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방송 세 달째(17) (41/143)



〈 41화 〉방송 세 달째(17)

건물은 컸다,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대단해!

내부는 깔끔했다, 벽에 누르스름하지 않았다, 티 없는 흰색임에도 얼룩지지 않았다!

굉장해!

쿰쿰한 곰팡이 냄새도 없었다, 그렇다고 좋은 향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취 그 자체!

엄청나!

 걸음에 감탄 한 번씩.

내입이 다물어질 줄 모르자 서예님이 내 허리를 쿡- 찔렀다.

“그렇게 신기해요?”

나는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tv로만 보면 연예인들의 집보다 좋아보였다.

말이 필요할까, 크고, 깔끔하고 냄새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과연 여기에 들어 앉아도 되냐는 것.

“우으...”

10만원이라고 하셨다.

이 돈으론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네모미님에게 말한 60만원이라는 돈도 적어 보인다.

진짜 부자들만 살  있을 법한, 그런 집.

나는 새삼스럽게 서예님의 재력이 궁금해졌다.

코인으로 돈을 버셨다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버셨으면 이런 집을 소유할  있는 걸까.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을 편집자로 두게 된 걸까.

새삼스럽게 서예님이 낯설게 느껴졌다.

“서연아 이거봐라!”

“네...?

네모미님의 목소리에 바라보자 네모미님이 앞장서 뛰어가 무언가를 열었다.

“엑...?”

“봐라!”

복도에 냉장고...?

어째서?

네모미님이 냉장고에서 캔음료를 꺼내 내 볼에 가져다 대었다.

“차가워요...!”

얼떨결에 음료를 받아들고 서예님을 받아들자 서예님이어개를 으쓱였다.

“마셔도 돼요, 택배원들 마시라고 가져놓은 거긴 한데...”

어깨를 으쓱이는 서예님, 나는 그 말에 캔을 잠시 바라보고는 캔 뚜껑을 땄다.

치익-

뿌연 연기가 세어나왔다.
살짝 흔들어보니, 살얼음이 껴있는 듯했다.

한 모금 마시자 머리가 띵- 해질 정도로 시렸다.


반 걸음 늦게, 올라오는 달콤함.

“으...좋아...”

시원하다.
맛있다.

음료를 마시며 걷자 403호 앞에 다다랐다.

서예님이 도어락을 열고, 앞장  들어갔고, 네모미님은 쭈뼛거리는 나를 밀면서 들어섰다.

서예님이 불을 키자 보이는 집 내부.

본래 있던 집보다 몇 배는 컸다.
넓이는 물론이고, 천장도 높았다.

내가 손을 번쩍 들어도 천장이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게다가 화장실이 무려 개!

서예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프링이 망가지지 않은 깨끗한 침대를 보고 ‘우와...’

커다란 TV화면을 보고는 ‘와아...’

누워서 자도  만큼 크고, 깨끗한 화장실을 보고‘세상에...’

나는 케이지를 열고 고양이를 풀어줬고, 고양이는 머뭇거리면서도 밖으로 나와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이내 침대에 올라가 몸을 웅크리고는 잠을 청하는 고양이.

“너보다 적응 빠른거 같다?”

“읏...”

나는 네모미님을 흘겨 보면서도 서예님에게 다가가 옷소매를 잡아 당겼다.

“저, 진짜 여기서 살아요...?”

“네! 혹시 마음에 안드시는거 있어요?”

말만하면 바꿔주겠다는 듯,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을 내뱉은 서예님의 모습에 몸을 흠칫 떨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너무 좋아서...”

10만원으론택도 없다.
내가 아무리 뭘 모른다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어째서 이렇게 퍼주는 걸까.
물어보고 싶으면서도 물어보면 왠지 안 될  같았다.

도대체 무슨 대답이 나올까 두렵다.

그냥 좋아하는 스트리머를, 그것도 하꼬였던 나를.

이렇게 까지 신경써주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게다가 편집자가 취미?

솔직히 이젠 믿지 않는다.

나도 눈치라는 것이 있었다.

누가취미로 편집자가 되고, 누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가.

날 괴롭히던 사람들을 정리해주고, 밥도 주고, 이젠 머무를 곳 또한 마련해줬다.

“...”

서예님은 내 얼굴을 바라봤다.

“나중에 다 이야기 해드릴게요.”

움찔.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 지, 알고 있다는 듯,  던진 말.
나는 서예님을 바라봤다.

“네...”

무슨 이야기인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예님이 나에게 해가 될 만한 것을 이야기하진 않을 것 같았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네모미님이 ‘흐응...‘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서예님은 그런 네모미님에게 손가락질했다.

“네모미님은 짐부터 정리해주세요.”

“너,  너무 막대하고 있지 않아?”

이사짐 센터의 사람들이 내려놓은 박스.

고작해야 두박스 하고도 하나라서 정리는 따로하지 않아도 됐다.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박스를 열어 정리를 하는 네모미님.

“음...서연이 옷은 확실히 사야겠다.”

“확실히 여름,겨울옷 다 합쳐서 한 박스는 너무하죠”

옷이라니, 그런 사치에 투자할  따위 없었다!

박스를 열어 옷가지를 뒤적거린 네모미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연아 후원받은  다 어떻게 했어?”

“그러보니까 진짜 다 어떻게 했어요?”

갑작스러운 곤란한 질문.

컴퓨터 빚 갚는데 다 썼다고 하면 분명 혼날  같았다.
이들은 아직  부계정의 존재를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어떻게 변명하지...?

나는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고양이를 바라보았고, 아무말이나 내뱉었다.

“고, 고양이가...!”

내가 말을 내뱉고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후원금이랑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 대답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둘.

서예님이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어...?”

“네모미님.”


네모미님은 왜 부른단 말인가.

“서연아, 험한꼴 당하기 전에 말할래?”

서예님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네모미님.


험한 꼴이라니, 뭔진 모르겠지만 불안해져서 발버둥 쳐봤지만, 힘의 격차만 느낄 뿐이었다.

“저, 저는 말 못해요...!”

“서연이가 결정한거야!”

네모미님이 손을 뻗어 내 허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무, 무슨..."

"자, 간다?"

미처 마음의 준비할 새도 없이 간지럽혀 오는 손길!

“햐악...! 히익...!”

허리를 간질이는 손길에 몸이 뒤틀린다.
웃음이나오는 것이 아니라 괴로워서 갓 태어난 병아리같은 비명만을 내지를 뿐이었다.

“갸악...!”

30초 정도가 지났고, 나는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불쌍해보여서인지, 아니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인지 풀리는 구속.

“너, 너무해...요...!”

엎어져서 고개만 들어서 둘을 올려보았다.

“설마 후원금 전부 코인에 박았다던가...?”

“리에라님이 네모미님인줄 아세요?”

“갑자기 나 때리지 마라...”

투닥거리는 서예님과 네모미님.
얼마를 잃었길래 저렇게 놀림 받는 걸까.

이렇게 넘어가나 싶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어디다 썼어?”

삥 뜯는  아니야! 근데 옷이랑 먹고 사는 걸 봐서는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지...!

네모미님이 말을 잇자, 서예님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아니면 한번 더?”

요사스러운 손놀림을 보여주는 네모미님 나는 겁에 질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간지럽힘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끔찍한 고문이었다.

“비...빚...!”

“리에라님 빚있어요...?”

“네, 네...!”

오들오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간지럽힘은 더 이상 싫었다.

“얼마나 남았어?”

뭣하면 빌려주겠다는듯, 말하는 네모미님의 말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으나, 다행히도 입까지 굳지는 않았다.

“거, 거의 다 갚았어요... 괜찮아요...!”

“서연아.”

“네?”

“부계 압수야.”

."네...?"

"옷사러 나가자!  언니가 큰 마음 먹고 사준다!"

뒷덜미를 붙잡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