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방송 네 달째(20) (68/143)



〈 68화 〉방송 네 달째(20)

그렇게 경고, 그리고 말을 내뱉은 뒤, 방송을 종료했다.
커뮤니티들이 하나같이 날뛰고 있었다.

뭐라 말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필요가 있었기에 잠시 둘러보았으나,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내 행동이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을까.

또 불쌍한 척이니, 뭐니.
역겹다느니, 뭐니.

글을 천천히 읽어나가며 이해했다.

사실 내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리라.

이들에게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나를 싫어했고, 이번에 일이 터졌기에 나를 물어뜯는다.

그저 그뿐이었고, 그렇기에 대부분이 나를 욕하는 글들.

예상은 했지만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은  수 없었다.
서예님이 슬쩍 '도와줄까' 라며 물어왔지만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지독하게 변하긴 하되,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마우스 휠을 굴려보자 나를 옹호하는  또한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추천 3, 비추천 13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내보일 뿐이었다.

“하아...”

답답하다.

가슴속이 뒤틀어질 것만 같았다.

역겨운, 더러운, 추악하고 끔찍한 악의였다.
기세를 탄 것인지, 아니면막다른 곳이 없었기에 발악인지.

이혜진은 당당하게 방송을 킨 채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500명의 시청자들, 내 시청자들과 이슈가 되자 몰려온사람들인 듯 했다.

나는 저것이 거짓말임을 안다.
그리고 저 눈물 뒤에 있는 추악한 모습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혜진의 본 모습을 몰랐다.
모를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혜진이 다룰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리라.

이제 어떤 행동을 취할까.

설마 저러고 눈물만 뚝  흘리고 끝나지는 않겠지.

침을 삼키자, 피 맛이 진하게 났다.

비릿하다.

방금 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기에 상처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 문자내역을 내보일 것이다.

물론 조작이니 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나는 천천히 증거와 사실을 내뱉을 생각이었다.

빠르게 나아가고 싶다 해서 나또한 저런 식으로 했다간 감당할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이미지가 문제였다.

“후우...”

톡이 수십 개 쌓여있었다.

네모미님과 아람, 가람님이 걱정을 하며 보내온 문자들.
일단은 ‘괜찮다’며 넘어갔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속이 썩어버릴 것만 같았다.
숨을 내쉴 때 마다 속이 곯아 썩어 악취가 나는 듯 했다.

딱지가 앉았던 상처를 거칠고 날카로운 것으로 후벼 파는 것 같았다.

아프다, 괴롭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하아...하아...하으...”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몇 번, 몇 십번을 한 끝에, 숨을 고르고는 냉수를 들이켰다.

속은 시원해졌지만,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게시글을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받았던 문자들, 그에 관련된 사진들 중 일부.

문자로 온 역겨운 말들이, 족히 수백 개, 그중 몇 개를 골라 게시글에 올렸다.

[오늘 석이오빠 온다니까 도망치지마라]
[어차피 애비랑 떡치고 다니잖아? 개걸레년이니까 몸 팔  있지?]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이가 갈린다.

그때 나에게 저런 제안을 한 이유가 뭐라고 그랬더라.

‘핸드폰을 바꾸고 싶어서‘였던가?

너 때문에 핸드폰을  바꾼다고, 교실에서 의자를 집어던졌었다.

머리에서 피가 났었다.

곧 들어온 선생은 알면서 모르는 척, 주저앉아 울던 나를 조용히 하라며 혼내었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비웃었다.

"하, 하하..."

그런 짓을 하고도 피해자 운운하다니.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까지 하는 걸까.

도대체 왜?

질문을던졌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과거에 혜진이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재밌잖아?’

그래, 단순한 재미였을 것이다.

남이 지옥에 빠져, 하루하루가 고통에 빠진다하더라도, 재미였을 뿐이리라.

그럼 지금도 마찬가지일까?

지금 또한 장난이고 재미로 인한 일일까?

무표정한얼굴로 게시글을 계속해서 작성해나가고 있을 때.
서예님에게 문자가 도착했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

이거?

유튜브의 링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고, 이내 보여진 영상에 구역질이 치솟았다.

[흙수저 미소녀 BJ의 추악한 민낯]

미소녀는 뭘까, BJ는 또 뭘까.
그리고 추악한 민낯이라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일까.

이해하기도 싫었으나, 이해   밖에 없었다.

썸네일이 ‘나’였다.
모자이크는 했지만, 분명 나였다.

13분 가량의 영상길이.

구역질이 치솟아, 화장실 변기에 내용물을 쏟아내고는 쉰내 나는 입으로 의미 없는 웅얼거림내뱉었다.

“우에...으...윽...엑...”

인터넷상 이슈가 되는 것을 찾아다니던 흔히 말하는 ‘렉카’들이 움직였다.
이슈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임으로 그 사람들에게 사실‘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번에는 내가 표적이 된 듯 싶었다.

불쌍한 컨셉으로 시청자들을 기만한 학교폭력의 가해자.

그런 포지션으로 말이다.

그래놓고는 자신이 정의를 집행하는 것처럼 당당하겠지.

당장 영상을 내리라 요구하고 싶었으나, 소용없는 짓임을 알았다.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 입장에선 나는 악당이며 자신들은 정의의 사도일터이니 말이다.

올라 온지 2시간 만에 조회수 1만 5천.

높은 조회수는 아니되, 무시할만한 것도 아니었다.

사방에서 악의가 내 목을 노리고 조여온다.
이유는 없었다.

 역시, 재밌으니까.

단순히 그 뿐이리라.
그래, 그런 이유이리라.

악의는 큰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다.

첫째가 재미라면, 진실은 두 번째 문제도 아니었으며,  번째도 아니다.

네 번째쯤 될까?
어쩌면 그보다  뒤.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가 쓰고 있던 게시글이 초라해 보였다.
이런 것으로 과연 이 상황을 역전 시킬  있을까.

이미, 나는 악당이라는 가죽을 뒤집어 쓰지 않았나.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을 두드리려다, 느껴지는 통증에 ‘윽’ 소리를 내버렸다.

윗옷사이로 바라보니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

...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이라도 서예님에게 도와달라할까.
서예님이라면 분명 도와주실 것 이다.

서예님이라면 분명 이 상황을 해결 해 주실 것이다.

피맛이 나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뺨을 후려쳤다.

짝-!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아프지만,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 것 같았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 바뀌어야 한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바뀌어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지독한 악의에 형체도 알아볼  없도록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눈을 떴다.

주인님이 어느새 다가와 걱정스럽다는 듯, 애옹거리며 울었기에, 괜찮다며 턱을 긁어주었다.

그래, 괜찮았다.
나는 괜찮았다.

내가 쓰고 있던 게시글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사과문]

내가 잘못 한 것 같지 않은가.

제목을 바꿨다.

[해명문]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다시 지웠다.

그리고 그 끝에 정한 이름은 [폭로문].

이 글이 올라간다면 난리가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송인이, 자신이 관련되어 나쁜 이슈가 터진다면 사과부터 하는 것이 관례 아니던가.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일에 내가 잘못한일이 없다 느꼈고.

나는 당당했다.

게시글을등록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