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방송 네 달째(6) (52/143)



〈 52화 〉방송 네 달째(6)

하얀님과는 꽤나 어색하게 헤어졌다.

일단은 밥을 먹여놨으니 이번주에 시체치울 걱정은 덜어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

집으로 돌아와 주인님에게 밥을 주고는 침대에 누웠다.

푹신하고 포근하여 한 번 눕기 시작하면 일어나기 싫어지는 침대.

뒹굴거리고 있자니 머릿속이 싱숭생숭했다.
나도 그렇고 이웃도 그렇고, 일반적인 입주민이 아니었다.

우리 둘만 특이한 거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그럴까 하는의문.

이제 와서 서예님의 취미가 사람수집이라 한들 이상할 것은 없었다.

“뭐...”

상관없나?

뭔가 특별히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침대에서 ‘으쨧-’ 거리는 이상한 기합과 함께 일어났고, 컴퓨터로 다가갔다.

그래, 내가 고민한다고 뭐가 변하겠어.

그리고 서예님을 정말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그렇다고 완전히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착하신 분이었다.

쓸데없는 고민을 할 필요는 없겠지.

로그인을 하고 바로 방송을 키려다 우측상단, 쪽지함에 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것을발견했다.

“어...?”

쪽지라니.

너무 많은 성희롱에 쪽지는 차단상태로걸어놨었는데.

3개나 왔다.

뭔가 방송에 업데이트가 있는 걸까.
아니면 무슨 공지사항 같은 걸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따로 홈페이지 공지사항 칸이 따로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일일이 쪽지를 보내진 않는다.

“뭐지...?”

그럼  것이 없지 않은가.

의문에 쪽지함을 클릭해보았고, 이내 방송플랫폼에서 온 쪽지인 것을 알아차렸다.

[50,000팔로워 축하드립니다]
[파트너 스트리머 신청관련]
[방송오류건 보상 및 사과의 말씀]

“아.”

대충 뭔지 알겠다.

5만 팔로워 달성으로 파트너 스트리머를 신청할 자격이 생겼다는 소리.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것은 전에 방송사고 일어난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와서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라도 라고 바꿔 생각하니 그나마 나았다.

위에 두 개는 뭔지 알고 있으니 넘기고, 가장 아래 [방송오류건 보상  사과의 말씀]를 눌러보았다.

사과말씀은 둘째 치고 ‘보상’이라는 것에 눈이 먼저 간다면 너무 속물적인 걸까

예전이었다면 보상 보다 사과라는 단어에 어쩔  몰라 했을 텐데.

“음...”

이모를 물리친 이후, 나는 조금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느꼈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내용은별거 없었다.

필요이상으로 꼬아놓은 글을 요약하자면 ‘전적으로 우리 잘못이고, 이걸 줄 테니 화를 풀어줄래? 앞으로는 안 그럴게 미안해‘

예전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는, 방송 종료되었는지 확인안한 스트리머 잘못이라 썼다가 한참 불타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그런 소리는 없었다.

“잘렸나...?”

어쨌든 보상을 바라보자 꽤나 신경  것이 보였다.

가장 심플하면서 가장 베스트인 보상.

돈이었다.

“백, 백만원...”

무언가 꽁돈이 생긴 기분.
이걸로  할까.

기본적인 가구나, 필요 기기는 이미 있었다.
맛있는거나 사먹을까, 아니면 요즘 시작하게 된 모바일게임에 과금을 할까...

욕심으로 그득 채워진 마음을 애써 지웠다.

“으움...”

네모미님이랑 드래곤님에게 후원을 해볼까.

하지만 부 계정을 압수당했다.

이 계정으로 후원을 건네 줘봤자 다시 되돌아올 것이 뻔 한 상황.
빚은  갚았으니 상관은 없지만...

잠시 고민.

이걸 걸고 뭔가 이벤트를 해볼까?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시키고 상금형식으로...

“아니야...”

뭔가 별로다.

저축을 할까?

가장 무난한 선택지이긴 하되, 역시 마음에 차지 않는다.

“어쩌지...”

나는 잠시 허공을 향해 중얼거리다 기부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방송인에게 이미지란 꽤나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아니, 잘못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미지이리라.

그 이미지를 챙기기 가장 쉬운 방법은 거액의 기부.

단발성이면 의미가 없지만 지속적인 기부는 이미지 상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부터 순수한 의도로 기부를 하는  아니지만...”

뭔가 내 욕심을위해 하는 기부라는 것이 꽤나 속물적이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가.

조금은 자신이싫어졌다.

하지만, 욕심을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 욕심 없이 기부를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자면, 더 나은  아닐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나는 사이트를 열었다.

어린이재단.

법망이 닿지 않는 곳의 아동학대, 방치를 막아서고 가난  집의 어린이에게 교육과 복지를 제공하는 재단으로서 꽤나 오랜 시간 내가 기부하고 있는 곳.

그동안은 돈이 없어서 몇 천원, 많아봐야 이만원씩 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크게 하자.

나는 떨리는 손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기부자 명은 본명이 아닌 ‘리에라‘

“후아...”

아깝다.

솔직히 너무 아깝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100만원을 기부했다.
속이 쓰렸지만, 두근거렸다.

 착한 일을 한 것이다.
비록 순수한 마음이 아니었지만, 얼굴  번   없는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빛을 전해줬다.

아깝지만, 뿌듯했다.

이상한 감정.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화면을 캡쳐했다.

“보여줘야지”

리에라 잘했다 라며 칭찬해줄 시청자들을 상상하며 몸을 살짝 꼬았다.
살짝 상기된 뺨을 비비었다.

착한 일에는 칭찬이 필요했다.

화면을 정리하고, 계좌번호를 가리고.
방송을 시작.

시청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0분지각 뭔데
-리하
-ㄹㅎ
-리하!
-지각

“아으...”

생각해보니 기부한다고 지각했구나.

10분 지각, 나는 말없이 살짝 쭈그러들었다.

“미, 미...”

-미친놈아 니가 먼저 잘못했잖아?
-아ㅋㅋㅋㅋㅋ

“그, 그런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니 그렇게 까지 할 건 아니고...
-그렇게 해버리니까 별로 할말이 없는데...
-ㄹㅇㅋㅋ
-쟨  왔네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주는 분위기에 나는 말을 던졌다.

“여, 여러분... 이거 한번 봐주세요!”

-?
-?????
-뭔데?

아까 찍었던 화면 캡쳐 이미지를 보여줬다.

100만원 후원, 기부자 리에라.

“저, 잘했죠...?”

어서 칭찬해달라, 그런 속마음을 지니고 내뱉은 말.

-아.
-...
-아...

반응이 왜이러지.

-설탕물 마시는 사람이  기부를 하고있누
-ㄹㅇ기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ㅋㅋㅋㅋ

“저 요즘은 설탕물 안마셔요...!”

여전히 내가 가난한 줄 아신다!

유튜브 수익금, 후원금에 요즘은 꽤나 넉넉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점심저녁 진순이를 먹고, 생수와 음료를 사고, 고양이 사료를 더 급이 높은 걸로 바꾸고, 더 비싼 간식을 사도 돈이 남았다!

“저는 먹고 살만해요...!”

그러지말고 칭찬해주세요...!

 속마음이 전해졌을까.
채팅들이조금은 변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잘했어요
-우쭈쭈
-그냥 칭찬만 하라고ㅋㅋㅋㅋ
-착하다 착하다ㅋㅋㅋㅋㅋ

우쭈쭈는 애기 다루는 느낌 아닌가.

어쨌든 기분은 좋다...

“흐헤... 흐헤헤...”

수많은 칭찬 릴레이.
헤실헤실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음을 흐물흐물하게 녹이는 채팅들 사이로 하나의 채팅이 올라갔다.

-합방ㄱ?
-? 진짜네
-얘  여기 있음?

웅성거리는 채팅창.

...?

뭐지.

나는 합방을 이야기한 시청자의 아이디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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