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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방송 네 달째(7) (53/143)



〈 53화 〉방송 네 달째(7)

앵간 한 닉네임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닉네임은 모르겠다.
게다가 일반 시청자도 아니고, 말나오는 것을 보면 방송인인데내가 모른다니.

“누구지...”

단순한 혼잣말.

그 말에 채팅방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아 너 누구냐고ㅋㅋㅋㅋㅋ
-나 정도면 모르는 사람없다(실제로 한말
-아ㅋㅋㅋㅋㅋㅋㅋ

“아, 아니...”

내가 모른다고 인기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확실히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누구세요...?”

악의는 없었다.
진지한 궁금증.

그리고 어째서 나에게 합방을 권한 걸까.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구독자 7만, 평균 시청자 250명가량.
슬슬 합방 권유가 올만한 수치였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내 위치는 되게 애매한 위치였다.

인지도는 드래곤님을 비롯한 대기업들과의 친분을 비롯하여 방송사고 관련으로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다만, 인지도에 비해서 인기는 조금 낮은 편이었다.

잦은 사건, 잦은 사고로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그리고  존재감, 실력에 비해서 대기업과 합방을 자주해서 ‘빨대 꽂은 거냐’는 적의.

뭐, 그러한 것들.

하여,  영상들을 보면 일반적인 좋아요와 싫어요의 비율이 조금 상황이 나빴다.

즉 다르게 말하면 이미지가 나빴다.

인지도는높으나 인기는 상대적으로 낮은, 그런 상황에 나에게 합방제의라니.

지금상황에 나와 합방을 한다면 나도, 합방을 제의한 사람도 좋은 소리는 못들을 것이다.
과한 걱정이라하더라도, 1%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되도록 거절할 생각이었다.

아니, 과한 걱정이 아니었다.

무조건 거절해야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

그런데.

“어디가셨지...?”

-얘 어디감
-?????
-대답어디갔누

답변이 없으시다.

1분, 2분이 지나서 4분이 지나갈 무렵.

-저...노래...유튜버...네...

“아?”

노래 유튜버라니.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나 노래 못 부르는 거 모르시나...?

고양이에게도 거절당한 최악의 음치다.
서예님 알람이 내가 부른 곰 세 마리로 되어있었는데.

어째서 그런 알람이냐 묻자, ‘귀엽기도 하고 듣기 싫어서 알람을 끄기 위해 바로 일어날 수 있다’며 대답해 주셨다.

나를 좋아해주는 서예님 조차 그런 반응을 보이는데, 그런 나를 노래 유튜버가 찾는다니.

“으으... 나빠요?”

-나빠요는 왜 의문형인데ㅋㅋㅋㅋㅋ
-쟤  또 운다ㅋㅋㅋㅋ
-착즙기on
-ㅋㅋㅋㅋㅋㅋㅋ

“착즙기라니...!”

내가 눈물이 조금 많긴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시청자들의 억지에 ‘흥’소리는 내고는 노래유튜버라 자칭한 사람의 채팅을 주시했다.

-그 이번 프로젝트 하나 구상하는데 아니 디코 가능하세요?

말로 하는게 더 편하다는 걸까.

디코의 아이디를 서로 교환 한 후, 통화를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예에, 리에라님 안녕하세요! 오리휘파람입니다!”

좋은 목소리, 목소리가 귀에 또렷히 박혔다.
발성이 좋은걸까.

웅얼거리는 듯한 내 목소리와 비교하자니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뭐, 바로 본론부터 말하자만 이번에 프로젝트 하나 구상하고 있거든요.”

음치인 스트리머, 방송인들을 데리고 교육시켜 음치를 탈출 시켜주는 프로젝트.
그 첫 번째 대상이 나라는 소리였다.

인기동영상을 관찰하다 보게 된, 내 방송사고 영상의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꽤나 기억에 남았다고...

“그으...”

대놓고 음치라고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음치를 부정하기엔  양심이 너무 아팠다.

그런데 갑자기 ‘합방ㄱ‘ 라는 말은 뭐였을까.
시청자들이 말한 것을 보면 꽤나 자신의 인기에 취한 듯 보였다.

내가 거절할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걸까.

볼을 긁적였다.

“죄, 죄송하지만... 역시 거절할게요...”

이유는 명백했다.

내 이미지가 나빴다.
오리휘파람님에게 독이 될 것이었다.

좋아요가 10찍힐 때, 싫어요가 5~6이 찍혀버리는 지금 상황에 남과 합방을 하면 그 사람들은 나와 합방을 하는 사람에게 까지 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와 합방했던 드래곤님 유튜브에 들어가서, 내가 나오는 합방영상을 찾아보면 유독 싫어요의 비율이 높았다.

그리고는 그 댓글은 역시 정상적이지 못했다.

빨리 손절해라, 여고생 맛있었냐는 기본, 원색적인 모욕들.

나는 나로서 남이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한숨을 쉬었다.
지금 채팅창에도 간간히 보인다.

하지만 내가 상대하지 말아 달라 이야기 했고, 서예님이 실시간으로 강퇴를 해줘서문제없이 굴러가는 것처럼 보일 뿐.

“미안해요...”

나라고 음치를 탈출하고 싶지 않을까.
나라고 합방을 싫어할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 반응 때문이면 상관없어요!”

“...네?”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잠깐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알고 합방을 제의했다는 뜻인가?

왜?

절대로 좋은 소리 듣지 못할 것이다.

방송인은 이미지가 생명인데, 굳이 나와 합방을 해서 이미지가 나빠질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게다가 음치를 찾는  같은데, 음치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자, 리에라님!”

“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셨나요?”

“아, 아니요?”

왜 이런 것을 묻는 걸까.
당황스러웠지만 대답을 했다.

“혹시 뒷광고를 하셨다던가?”

“아니요...!”

광고 들어온 적도 없다.

“그럼 시청자를 조리돌림하신 적은?”

“그, 그런 짓 하,  적 없어요...!”

시청자들을  조리 돌림한단 말인가.
 방송을 봐주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당황해서 말도 더듬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예에...?”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싶었지만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란 새 하세요?”

“...아니요?”

파란 새가 뭔가 싶어 잠깐대답이 늦었지만 이내 트위터라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커뮤니티는 마이너한 그런 곳이었다.

요즘 욕설밖에 안 올라와서슬프지만...

좀  나아지라는 회초리질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럼 뭐가 문제에요?”

“그, 그런가요?”

-ㄹㅇㅋㅋ
-진짜 뭐가 문제임
-어차피 뭘 해도 깔 새끼는 깔 텐데ㅋㅋㅋ
-ㅇㅇ

시청자들도 동조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당황하고 있을 때, 오리휘파람님이 나에게 말을 던졌다.

“그럼 다시 물어볼게요?”

“네, 네?”

“합방하실래요?”

미리 말하지만 조금 장기적인 프로젝트에요.

뒷말에 나는 조금 걱정되었다.
방금 핸드폰으로 찾아본 오리휘파람님의 구독자 수를 확인했다.

31만.

100만구독자를 달성한 드래곤님의 유튜트도 내가 나올 때면 상황이  좋아지는데, 31만인 오리휘파람님이 과연 버틸  있을까.

그것도 장기적인 프로젝트라면 내가 자주 올라갈 것 아닌가.

그때마다......

으, 상상하기도 싫다.

“괜찮아요...?”

진심으로 걱정되서 하는 말.

“아... 나 모르시지...”

한탄하듯 중얼거린 오리휘파람님.
그리고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을 건네줬다.

“그으, 뭐, 괜찮아요... 제 방송이 원래 좀...”

"네...?"

어떤 방송이길래 저런 말을 하는걸까...?

"어쨌든! 다시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합방 하실래요? 강요는 아니에요!

오리휘파람님의 자심감 넘치는 말과 기세 밀려 나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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