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방송 네 달째(19)
“음란낭자님... 10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 후로부터 몇 번이고 죽여 10번을 기어이 채웠다.
10번을 죽일 동안 내가 당한 것이라고는 재수 없게 수류탄에 적중당한 것 뿐.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죽일 수 있겠으나, 게임에는 시간제한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총합 16킬로 9위를 차지했다.
10만원의 후원, 그 뒤로 축하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많은 후원들.
이것저것 다 합치면 16만 원정도 번 것 같았다.
생강이 비싸봐야 10만원씩 하겠는가.
헤실 거리며 오늘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자, 시청자가 내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
-얘우는데??
-????
-왜 움?
“네...?”
운다고요?
누가요?
걔가요?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입술을 삐죽였다.
뭐, 그렇게 당했으니 서러울 만도 했다.
나도 스컬소울에서 바코드 아오오니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가.
현실이던 게임이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것 만큼 서러운 일은 없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불쌍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자업자득이잖아.
어깨를 으쓱이며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하자, 영상후원이 하나 올라왔다.
“엗...?”
[이거뭐임님이 3,900원 후원!]
그 아래 놓인 링크 하나.
이상황에 어떤 영상인지 예측은 되었으나, 인상부터 찌푸려지는 것은 별 수 없었다.
그래도, 보긴 봐야겠지.
시청자들은 그것을 원하는 것 같았다.
링크를 누르자 영상이 나왔다.
어울리지 않는 핑크빛 방, 빨간색 게이밍 의자에서 흐느끼는 소녀.
그 모습은 분명 안타까워 보이는 것이 맞겠지만, 나는 그 속에 들어있는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저 예쁘장한 껍데기 속, 본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동정심을 살 생각일까.
딱히 특별할것 없이, 울기만 하는 영상일까 싶어 시청자들에게 되물으려던 찰나.
영상속 소녀는 입을 열었다.
“서, 서연아 내가... 뭐,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고개가 살짝, 꺾였다.
내가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16만원이라는 후원금에 웃고 있던 눈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입꼬리 또한, 분위기를 읽은 것인지, 히죽거림을 그만두었다.
무표정.
나는 무표정을 지으며 영상 속, 소녀를 바라봤다.
영상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를 껐다.
울음소리만 선명하게 귓가에 울렸다.
-표정뭔데
-해
-무섭네;
-명
-일진새끼가 방송을 쳐하고 있었누ㅋㅋㅋㅋㅋㅋㅋ
-이때다 싶어서 분탕충새끼들 튀어나오네
시청자수를 바라봤다.
370명.
평소보다 많은 시청자의 숫자.
어디선가 몰려오고 있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를 망치려드는 것만은 확실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잠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 영상솓 소녀는 울먹이며 또다른 말을 꺼내었다.
“나, 이제 겨우 행복해지려 하는데! 왜 계속 망치는거야...!”
...
뭐라고?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어, 다시 들어봤으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 것 만 같았다.
“하, 하하.”
저 말이 지금 누구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감히 누구 입에서.
화가 났다.
화가 나기 이전에 슬펐다.
슬프기 이전에 억울했다.
억울하기 이전에 어이가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있던가.
이모와 대면했을 때, 내가 받은 감정이 허탈함이었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극에 달한 분노이리라.
얼굴이 일그러졌다.
채팅을 바라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둥, 나가 죽으라는 둥, 별 이상한 말이 오가고 있었다.
본래 내 시청자들이 나를 위해 싸워주고 있었으나, 어디선가 온 사람들은 화력이 남달랐다.
나는 손을 뻗어 채팅방을 얼려버렸다.
“...조용히 해줘요.”
채팅방에서 시선을 때고, 영상을 바라봤으나, 짧은 영상은 이미 끝이 나있었다.
그래, 확실히 오해할만한 상황일 것이다.
어느 정도 성장한 스트리머가 하꼬스트리머를 대놓고 저격하는 상황.
그리고 하꼬스트리머는 눈물을 흘리며 본명을 들먹이며 과거를 이야기한다.
보통이라면 쥐뿔도 안 먹힐 일이었지만, 내 이미지가 나쁜 것과 상호작용을 일으켜버렸다.
정말, 최악이다.
실상 따위는 시청자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본래 흥미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아니던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시청자들은 그럴 수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근데, 너는 그러면 안되잖아?
눈을 감지않고 몇십초고 화면을 노려보자 빨갛게 눈이 충혈되었다.
나도 눈물 흘릴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호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흙탕싸움을 할 수 도 있었다.
다만, 싫었다.
눈물도 사치였다.
입술을 물어뜯자 피맛이 흘렀다.
뚝- 떨어진다.
손등으로 아린 입술을 닦아내자 붉은 것이 색칠되었다.
울적한가?
울적하다.
슬픈가?
슬프다.
억울한가?
억울하다.
화가 나는가?
화가 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맞설 것이다.
이미 한 번 해본 일, 두 번째는 더욱 수월하지 않겠는가.
설마 이렇게 까지 할 것이라 예측하지 못한 내 실책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과거처럼 가만히 주저앉는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낮게 읊조렸다.
“폭행, 갈취, 성희롱.”
아, 단어가 너무 부적절하다.
오히려 이것보다 더 적절한 단어들이 있지 않은가.
“살인미수, 강도, 강간미수,방화미수.”
미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소리.
하지만 그 이전에 실행했다는 소리.
“네가 나한테 했던 짓들이야...”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허리에 나있는 상처는 그것이었다.
모든 것을 빼앗겼다.
나를 아는 오빠라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팔려 했다.
집에 불을 지르려 했다.
자잘한 것은 빼고, 이정도.
나에게 했던 짓들을 까먹었나싶어 하나하나, 조용히 씹어 뱉어냈다.
이런 싸구려 도발로 이렇게 급발진하는 것이 맞는걸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기 싫었다.
이제 겨우 행복해지려는데, 왜 망치냐고?
내가 할 말이라는 흔한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서리가 서린 듯.
낮은 목소리로 경고를 보내었다.
굳이 방송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꼴을 보아하니, 둘만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읊조린다 한들, 그 말은 일진, 아니, 이혜진에게 닿을 것이다.
“소설은 잘 들었어......”
“솔직히 나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숨을 몰아쉬었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가슴이 답답해, 가슴을 몇 번, 주먹으로 내려쳤다.
“후우...”
심호흡.
“그래, 끝까지 가보자...”
고소?
물론 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단순한 고소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상황은 여론전으로 심화되었다.
내가 고소를 하고, 승소를 한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여론전에서 밀린다면 끝이었다.
“왜, 어째서 라는 질문은 하지 않을게...”
“네가 바라는게 뭔지 잘 모르겠어...”
“내가 싫어?”
그럴 수 있었다.
“내가 미워?”
그럴 수 있었다.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굳이 길게 끌 필요도 없었다.
말로 아무리 뭐라 한들, 듣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굳이 말로 어렵게 풀어나갈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캠을 조정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윗옷을 살짝 걷어 올렸다.
새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나는 옆으로 돌아서 허리부근을 캠에 비쳐보였다.
길게 난 상흔이 흉측하게 남아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심각했던 상처을 터.
“잘 보여?”
“네가 남긴 상처야.”
기억나?
“비가 올 때면 아직도 화끈거리고, 아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몸이 증거였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 하니까, 재밌었어?”
나도 어쩌면 지금 즐거울지도 모르겠어.
넌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