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외전 - 어버이날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꼬깃한, 하도 매만져서 헐어버린 만원 짜리 두장으로 케잌을 샀다.
딸기가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
딸기는 아빠가 좋아하는 것.
생크림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
내 의도를 알아 주실까?
나는 멍하니, 집안에 앉아 부모님들을 기다렸다.
케이크상자는 내 방에 숨겨놓고, 들어오시면 선물이라고 가져다 드릴 생각.
케이크를 사고 천원이 남아색종이를 사서 카네이션도 만들었다.
작년에는 10분도 안되서 쓰레기통으로 갔으니, 별로 기대는 없지만 말이다.
“언제 오시려나...?”
오실때까지, 집청소나 해둘까.
거실을 둘러보았다.
불규칙하게 굴러다니는 녹색 소주병들
무언가를 흘렸지만 닦지 않아 끈적하게 눌어붙은 무언가.
머리카락과 먼지, 과자부스러기.
혀를 차고는 팔을 걷어붙였다.
팔에 나있는 피멍이 드러났지만, 어차피 지금은 혼자니까 상관없었다.
일단 매캐한 냄새부터 어떻게 하고자 창문을 열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기분 나쁜 무언가가 묻어서 굳어버린 내 교복과 여러 옷가지들을 빨래를 했다.
그러고도 올 낌새가 없었기에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아와 바닥을 닦았다.
멍이든 다리로 기어 다니며 걸레질을 하자, 상당히 아팠지만 참을 만 한 정도.
모든 청소를 끝낸 후, 허리에 손을 얹고는 배를 살짝 내밀었다.
뿌듯하다.
이정도로 깨끗하다면 그래도, 칭찬 한마디 정도는 해주시지 않을까.
미약한 기대감.
1시간이 지났다.
집안은 고요했다.
“...아!”
설거지를 해야지, 그걸 까먹고 있었다.
싱크대로 다가가 높게 쌓여있는 그릇들을 바라봤다.
음식물찌꺼기 따위가 둥둥 떠다니고,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으...”
하지만 이것까지 한다면 확실히 칭찬 받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고무장갑을 꼈고, 수세미를 들었다.
그리고 설거지가 끝나고, 2시간이 지났다.
집안은 아직도 고요했다.
“어디계시지...?”
폰을 만지작거렸다.
언제오시냐고 물어볼까?
약한 소리도 잠시, 고개를 저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싫어하실거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집안을 둘러보았다.
청소 끝났고, 환기했고, 설거지까지 끝났다.
뭔가 더 할게 없을까.
집안을 둘러봐도 내가 손대지 못하는 것만 남았을 뿐, 내 선에서할 수 있는것은 모두 끝나버렸다.
“움...”
결국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소파에 털썩- 앉아 tv를 틀어보았지만, 재밌는 것은 나오지 않았다.
tv를 끄고, 무릎을 끌어 모아 턱을 괴었다.
째깍- 째각-
아무도 보지 않는 시계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손톱을 물어뜯었다.
하도 물어뜯어서 툭하면 퉁퉁 부어오르는 못난 손가락.
침으로 젖은 손가락을 내려놓고는, 카네이션을 접고 남은 색종이를 가져와 앉았다.
나이 16살 먹고 이런 글을 쓴다는 것에 꽤나 수치심을 느끼지만...
어차피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만약 건네 준다 하더라도 보지도 않을 것 아닌가.
볼펜을 들고 어색하게 첫 문장을 시작했다.
1년이라도...
나는시작부터 인상을 찌푸리곤 찍찍 줄을 그어버렸다.
내가 생각해도1년은 너무 긴 것 같았다.
여섯 달이라도, 세 달이라도, 한 달이라도...
모두 찍찍 그어놓자, 색종이가 지저분해져서 꾸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일주일이라도”
일주일이라도.
이건 조금이나마가능성 있을 것 같았다.
“...화내지 말아주세요”
화내지 말아주세요.
내가 적어 놓고도 고개를갸웃할만한 두서없는 글.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글을 적어나갔다.
“일주일이 어렵다면 나흘이라도, 나흘도 없다면 이틀이라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숫자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평범한 가족처럼 지내봐요...”
내가 적은 글을 쭉 읽어보고는 전부 찍찍 못 알아보게 그어 놓고는 구겨서 쓰레기 통에 집어넣었다.
“...부끄럽네”
하아- 한숨을 크게 쉬고,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문을 바라봤다.
“언제 오시려나...?”
다 같이 식탁에 모여앉아 케이크를 먹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발만 휘적였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날, 엄마와 아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