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방송 세 달째(14) (38/143)



〈 38화 〉방송 세 달째(14)

몸을 잘게 떨자 서예님이 다가왔다.

“아까 그 사람이에요...”

후덕해보이는 남성, 신민섭이라는 이름이었지 분명.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걸까.

사실 알고 있었다.
우리를 따라왔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찾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경계심을 세우고는 문에 있는 모든 잠금장치를 걸어잠궜다.

안전고리, 이중 잠금, 보조 잠금.

“리에라님?”

“자, 잠시만요...!”

서예님이 당황한 듯 나를 불렀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구멍너머로 건너편을 바라보자, 사람의 눈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악...!”

“계시네요...! 문 좀 잠깐만 열어주세요!”

잘게 떨리는, 호흡이 가쁜, 기분 나쁜 목소리.

내가 미쳤다고 문을 열어주겠는가.

차라리 무슨 사연이 있다던가 말이라도 잘했으면 경계심이라도 조금 누그러들었겠지만, 현관문 외시경에 눈을 들이밀다니.

그리고 집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니.

나는 화장실에서 휴지따위를 물에 적셔 현관문의 구멍, 외시경을 막아버렸다.

“아까 걔에요?”

“네...”

소름끼친다.

“일단 무시해요.”

나를 끌어 안고는 토닥이며 제가 처리해줄게요 라고 말하는 서예님.

나는 질겁한 가슴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똑똑-

“있으신거 알아요.“

“쉿-”

서예님의 쉿- 소리에 나는 입을 가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벗어나 네모미님 곁으로 돌아가자 네모미님이 내 머리를 꾹-꾹-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무슨일임?
-?????

“아, 아무것도 아니...”

“스토커가 하나 따라붙어서요.”

내가 아무 것도 아닌  하려하자 내 말을 가로챈 네모미님이사실대로 이야기했고, 그에 따라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개 좆 병신같은 새끼;;;
-왜그러냐
-신고ㄱㄱ
-인실좆 가자

“그, 그정도는...”

“낮에 밖에 나갔던 적 있는데 그때 따라붙은 모양이네요”

쯧, 혀를 차는 네모미님.

[183102님이 4,900원 후원!]
-설마 이거임?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신민섭입니다!”

낮의 상황이 찍힌동영상.
누군가 찍는것 같더니, 벌써 올라갔었구나.

부끄러우면서도 스토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거북해진다.

“네, 이거요. 맞지?”

“네...”

이미 숨기기엔 글렀다.
나는 순순히 긍정을 했다.

“야.”

“네, 네?!”

“아, 아니 리에라말고...!”

무슨 뜻일까.

시청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네
-헤으응...
-주인님주인님주인님

“이름 나왔지? 얼굴 나왔지?”

어떤 새낀지 찾아와, 포상 줄게.

캠에 노골적으로 가슴골을 보여준 네모님의 발언에 채팅창이 살짝 마비가 걸렸다.

그렇지, 원래 네모미님의 컨셉은 이거였지.

까먹을 뻔 했다.

그런데 뭘 찾으라는 걸까.

쾅쾅쾅-!

갑작스럽게 들리는굉음에 몸을 움찔- 떨었다.
 쪽을 바라보자 서예님이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아 한번만 대달라고!”

스토커의 고함.

뭐가 저렇게당당할까.
나는 의아하면서도 생각보다 큰 소리에 채팅창을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들린 듯 싶었다.

-17살애 스토커짓 하고 대달라고 말하는거?
-쓰레기새끼네
-경찰안옴?

“경찰보다 좀 더 확실한  불렀어요.”

서예님이 우리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올라가는 채팅들.

-눈나 찾아왔어 대전에 살고 33살임 얼굴이랑 체형 보면 맞는  같아
-트위터 계정도 찾음 스트리머들만 잔뜩 팔로우 해놨던데
-여자 스트리머들에게 개수작부리는걸로 꽤 유명한  같은데
-ㅇㅇ악질임

상습범이구나.

왜 저러고 살까.

문이 부서져라 쾅쾅쳐대는 통에 살짝 겁에 질렸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여기엔 서예님과 네모미님도 계시지 않나.

만에 하나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막아야겠지.

마른 침을 삼키고는 문을 응시하고 있자 서예님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로 우리에게 걸어왔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름 단골이기도 해서 10분 안쪽으로 해결해준 다네요?”

누구에게  했길래 단골이라는단어가 나오고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오는걸까.

나는 의문에 휩싸였지만, 서예님이 내뿜는 분위기 때문에 되묻지 않았다.

한 겨울서리와도 같은 기세.

나는 서예님의 모습에 시선을 거두고는 네모미님을 바라보자 네모미님 또한 꽤나 살기가 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상은 내 방송에서 줄게.... 일단, 지금은 방송 끝이야.”

오랜만에 합방이라 많이 기대하고 걱정했는데.
처음으로 실력도 뽐낼 수 있었는데 이게 뭔가.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피가 굳은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오만원이나 받아쳐먹었으면 대달라고!”

구역질이 치민다.

당장이라고 문을 열고 오만원 따위,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위험했기에 손을 꾹- 쥔채로 화를 삭힐 뿐이었다.

창녀취급은 너무한  아닌가.

내가 욕설에 면역이 있다고 한들,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친척집에 잠깐 내 몸을 위탁했을 때 받았던 모욕과 비등했다.

그때였다.

“누, 누구시죠?”

“몰라도 돼 씹새끼야”

문밖의소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작은 다툼소리와 비명소리.

시간을 바라보니 서예님이 말했던 1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왔나보네.”

서예님이 입을 가리고 웃어보였고 네모미님 또한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는 내 정수리에 턱을 얹었다.

서예님의 전화로 오는 통화.

서예님은 전화를 받았고 네모미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늘상 처리하던 방식대로’를 주문하였다.

뭘 어떻게 처리 한다는 건지, 물어봐선 안 될 것 같았다.

통화를 끊은 서예님은 씁- 소리를 내었다.

집안을 잠시 침묵이 내려앉고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만 유독 크게 들려왔다.

“뭐 이것들은 다 옮기면 되니까...”

“머, 머르여...?”
뭐를요?

네모미 님이  볼을 조물딱 거려 발음이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근데, 진짜 뭘 말씀하시는걸까.

“리에라님.”

“네...네...!”

“이사 오실래요?”

“어디로요...?”

갑자기 이사라니, 너무 뜬금없었다.

“벌써 두 번째인데, 제가 이런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진짜 터가 안좋은거 같아요.”

네모미님 또한 그 말에 공감 하는건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저 돈없는데요...”

늘상 돈이 문제 아니겠는가.

내 통장에 남은 돈으론 원룸 월세도 구하기 힘들었다.

“돈이  필요해요?”

돈이 왜 필요하냐니?

무슨 그런 말이  있는가.

뭘 하려면 돈이 있어야했다.
나는 그것을  만큼 어른이 되었다.

서예님은 내 뚱한 표정을 바라보고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희 집으로 이사오세요.”

보증금은 필요 없고, 월세도 여기 반 정도만 받을게요.

서예님은  집을 가만 둘러보고는  10만원쯤? 이라고 중얼거렸다.

여기 20만원 아닌데...

월세 40 내는데...

심지어 이모가 원래는 50인데 10을 선심 쓰듯깎아준 것이었다.

“또 빚지는 건 싫은데...”

“갚아나가면 되죠!”

나는 내 집을 바라보며 꿍얼거렸다.

“민폐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서예님이고양이턱 긁듯이 내 턱을 긁어주었다.

“오히려 부탁드릴게요? 이사 주실래요?”

“그으......”

나는 고개를 떨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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