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외전 - 어린이 날 (57/143)



〈 57화 〉외전 - 어린이 날

어린이 날이었다.

화창했고, 더웠다.

학교는 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날은 아니었다.

흘러내린 땀이, 옷을 적셨다.
찝찝하다, 기분 나쁘다.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뭔가에 열중하는 아빠와 친구와 놀러간다고 집을 비운 엄마.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따분할 뿐.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내고, 진동이 울린 휴대폰을 들었다.

-야 내일 돈가져와라

아, 차단했는데 어떻게 알고 보내는걸까.

한숨을 쉬고는 '얼마?' 라고 답장을 보내자 5라는 숫자를 보낸다.

5만원,나는 컴퓨터 옆에 있는 아빠의 지갑을 응시했다.

저기서 돈을 훔쳐 가져다 준다면 학교에서 맞진 않으리라.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싫어

 대답에 시끄럽게 울리는 진동, 인상을 찌푸리고 차단을 눌렀다.

"으…"

아프겠지?

분명 아플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프기만 하고 끝이었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소파에 등을 기대자 내 위로 그림자가 생겨났다.

"…왜요?"

아빠가 험상맞은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오늘 어린이 날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잠시 생각하다, 아빠 뒤편에 놓여있는 컴퓨터의 화면을 노려봤다.

출장 업소, 뭐라고 더 써있는 것 같은데.

"아, 네."

나가달라는 거구나.

꽤나 자주 있던 일에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여 아빠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고  되도록 ‘7시’까진 집에 들어오지말고."

내 준에 쥐어주는 꼬깃꼬깃한 만원 짜리  장.

나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고는 집 밖으로 나섰다.

터벅터벅, 신발을 끌며 거리를 헤매다 집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같이  친구가 없으니, 그냥  자리에서  때리기를 한 시간가량.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젠 나도 어린 애가 아니지 않은가.

어린이 따위, 그냥 쉬는 날  뿐이었다.

한숨을 푹푹 쉬고는 허공을 응시했다.

"에휴…"

내리쬐는  빛이 따갑다.

자리를 옮기고자 벤치에서 일어났고, 지하상가로 들어섰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지하상가는 내가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였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바글바글 몰려있는 사람들의 체온이 에어컨의 냉기를 잡아먹는 것 같았다.

답답하다.

뒤에서 한 아이가  몸을 툭-! 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아이들.

재밌어보이네…

난 재미없는데…

일단 여기도 내가 쉴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냥 계속 걸었다.

아빠가 이번엔 내 교복을 사용하질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시간이고 한참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뭐를 할까.

막상 생각나는 것은 없어, 결국 돌고 돌아 처음의 벤치로 돌아왔다.

털썩 주저 앉았지만, 이내 인상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엎은 것인지, 얼덩이가 축축하다.

“되는 거 없네 진짜...”

다시 앉기도 뭣해 일어서서 애꿎은 땅을 발로 찼다.

흙먼지가 날렸다.

바람이 내 쪽을 향해 불어 흙먼지는 내 얼굴을 향했고, 나는 기침을 내뱉었다.

매캐했다.

“켁, 켁...”

엄마는 어디 갔을까.

아침에 아빠 지갑에서 카드를 들고 나가는 것은 봤는데.

늘 상 있어보이고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모든 것을 부담하는 성격.

그렇기에 매번 카드 값이 많이 나왔고,식탁이 뒤엎어지는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냥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말까...?”

엄마가 오면 아빠가 부른 것에 대한 흔적이 질펀하게 남아있을 것을 보고 화낼 것이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왜 카드를 훔쳐갔냐고 화내겠지.

이젠 그냥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번 똑같았다.

엄마는 내 방으로 와서 너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이혼했다고 한마디 하시겠지.

“으...”

나는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꼬깃한 만 원 짜리 두 장을 꺼내보았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두 분이서 화내지 않고 싸우지 않고그냥 웃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카네이션이라도 살까.

3일이 지나면 어버이 날이지 않은가.

아니, 카네이션은 아니다.

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은 주자마자 10분도 되어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으니, 이번엔 조금 다른 것.

“케잌...?”

달달한 거라도 사갈까?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해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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