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방송 네 달째(2) (48/143)



〈 48화 〉방송 네 달째(2)

주인님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나는 조금 경멸을 담아 채팅창을 내려 봤다.

고양이에게 주인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다고 이런 이름이 투표 1위일까.

장난기가 다분했다!

물론, 내가 흔치 않은 이름을 원하긴 했지만 이래서야 고양이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수치스럽지 않은가!

주인님 이리와!
주인님 츄르먹자!
주인님 꼬순내!
주인님...
주인님...

“으으...!”

진지하게 2위인천마가 나았다.
천마는 멋있기라도 하지...!


아, 아니.

“아니 낫긴 뭐가 나아요!”

나는  생각에 기겁하고는  자리에서 버둥거렸다.

-??
-갑자기  이럼
-???

 투표는 무효다!
애초에 내 실수로 벌어진  아닌가!

두디디, 자반이, 호야, 호떡이 등등 귀여운 이름들은 어디가고 갑자기 주인님이라니!

나는 머리카락이 뺨을 때릴 정도로 고개를 맹렬히 저었다.

차라리 사람에게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한다면 눈 질끈감고 할  있겠으나.

고양이에게 주인님이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나에게도 자존심이라는  있다!

물론 바닥을 기는 자존심이었지만, 그런 자존심도 고양이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격하게 거부했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테에엥 거리며 시청자들에게 때를 써봤지만 들은 척도 안해주신다.

-아ㅋㅋㅋ시청자투표를 무시 하네
-ㄹㅇㅋㅋ
-투표결과대로  할 거면 투표  시킴?
-악질ㅋㅋㅋㅋㅋㅋ

“아, 악질이라니...!”

억울하다.

하지만 뭐라고  수도 없었다.
순전히 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저 말도 안되는 이름을 진짜로 써야할까?

몸을 잘게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에게 주인님이라니...!

“어... 어떻게 다른 걸로 못할까요...?”

차라리, 2등인 천마는 어떤가!
멋있지 않은가!

하늘말이라니!

“그... 처, 천마는 어때요? 멋있죠? 이것도 괜찮지 않아요?”

-응 주인님이야
-1등을 버리고 2등을?????????
-양심ㅇ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타협의 여지가없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주인님으로 굳어진 것 같았다.

이렇게  줄 알았다.

사람들이 물러줄 리가 없지 않은가.

슬프다.

흑흑,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우는 시늉을 해보고는 힐끔, 채팅방을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엽네ㅋㅋㅋ
-ㄹㅇㅋㅋ
-예전부터 쟨 ㄹㅇㅋㅋ만 치는거 같다?

역시 물러주지 않는다.
시늉이 아니고 진짜로 훌쩍거리며 포기했다.

고양이를 내려보자 시선을 맞춰오는 고양이.

나는 그런 고양이에게 말을 툭 내뱉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주인님이야...”

애옹-

뭐지.

주인님이라는 말에 고개를 뻣뻣이 들고 가슴을 내미는 것이 어쩐지 얄밉다.

마치, 알아서 모시라는 듯 한 자세.

“네...네... 알아서 모실게요...”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는 ‘주인님’

“으... 이거 뭔가 이상해요...!”

-익숙해지면 됨ㅋㅋ
-ㄹㅇㅋㅋ

“으... 잠시만요...?”

내 방송 초기때부터 있던 저분이 신경쓰인다.

아까 ‘예전부터 쟨 ㄹㅇㅋㅋ만 치는거 같다’ 라는 소리에, 나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ㄹㅇㅋㅋ를 친 시청자 닉네임에 마우스를 올리곤 우 클릭.

여러 선택지 중, ‘내 방송 채팅내역보기’를 눌러보았다.

-부검드가자
-아ㅋㅋㅋㅋㅋ
-ㄹㅇ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검ㄱ

dkzkQkdwoalTdj123님의 채팅내역

-닉 겁나 기네
-뭔 뜻이여
-뜻은 없을 듯ㅇㅇ

오늘이 5월3일.
시간은 오후 9시 21분.

나는 드래그 하여 채팅내역을불러왔다.

-5월 3일
ㄹㅇㅋㅋ? -오후 9시 20분
ㄹㅇㅋㅋ -오후 9시 14분
ㄹㅇㅋㅋ -오후 9시 9분
ㄹㅇㅋㅋ -오후 9시 1분
ㄹㅇㅋㅋ -오후 8시 53분
ㄹㅇㅋㅋ -오후 8시 49분
ㄹㅇㅋㅋ -오후 8시 44분

-5월 2일
ㄹㅇㅋㅋ -오후 11시 18분
ㄹㅇㅋㅋ -오후 10시 34분
ㄹㅇㅋㅋ -오후 10시 29분
ㄹㅇㅋㅋ -오후 9시 3분
ㄹㅇㅋㅋ -오후 8시 44분

-5월 1일
ㄹㅇㅋㅋ? -오후 11시 58분
ㄹㅇㅋㅋ -오후 11시 54분
ㄹㅇㅋㅋ -오후 10시 59분
ㄹㅇㅋㅋ -오후 10시 55분
ㄹㅇㅋㅋ -오후 10시 41분
ㄹㅇㅋㅋ -오후 8시 4분
.
.
.


-

-이새끼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무서운데
-ㄹㅇㅋㅋ빌런...

도대체 뭐하는 분인데 채팅내역이 ㄹㅇㅋㅋ뿐 인걸까.
이정도면 광기라 불러도 되었다.

나는 고양이를 끌어안았고, 버둥거리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주인님... 가만히 있어... 저건 광기야...”

-말넘심...
-근데 저 정도면 광기긴 해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너 말이야 너 새꺄
-키보드가 ㄹ, ㅇ, ㅋ, 키 빼고  뽑혀 있는  아닐까?

채팅내역을 내릴 때 마다 소름이 돋는다.
이 사람, 드래곤님과 합방했을 때부터 꾸준히 ‘ㄹㅇㅋㅋ’만 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참시청자의 표본!

뭔가 오늘 봐선   것을 봐버린 것 같은 기분 이었다.

음습하고, 어두침침한 진실 같은 무언가.

“뭐하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힘내세요.

무슨 사연으로 ㄹㅇㅋㅋ만 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의 행보에 작은 응원을 보냈다.

“자, 저희는 아무것도 못본거에요...!”

-ㄹㅇ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으...”

모두가 단합하여 ㄹㅇㅋㅋ를 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신병 걸릴 것 같았다.

이미 걸려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생각 그만하자.

나는 내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고양이, 아니 주인님을 바라보았다.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이제부터는 익숙해져야 하는이름.

“어쨌든 이제 얘 이름은주인님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
-주인님 부럽다
-ㅋㅋ

뭐가 부럽다는 걸까.
어쨌든 이제 고양이 이름짓기는 끝.

 방송 시작이었다.

“오늘 가져온 게임은요...!”

-

4시간이 지났다.

퍼즐류의 게임이었기에 시간이 조금 많이 걸리긴 했지만, 클리어.

시청자 수는 278명으로 방송이 마무리되었다.

구독자수도, 시청자수도 슬슬 고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으음...”

더 성장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일까?

0명 방송일때를 잊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너무 주제넘는 것일까?

그때는 10명의 시청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했었는데.

300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보유하게 된 지금은  많은 시청자들을 원했다.

더 많은 관심을 원했다.
더 많은 사랑을 원했다.

...

내 주제를알아야 할까?

아니다.

“이제 슬슬 자신감 가질 때도 됐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는데 자신감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하아-

깊은 한숨.

밖에서 마실거나 사오자는 생각에 외투를 걸쳤다.

이제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
나도 이제 생수를 마신다!

뭔가 조금, 뿌듯하면서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져 배를 살짝 내밀었다.

문을 열고 나가자 옆집 문 앞에, 막 배달  듯 한 군만두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만두 좋아하시나...?”

거의 매일같이 배달오는 군만두를 보고 있자면 조금 질릴 것 만 같았다.

"...그러보니까 이웃 얼굴을 본적이 없네?"

어떤 분일까?

일단, 문신한 사람만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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