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 한 놀란 듯이 반응을 해왔다.
-네모미 방송켜!!!!
-방송켜방송켜방송켜방송켜방송켜방송켜
-둘이 왜 같이 있는거
-ㅁㅇㅁㅇㅁㅇㅁㅇㅁㅇㅁㅇ
“뭐야? 같이 있는거야?”
“머야머야머야머야!”
“언니, 리에라는 미성년자라고?”
“아.”
내가 미성년자인 것이 무슨 상관일까.
그보다 네모미님이 여기 있다는 걸 합방멤버들도 모를 줄이야.
정말 비밀로 하고 오셨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땀으로 축축해진 마우스를 움직였다.
폐건물, 운 좋게 주운 kar98k, 통칭 카구팔.
나는 옆에 같이 놓여진 탄을 장전했다.
-배린이가 카구팔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어, 어려운건가요?”
“다 그러면서배우는 거지 뭐!”
어려운거구나, 그래도 뭐, 네모미님의 말대로 처음이니까 시청자들도 이해해 줄 것이다.
다른 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장전, 그리고 창문너머로 한명.
머리에 조준했고, 탕-! 쐈지만 빗나갔다.
“...분명 제대로 가져다 댔는데...?”
-낙차있음!
-ㄹㅇ아무것도 모르네
“아...”
어렵다, 데드어센션에서는 그냥 표시에 가져다 대기만 해도 됐는데.
그런 식으로 쉽게 흘러가진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방금 총알이 박히는 지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쏴서 저렇게 박혔다면 이정도 높이면 되려나?
입술을 깨물고, 집중.
아까의 대상이 숨지 않고 여기를 바라보며 점프를 뛰고 있었다.
놀리는 듯한 움직임.
나는 그 사람의 머리, 살짝 위를 노렸고, 탄이 날아갔으며 대상의 머리를 관통했다.
이 작업을 모두 다 하기까지 4초가량.
내 화면 오른쪽 상단에 1킬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뭐야ㅅㅂ
-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
-우연?
-ㄷㄷㄷ
“와...”
합방멤버들은 아직 몰랐지만 내 옆에서 직관을 하고 있던 네모미님이 입을 살짝 벌렸다.
“히히...”
기분 좋다.
남을 놀라게 했다.
실력으로!
일단은 챙길 것은 다 챙겼음으로 건물 밖으로 나가자 차량 한 대가 도착해 있었다.
“타!”
드래곤님. 그리고 아람님.
“가람님은요?”
“죽었어!”
아니, 시작 전에 가장 자신 있으셨던 분이벌써?
대회에 나가서 3등도 해보고 그러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허무하다.
“팀빨로 순위권 든 애가 다 그렇지 뭐...”
아람님의가차없는 말, 가람님이 버럭 소리 질렀다.
“저격이 양심없는 거지! 총 파밍도 못한 사람한테 샷건 들고 달려오면 어떻게 하는데!”
“파밍도 실력이라며?”
“씨...”
조용해진 가람님, 나는 차에 탑승했고, 맵을 바라보았다.
방사능이 사방에서 조여 오는 중.
워낙 외진 곳이라 안전지대까지 돌입하기엔 꽤나 먼 거리를 돌아가야만 했다.
탕-
달리는 차에 총알이 박혔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북동쪽 언덕 위, 사람의 머리가 보인다.
아마도 우리를 따라왔던 저격.
나는 차량밖으로 상체를 내밀었고 저격을 시도했으나.
탕-!
빗나갔다.
역시 상상대로는 안되는구나.
채팅으로 쏟아지는 조롱에 머쓱하게 머리를 긁고는 드래곤님에게 말해 차량을 정차 시켰다.
“진짜 잡을 수 있겠어?”
“아마도요...”
다시 한번 집중.
빠득- 입술이 살짝 터졌다.
비릿한 맛, 향.
조준, 발사.
탕-!
곧게 날아가는 궤적.
이건 잡았다.
그리고 결과는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킬.
상단에 2킬이라는 숫자가 그어졌다.
“...와”
[찐군만두님이 3,000원 후원!]
-개쩐다...
사실 이정도면 적잖이 고인물이라면 다 할 수 있었으나, 그것을 행한 사람이리에라 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참피가 이런 행위를 할 수 있으리라 누가 믿는단 말인가.
“헤헤...”
바보같은 웃음, 소매로 피가 송글송글 맺힌 입술을 닦자, 서예님이 기겁하며 휴지를 가져와 내 입술을 꾹- 눌러주었다.
“고마워요!”
“진짜 뉴비 맞아?”
가람님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나는 붕대를 감으며 대꾸했다.
“제 예전 컴퓨터 사양아시잖아요?”
절대로 이 게임이 돌아갈만한 사양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임, 스컬소울 보다 요구사양이 높지 않은가
“그렇지...”
가람님은 내 말에 쉽게 수긍했으나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무슨 일인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었지만 네모미님이 웃으며 휴대폰으로 가람님의 방송을 보여주자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리밑가ㅋㅋㅋㅋ
-리에라밑가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양심있으면 오늘부터 대회부심부리지마라ㅋㅋㅋ
-ㄹㅇㅋㅋ
짓궂은 채팅들.
나 또한 입을 가리고 웃어보였다.
“네모미 너 벤 하기 전에 조용히 해라...“
리밑가 라고 첫 채팅을 친 사람이 네모미님인 모양.
그저 헤실헤실 거리고 있자 드래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진짜 잘하긴 하네”
“정말요...?”
나는 내가 한 것이 대단한 것임을 알지만 인정받고 싶어 되물었고, 드래곤님은 내 바보같은질문에 응해줬다.
“최소한 가람보단 잘함”
“아 진짜!”
가람님이 화냈지만 나는 웃어보였다.
가람님이 이번 판에유독 재수가 없었다지만 그래도 솔직히 내가 조금 더 잘하지 않을까.
“솔직히내가 봐도가람은 좀 거품이긴 했지!”
아람님 또한 드래곤 님의 말에 동조하자, 가람님이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어깨가 끝도 없이 솟는 것 같았다.
너무 들 뜬 것같아 정신을 차리고자 뺨을 때리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네모미님,서예님.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노려보신다.
“어허!”
“땍!”
“네에...”
나는 얌전히 손을 내려 마우스를 다시 잡았고, 다시금 게임에 집중을 하려 입술을 깨물려 하자 또 한 번 ‘씁-!’ 하는 소리가 겹쳐서 들려왔다.
힐끔, 뒤를 바라보자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네모미님과 서예님.
나는 입술을 깨물기 위해 벌린 입에서 혓바닥만 살짝 내밀어 입술을적셨다.
그제 서야 만족한 듯, 표정을 푸는 두 분.
나는 둘의 무서운 주시 속에 게임을 해나갔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단에 ‘9‘라는 숫자가 표시됐다.
게임은 중반을 막 지나고 있었다.
남은 사람 31명.
우리 팀에 생존자는 나 하나.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