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방송 세 달째(21) (45/143)



〈 45화 〉방송 세 달째(21)

별  없었다.

시청자들이 흔히 말하는 씹덕 노래를 틀었고, 나는 그것에 따라 삐걱거리며 춤을 줬을 뿐.

“구에엑...”

방송 종료 유튜브에 바로 올라가는 삼분할 댄스.

인기 동영상 등극.

아, 그래 정말 좋은 일이었다.

본적 없는 100:1 좋아요와 싫어요 비율.
내 유튜브에 찾아   없는 대 흥행.

서예님의 유튜브에있는 영상을 제외하고,  인기 동영상!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올라 간지 고작 1시간 만에 댓글이 140개 이상 달렸다.

귀엽다는 댓글과 나를 칭찬해주는 댓글들이 틀림없었지만, 어째서일까.

저번처럼 기분 좋진 않았다.

정확히는 지금 내가 느끼는 자괴감이 커다랬다.

“테에엥... 말딸 노래 싫어...”

아니, 노래는 좋은데 그걸 내가 춰야 하는  싫어...

침대에 철푸덕- 누워 이불을 찼다.

퍽! 날아간 이불이 허공을 응시하던 고양이를 덮쳤다.

애옹-

고양이의 절규.

괜찮다.

강한 아이니까.

나는 양손바닥으로 눈을 꾹- 눌렀다.

배부르다, 방송종료하고 한 번 게워냈는데도 속이 울렁거린다.

소화제라도 마셔볼까 했지만 사러나가는 것이 더 괴로울 것 같았다.

침대에서 뒹구르고 있자 징- 소리와 함께 문자가 왔다.

나는 한숨을 쉬고 문자를 확인했다.

누구지?

문자 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보통 톡이나, 전화를 쓰지 않나.

아, 혹시 광고 메시지일까.

시큰둥하게 바라본 휴대폰에  상대방의 이름.

이모.

아, 그래.

나는 가만히 이모라는 두 글자를 응시했다.

쿵쿵쿵- 쓸데 없이 시끄럽게 요란떠는 심장을, 가슴을 움켜쥐었다.

잊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젠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될  같았다.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다.

쿵-...쿵-... 심장의 박동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래.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웃었다.

일그러진 한 웃음이었다.

그간 수개월, 나도 행복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청자들은 짓궂긴 하지만 나를 좋아해줬고,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준다.

그거면 됐다.

예전처럼 나 혼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고립되지 않았다.
그것이 힘이 됐다.

정신병도 가지고 있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겁먹을 상황까진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은 환각증세는 없다.
환청증세 또한없다.

적어도, 예전처럼 벌벌 떨기만 하던 내가 아니었다.

이모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너 어디야?]

남들이 보면 나를 찾는, 정상적인 문자.
나는 그것을 차게비웃었다.

“하...”

문자를 올려 보았다.
수십 개 쌓인 문자들이 나타났다.

[교회 왜 안 나와? 목사님이 시키는 대로 해 너 때문에 언니가 죽었잖아 참회해야지 헌금 내는 거 잊지 말고]

가장 최근 문자.

 다시  문자 위를 올려보았다.

[교회 왜 안 나와? 계좌로  보내 네 몫까지 헌금 낼 테니까 다음부턴 꼭 나오고]

“미친년...”

이모에게 하는 말이기도했고,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저걸 시키는 이모나, 시킨다고 하는 나나, 둘 다 미쳤다.

[신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네 죄도 씻겨 질 거야 구원록에 따르면...]

수 천자는 되어 보이는 길디  사이비 책의 구절을 옮겨 적은 이모.

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내가 남긴 문자를 바라봤다.

[네]

“아, 하하하...”

그래, 그랬었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제정신이 아닌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이모의 문자들을 보며 손아귀에 힘을 쥐었다.

사망보험금 10억.

그중에서 1억을 헌금으로 바치고 자신이 정당하다는  구는 사이비 신도 그 자체.

가족의 생명값을 지불하여 자신이 구원받았다 믿는다니.

“......”

그래, 이모, 아니 그 사람에게도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사이는틀어졌다,
돌이킬 수 없다.

손톱을 물어뜯었다. 피맛이 났다.

갑작스러운 이모의 문자.

이를 갈았다.

이렇게 문자가 오는 이유?

알고 있었다.

내가 살던 집은 이모의 집이었으니까.

“하아...”

한숨을 쉬었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물어뜯어 피가나는손톱에, 머리카락몇가닥이 걸려서 따가웠다.

무시했다.

휴대폰에 비춰지는 내 눈이, 차가웠다.

내가 살던 집.

이모의 집은.

부모님의 생명 값으로 산 건물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시체위에서 살고 있었다.

징- 다시금 문자가 왔다.

[어디야?]

복도엔 cctv가 있었다.
확인했다면 내가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징-

[왜 답장이 없어?]

내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문자가 왔다.

내가 없어지니까 불안했나?
뭐 때문에?

내가 당신이 한 짓을 모두 알고 있어서?

아니면 매달 꼬박꼬박 돈을 바치던 것이 사라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뭐가 됐던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전화가 온다.
꽤나 급한 모양.

전화를 받았다.

-너어디야왜답장안해너어디갔어당장돌아와

숨쉴틈도 없이 말을 쏟아내는 이모의 목소리는 격양되어있었다.

“이모.”

-언니가너때문에죽었어얌전히헌금을내고시키는대로해도모자를판에어딜간거야목사님이널찾아자취시키는게아니었어그리고그년들은누구야못된애들이랑놀지말라고했잖아?

“이모.”

목사가 날 찾는다.

그 음흉하게 날 더듬은 할아버지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할아버지랑 나랑 무슨 상관일까.

헛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이내, 이모가 한 말을 곱씹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서예님이랑 네모님을 말한거지?

-당장돌아와

“야”

내 첫 반항.

이모는 당황한 듯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 미쳤니?

“야”

-맨날 컴퓨터만 붙잡고 있더니 애가 이상하게 됐구나, 어디야 당장말해! 당장 회개하러 가자! 목사님께 미안하다고 하고 싹싹 빌어!

“아하하하...!”

내가 컴퓨터를 붙잡고 있다는  안다고?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생활을 지켜보고 있었구나?

내방에도 cctv가 있던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들은 건가?

...뭐가 됐던 상관없겠지.

서예님, 네모미님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아니, 나서면 안된다.

이건 내가 해결해야 할 일.

“어디서 만날까요.”

-뭘 어디서 만나! 당장 돌아오라고!

“씨발년아, 어디서 만날까라고 말했잖아...”

내가 내뱉고도 놀랐다.
차가웠다.

하지만 그렇기에 만족스러웠다.

질질짜고 벌벌떨기만 했던,시키는 대로 모든  하던 내가 아니었다.

나를 다시 노예로 부리고 싶었으면 3개월 전에 날 데려갔어야지.

내가 행복이라는 걸 느끼기 전에.
내가 사람들과 만나기 전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기 전에.

나를 데려갔어야지.

단물 다 빨아먹었다고 생각해서 방치했었지?

남은 돈이나 빨아먹고 싶어서  거기로 보냈지?

“야...”

-미, 미친년...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다.

진즉에 이랬어야 했다.

다리가 떨리고, 입술이 떨린다.
심장이 쿵, 쿵, 쿵.

시끄럽다.

내가 내뱉은 강한 말에 긴장이 됐지만, 속을 게워낸 것처럼, 시원했다.

“내가 정할게... 장소는 찍어서 보내줄테니까...”

나는 침을 삼키고 상대를 비웃었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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