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방송 네 달째(11) (58/143)



〈 58화 〉방송 네 달째(11)

거리를 걸었다.

절뚝절뚝.

피곤함과 졸음에 힘을 주고 걷지 않아서 일까.
꽤나 거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픔보다 쪽팔림이 먼저 느껴졌고, 얼굴이 붉어졌다.

아침, 출근길의 사람들은 바빴다.
넘어진 사람에게 시선하나주지 않았다.

그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리라.

애써 탁탁- 털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무릎이 쓰라리다, 그보다 발목을 접질려 통증이 알싸하게 올라왔다.

청바지의 거친 면이 상처부위를 쓸었다.

“아으...”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주변을 두리번 둘러보았지만, 출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씁”

생각보다 크게 접 지른 것 같았다.
알싸한 통증이,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반창고라도 붙여야하나?

약국 따위를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지도 앱을 키자, 가장 가까운 약국이 1.3km.

멀다.

어차피 거의 다 왔으니까, 그냥 오리스튜디오에 가서 물어보자.

아니면 참으면 되는 것이다.

나, 참는 것은 잘한다.

“헤헹...윽...”

스스로 장점을 내뱉고는 기세 등등해진 것도 잠시,  번 째로 말하지만 뭔가 심하게 접지른 것 같았다.

두리번거리고 주변에 있던 벤치에 앉았다.
신발을 벗으려 발목을 움직이자, 눈물이 찔끔 세어 나왔다.

양말을 벗자, 퉁퉁 부운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대자 뜨끈 거린다.
무언가 맥박같은 것이 규칙적으로 손에 전달된다.

“으으...”

참는 것을 잘 한다는 거지,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상태로 걸으라면 걸을 순 있겠지만,그런 무식한 짓을 굳이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다만, 이런 것으로 119를 부르기도 애매하니, 조금만 참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오휘님에게 연락을 남겼다.

그냥 말로만 하면 운동하기 싫어 꾀병 부린다고 오해 하실 지도 모르니찰칵! 내 발목 사진도 함께 보냈다.

답장은 금방 왔다.

-어우 시발... 병원 가요; 푹 쉬고;

걸죽한 욕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걱정을 담아서 하는 말임을 알  있었다.

오휘님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에 욱신거려 3초간 멈춰 서고를 반복한 끝에 20분 거리의 병원을 장장 1시간 30분 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 병원은 한적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접수원의 상냥한 말, 나는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바, 발을... 접질러서...”

“예?”

고작 발목 접지른 걸로 병원까지 온 것은 심한 걸까.
여기로 올 때 까진 생각 못했는데, 그냥 집에서 쉬면 나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못 들어서 그런데, 죄송하지만 한 번만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아으...바, 발을 접질러서요...!”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거 진찰은 받고 돌아가자 생각해, 조금 크게 말을 내뱉었다.

“아, 혹시 저희 병원 이용하신 적 있으신가요?”

“아, 아니요...!”

“그럼 여기에, 이것 좀 작성해주세요.”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 집 주소까지.

나는 그것을 적어서 냈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에 의자에 주저앉았다.

“쓰읍...하아...”

가만히 있는 대도 아프다.
내가 너무 약해진 걸까.

최대한 소리를 내보지 않으려 이를 악 물었지만, 소리는 감출  없었다.

“끄응...”

“백서연님, 백서연님-”

“아, 네...!”

“2번 진료실로 가시면 되요”

“네에...”

절뚝절뚝-

걸었지만 이것도 아프게 느껴져 결국 한발로 콩콩 뛰어 갔다.

“아아,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런 내 모습에 기겁을 하며 부축해주는 간호사.

“죄, 죄송해요...!”

“아니에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주시지...”

나는 할 말이 없어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2진료실까지 거의 나를 들어서 옮겨 놓은 간호사.

그 강인함에 놀라있기를 잠시, 2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경을 쓴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의사가 내 모습을 보고는 인사를 건네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발목을 조금 접질러서요...”

“오른쪽? 왼쪽?”

“오른쪽이요...”

“한번 볼게요.”

내 발목을 붙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체온에 잠시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애써 태연한  이마를 훔치자, 식은 땀이 방울져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어우... 심하게 접지르셨네...”

“그, 그래요?”

심한건가?

모르겠다.

다만, 의사가 심하다면 심한 거겠지.
애써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으으...”

“아프면 아프다고 알려 줘야 해요, 참으면 안돼요, 그랬다간 의사도 몰라”

“네, 네...!”

“여기어때요?”

“악...!”

“아프시구나.”

 발목을 관찰하기를 5분가량, 엑스레이까지 찍어오자 의사는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인대 나갔네...”

파열까지는 아니고, 그냥 늘어난 정도.
깁스를 받고 목발을 짚으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

 팔목에는 약국에서 받은 약이 비닐봉지에 담겨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우우...”

병원비가 생각보다 비싸게나왔다.
그리고 약값은 생각보다  비싸게 나왔다.

그냥 진통제나 타갈 생각이었는데.

“하아...”

탁- 탁- 탁-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며 어색한 목발 질을 해대었다.

겨드랑이가 아파온다.

목발과 깁스한 발이 무겁다.

“끄응...”

결국 반도 못가 길가 벤치에 주저앉았다.

어제 운동을 너무 강하게  탓일까.
근육통도 근육통이거니와 체력이 거의 방전되어 있었다.

오휘님의 탓은 아니지만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기에 조그맣게 툭-내뱉었다.

“바보.”

 이상 욕설을 하기엔 양심이 아팠다.

못 된 생각으로 나를 운동 시킨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아, 다시 가자아...”

말을 툭 내뱉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대견하게 참아냈다,

병원비도, 약값도, 하얀님에게 사준 밥값도 생각하면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진짜 싫어...”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칭얼거림을 내뱉고는 목발을 뻗자, 누군가  어깨를 톡톡두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윤아님...?”

왜 여기 계시는거지?

나를 훑어본 윤아님이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걱정과 당황이 느껴지는 어투.

“안녕... 그, 좀, 많이 다쳤나 보네... 괜찮아?”

“네에...”

그러보니까 윤아님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구나.

오휘님에게 연락하면 당연히 전달 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걸까?

내 부상 소식을 전혀 몰랐다는  한 말투와 표정.

고개를 갸웃거리자 윤아님이 혀를 차며  약 봉지를 뺏어갔다.

“앗....?”

“집까지 들어 줄게요.”

차를 타시지, 라며 이어지는 말을 애써 무시했다.

“고마워요...”

...

너무 조용한것 같다.

뭐라도 말을 이어가야 할꺼 같은데.

속으로 몇 번이나 꿍얼거린 후에야 나는 말을 내뱉었다.

"저기..."
"혹시..."

""네?""

서로 동시에튀어나온 말.

이럴 때는 양보해야지.

""먼저 말씀 하세...""

또 다시, 똑같이 튀어나온 말.

그리고 그 상태로 다시 찾아온 정적.

...

어색해 죽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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