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방송 네 달째(4) (50/143)



〈 50화 〉방송 네 달째(4)

다음 날, 아침.

나는 아침 일찍 군만두를 구입하러 거리를 나섰다.

나름 tv에 나온 맛 집.

장장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군만두를  수 있었다.

근데, 5개에 6000원이라니...

가격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군만두를 선물 받고 웃어줄 이웃을 생각해 뼈아픈 지출을 감내했다.

어제의 모습으로 이상하리만큼 내적 친밀감이 올라갔다.

 예전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일 테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말이다.

물론, 풍기는 분위기나, 손만 뻗어 군만두를 집어가는 모습이 통상의 것은 아니었으나 뭐 어떤가.

나도 일반적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 것을.

흐흥- 콧노래를 불렀다.

포장된 군만두를 소중이 끌어안고 걸음 도중 폴짝- 뛰어보기도 한다.

지나가던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얼굴을 붉히고는 그만 두긴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들뜬 기분이었다.

무언가, 같은 종족을 만난 느낌.
분명 알 수 있었다!

이웃은 나와 같은 과였다.

서로 보듬어줘야  존재였다.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집에도착한 후, 서예님에게 인사를 건네며 4층으로 올라왔다.

뭔 하는분일까.
서예님에게 물어보면 그에 관한 답을 얻을 수 있겠으나.

이런 것을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물어보는 것도 예의는 아니었다.

작게 심호흡 번.

문을 두드렸다.

초인종은 있었지만, 초인종보단 노크가 편한 것은 왜 일까.

내가 한 행동이었지만, 이해가 안됐고, 이내 문이 열렸다.

잠에서  깬 듯, 눈 꼽도 때지 못한, 부스스한 모습.

"누구세요오...?"

잠에 찌든 목소리.

“아...그... 죄송해요...”

자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머뭇거리다 손에 쥔 군만두는 건네주었다.

“아, 이, 이거는 선물이에요...!”

내 행동을 멍하니 바라본 이웃은 이내 내가 건넨 것을 바라보고는 움찔거렸다.

그리곤 나와 군만두를 두어번 번가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뭐가 잘못 된 걸까?

“그으...마음은 고마운데요오... 저 군만두싫어해요오...”

“아앗... 그, 그치만 어제...”

내가 뭘 말하는지 안다는 듯 이마를 짚은 이웃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제서야 제대로 드러나는 얼굴, 부스스하긴 하되, 분명 미형의 외모였다.

“...배신자...!”

같은 종족인줄 알았더니, 같은 종족인  하고 있던 기만자였다!

입술을 살짝 깨물자 나를 의아하게 쳐다본 이웃은  손에서 군만두를 받아갔다.

“뭐가 배신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받아갈게요오...? 제 선물이니까아...?”

 의문형일까.

 생각도 잠시, 나는 쭈뼛거리며 손을 들어보였다.

“저, 저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비록 같은 종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소심한 말에 이웃은 음- 소리를 길게 내더니 말을 던졌다.

“뭐라도 마시고 가실래요...?”

“엣.”

내가 당황하자 ‘싫음 말고’라는,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에 나는 이웃의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그, 그러면 잠깐 실례할게요!”

가슴이 두근거렸다.

네모미님, 서예님, 드래곤님, 아람님과 가람님.
그분들은 방송인이며, 적어도 내가뭘 하는지 알고 계셨다.

반대로 나는 그분들을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다.

반면, 지금은 서로 이웃이라는 것만 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내 모습에 다시 한 번 음- 소리를 낸 이웃은 집안으로 날 인도해줬다.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기름진 냄새.
무언가 익숙한 냄새였다.

“아, 군만두 냄새...!”

“네에...”

집에 군만두 냄새가 베길 정도라니.
환기가 안 된 건가 싶어 두리번거리며 창문을 찾았다.

활짝 열려있는 창문.

“우아아...”

무의식적으로 나온 감탄사.
이내 자각하고는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뭐... 괜찮아요오...”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머리를 톡톡- 두드리는 이웃.

...

내 머리에 뭐가 있나?

다들 만나면 머리부터 건든다.
양손으로  머리를 매만졌지만, 별 다른 것은 못 느끼겠다.

내 행동에 살며시 웃어 보인 이웃은 눈 꼽을 때고는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왔다.

나는 그 모습에, 그제 서야 집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발에 차이는 수많은 캔 커피들, 그리고 무언가 포장되어 있었던 플라스틱 접시.

군만두가 포장되어 있었으리라.

“우아...”

“자, 마셔요오...”

나에게 건네주는 캔커피를 받자, 이웃은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으, 제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오...”

무슨 소리일까.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말 끝이 늘어진다는  외엔 잘 모르겠다.

빤히 바라보자 헛기침을 한 이웃은 어제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을 말했다.

“아, 괜찮아요...!”

물론, 한 밤중 그런 것을 보게 되어 상당히 무서웠지만, 지금 쑥스럽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는 이웃을 보자면 그냥 오해였다.

“그, 제 이름은 서연이에요...  서연...! 17살...!”

통성명이나 하자는 식으로 본명을 밝히자, 이웃또한 머뭇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어, 저는... 단우비에요오... 나이는 22,,,”

언니였구나...

그보다 단우비라니, 이름이 꽤 특이하다.
일을 살짝 벌리자, 단우비님이 내가 사온 군만두를 꺼내 내 입에 넣어주었다.

우물우물...

확실히 맛은 있다.

“아, 아니 단우비는 필명이고, 이름은 최하얀이에요오...!”

“필명이요...?”

“아, 뭐... 글쟁이라서요오...”

글을 쓰는 사람이라니.

나는 무언가 동경하는 쳐다봤고, 최하얀님은 그런 나에게 군만두를 하나 더 내밀었다.

“...아직 입에 남아있어요...”

요즘은 잘 먹고 다니는데, 왜 만나는사람마다  못 먹여서 안달일까.
심지어 최하얀님은 나랑 오늘 초면 아닌가.

일단은 꾸역꾸역 받아먹긴 하는데.

이러다간 진짜로 돼지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 정도였다.

40kg대가 코앞이라니.

“으...”

내가 몸을 부르르 떨자 움찔 거린 최하얀님은 군만두 하나를 먹었고,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아, 싫어하신다고 하셨지.

“근데, 군만두 싫어하신다면서 군만두를 왜이렇게 많이...”

“맛으로 먹는다기보단, 그... 수련에 가깝죠오...?”

왜 또 의문형이야.

내가 의문을 지니기도 전에 최하얀님이 말을 이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100일동안 쑥과 마늘을 먹었듯이, 저 또한 군만두 100일먹기로 차기작을 준비하는...우욱...”

갑작스레 헛구역질을 하는 최하얀님께 다가가 등을 두들겨 주자, 조금은 나아졌는지, 손바닥을 펼쳐 나를 말렸다.

“으으... 건강에 이상은 없는데 너무 물리네에...”

나는 질렸다는 듯이 최하얀님을 쳐다봤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영양제 통만 봐서는 확실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되 이런 것은 사람의 생활이 아니었다!

“오늘로 며칠 째에요...”

“어, 아마아... 67일 째...?”

나는 혀를 차고는 시계를 바라봤다.

곧 점심시간.

최하얀님의 손목을 붙잡았다.

“제가 바, 밥 사줄게요...!”

밖에 나가서 제대로 먹죠...!

네모미님과 서예님이 나에게 퍼준 사랑, 그래도 갚을 때가 왔다.

지갑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지갑이 대수일까.

“예에...?”

내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지, 되물어 오는 최하얀님이었지만, 나는 들리지 않았다.

오늘 이 사람을 제대로 먹이고, 살찌울 것이다...!

차기작이고 뭐고,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죽게 생겼다.

“자, 빨리요...!”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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