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방송 네 달째(5) (51/143)



〈 51화 〉방송 네 달째(5)

하얀님은  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는 것이  행동을 관찰하는 듯 했다.

그러보니, 작가라고하셨었지.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관찰하는 것 말이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

“음, 딱히...?”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자고 있었으니까, 별로 밥생각은 없는데요오...

라며 길게 말을 늘어트린 하얀님의 대답에 나는 볼을 부풀렸다.
군만두 하나 먹고 물려서 구역질 하던 사람이다.

저 말만 믿고 다시 돌아갔다간 이번  내로 이웃의 시체를 보게   같았다.

수련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야  것 아닌가.

“그럼 백반집 어때요...?”

“괜찮아요오...”

하암- 하품을 하는 하얀님.

뭐가 됐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에 입술을 삐죽였다.

내가  강제적으로 끌고 나왔음에도 화를내거나 무언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단우비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같았다.

“아...!”

공지 세 개를 남기고는 홀연히 떠나버린 작가.

전에 서예님이랑 같이 밥을 먹으며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 분명 서예님이 작가를 찾아내서 ‘합의’하에 감금시켜버렸다는 소리를 했었던  같았다.

그냥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일 줄이야.
설마 그게 이웃이었을 줄이야.

“세상에...”

이런 상황이 진짜로 벌어질 수 있구나.
아니, 그보다 서예님은 도대체 뭘까.

작가를 잡아와서 합의 후 감금이라니.

아니, 어떻게 합의했는지를 떠나서 어떻게 잡은걸까.
어떻게 잡은 건지를 떠나서 어떻게 특정한 걸까.

 떠나서.

이게 단순히 돈만으로 되는 일인가?

매번 느끼는거지만 서예님을 알아갈수록 더더욱 범접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고, 이내 목적지에 다다랐다.

인기 유튜버 영상에서 한번 소개된 백반집.
점심시간이 가까운 탓일까.

백반집밖엔 택시가 줄을 서있었고, 가게내부는 아저씨들로 가득차 있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어서 잠깐 움찔.

빈자리가 있긴 한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잠시 둘러보다 찾아낸 자리.

나는 그곳에 하얀님을 앉혀두고는 셀프 바에서 김치와 밑반찬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저, 저희 백반  개요...!”

바빠 보이는 아주머니가 네! 라며 크게 소리쳤다.

“여, 여기 맛있어요...!”

직접 먹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맛 집 탐방하는 유튜버가 인정하셨었다.

그분을 믿자.

쉰밥이나, 하얀 곰팡이가 살짝  된장찌개, 잔반을 모아 섞어놓은 개밥같은 것만 아니라면  맛있게 느끼는 내 입맛은 믿을  한 것이 못됐다.

“음음...”

제육볶음은 금방 나왔다.

“맛있겠다...”

...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나를 빤히 쳐다보는 하얀님.

그래, 내가 먹으러 온 게 아니지.

하얀님을 먹이러 온 것이다.

애써 군침을 삼켰다.

제육볶음과 함께 나온 칼칼해보이는 빨간 콩나물국을 바라봤다.

그리곤 힐끔, 하얀님의 눈치를 살폈다.

먼저 드셔야 나도 먹을 수 있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걸까.
하얀님이 숟가락을 들고 나에게 말을 툭 건네고는 콩나물을 건져먹었다.

“으음...네에...잘 먹을게요오...”

나른한 말투.

나는 그제 서야 젓가락을 들었다.
제육볶음은 하얀님 많이 드셔야 하니까 밑반찬위주로.

분홍 소세지를 계란 물에 입혀 부친 것을 밥 위에 올리고는 한입.

살짝 밍밍했지만 그게 나름대로 맛있었다.

다음은 멸치볶음.

아까와는 반대로 짭짤했다.
간이 맞았기에 밥을 두 숟가락 퍼먹고는 콩나물국을 떠먹었다.

콩나물이 아삭하게 씹힌다.

살짝 텁텁했던 목구멍에 액체가 흐르자, 조금은 편안해졌다.

확실히 맛있었다.

“아.”

이게 아니지.

내 입맛은 워낙 개판이지 않은가.
나는 아무것도 없는 젓가락을 씹으며 하얀님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맛있었으면 좋겠는데.

하얀님의 표정은 여전히 나른했다.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으, 맛은 괜찮아요...?”

“네에, 맛있어요오...”

우물우물-

나를 힐끔 본 하얀님은 다시 고개를 내려 밥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아, 맛있어 하시는 거구나.

다행이다.

하긴, 60일 넘게 군만두만 먹었는데 뭐든 맛이 없을까.
 입맛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하향평준화 당해있을 만 했다.

아니면 평소에도 별로 가리는 것이 없으실 지도.

 입맛에 자신이 없으니,이상하리만큼 음식 맛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검증된  집인데  이럴까.

처음으로 사람을 대접해봐서 그런가?

"으으...!"

잡념을 떨쳐내고는제육볶음을 바라봤다.

어차피 2인분이니까 나도 조금은 먹어도 되겠지.

젓가락을 뻗어 제육을 하나 집어 흰 쌀밥위에 올렸다.

하웁-...

입안에 다 집어 넣기로 어렵도록 욕심껏 그득.

“마시따...”

입을 가리고는 중얼거렸다.

매콤하고, 달달하다.
솔직히 특별한 맛은아니었고 정말 기본적인 맛이었기만, 맛있었다.

입안에 있는 제육을 양념을 콩나물국으로 헹구고는 다시 한 번 분홍소세지 한입.

자극적인 것을 먹어서 그런지,  그래도 밍밍한 소세지의 맛이 더더욱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하얀님을 바라보니 싸먹으라고 준 상추를 으적으적, 토끼처럼 씹어 먹고 있었다.

이제, 급한 불은 껐으니까, 이야기 좀 해볼까.

“그, 소설...”

“우음...?”

상추를 다 먹고는 손을 뻗어 다시 상추를 집어 우물거리는 하얀님.

나는 내가 품고 있던 궁금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작가시잖아요...?”

“그렇죠오...?”

내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신 하얀님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어쩌다가 서예님에게 붙잡히신거에요?”

솔직히 서예님이 무시무시한 분이긴 하지만, 아무나 막 납치하고 감금하고 그런 분은 아니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서예님은 착한 사람이었다.

“아...”

이걸 말해도 되나 싶은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며 물티슈로 입 주변을 닦은 하얀님은 이내 결정한 듯 입을 열었다.

“그, 후원금을 많이 주셨는데에... 연재를 중단해버려서어...”

“...”

나는 조금 짜게 식은 표정으로 하얀님을 바라봤고, 하얀님은 무안하다는  헛기침을  번 했다.

“이런 걸 물어 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액수가...?”

“천...”

“...네?”

천이라니.

천원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처, 천만원이요...?!”

“그으...네에...”

 작은 비명에 식당내부의 시선이 쏠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나는 조금 질릴 듯이 하얀님을 쳐다봤다.

세상에, 나와는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하얀님이 잡혀온 이유도 나름대로 유추할 수 있었다.

천만원씩이나 후원한 작품이 연재 중지가 되었고, 화가난 서예님이 하얀님을 찾아냈다.

 후 모종의 합의로 인해, 지금 빌라에 감금되었다.

아니 감금은 아닌가?

지금처럼 밖으로 나와서 밥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진짜 감금은 현관 쪽으로 가기만 해도 손이 날아드는 것 아니겠는가.

“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하얀님을 빤히 쳐다봤다.

“그...”

뭐라고 말을해야 할지도모르겠다.

“잘 지내봐요...”

“네에...”

...설마 다른 층의 사람들도 이런 식일까?

"에, 에이... 설마..."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내 생각을 부정하면서도 이유모를 오한에 몸을 살짝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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