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방송 네 달째(23)
“내가 뭘 잘못했다고...씨발...”
화려한 방안에서 손에 집히는 것을 내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깨져나간 무언가.
휴대폰이었다.
“아...개 씨발...”
좆같네.
그렇게 생각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핸드폰이야 어차피 조만간 다시 바꿀 예정이었으니 괜찮았지만.
내가 핸드폰을 던진 이유가 백서연 때문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년이 뭐라고...!”
아악-!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방안에 목소리가 울렸고, 목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되돌아와 귀를 어지럽혔다.
“왜 씨발 반항인데!”
열 받는다.
지 까짓게 뭐라고 반항인가!
뼈를 부러트려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던 병신이었다.
변기 물을 뒤집어 씌워도 바보같이 웃던 머저리였다.
“그때가 좋았어...”
1년 동안 안 맞더니 자신감이 좀 살아난 걸까?
아니, 이경우에는 정신이 나갔다고 표현하는게 옳바르려나?
폭로문?
지가 뭔데 폭로를 한단 말인가.
구역질이 치솟을 정도로 좆같았다.
지금이라도 불러내서 다시 한 번 교육시켜야 하나?
망가진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쯧- 혀를 찼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그 병신이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문자를 보낸다면 그 역겨운 년이 폭로니 뭐니 또다시 올리겠지.
“아...씨...진짜...”
짜증난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이미 한 번 죽여보지 않았던가.
별 것 아니지 않던가.
백서연이 내뱉은 역겨운 말들을 하나, 하나 떠올렸다.
허리의 상처?
칼로 찌른 거?
그냥 겁만 줬을 뿐이었는데, 병신이 몸을 비틀다 스스로 찔린 것 아닌가.
그리고 뭐?
내가 돈을 뺐었다고?
빌린 것 뿐 이었다.
주기 싫다고 버텼으면 나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돈을 뺐었다니?
“좆같은 년“
역겨운 변명과 거짓말 투성이었다.
그딴게 폭로문이라고.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강간미수?
교복에 정액 따위를 묻히고 오는 걸레 년이라 그냥 권했을 뿐이었다.
이게 어째서 강간미수란 말인가.
하나하나 반박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다.
내가 괴롭혔다고?
정말로?
주제도 모르는 병신이 좀 놔주니까 기어오른다.
어떻게 해야 밟아죽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고분고분한 찐따로 만들 수 있을까.
손톱을 물어뜯으려 했으나, 네일아트를 받은 것이 아까워 한숨으로 대신했다.
“씨이발...”
낮게 읊조린 욕설.
냄새나고,병신 같은 찐따년 하나 때문에 이게 뭔가.
꼴이 우습다.
“하아...”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액정이 나갔지만, 다행히도 작동은 되었고.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라고 해봤자 친구였을 뿐이지만 말이다.
4번의 통화음.
전화를 받아든, 이름이 뭐더라.
어쨌든 짜증을 쏟아내었다.
“야 씨발년아 너만 믿으라며!”
렉카 인가, 뭔가 하는 아는 오빠가 있다며 자신만만해 하더니 이게 뭔가.
그 좆병신새끼 도움 하나도 안 되잖아!
꼴랑 구독자 2만 따리 병신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딴 새끼를 추천한 친구년에게 환멸을 느꼈다.
“어떻게 할꺼냐고!”
그 좆같은 년을 옹호하는 정신 나간 대기업새끼들이 나를 공격해온다.
커뮤니티에서만 아가리를 터는 찐따새끼들은 나를 도와주는 듯 하더니 모습을 180도 바꾸어 나를 찔러온다.
“씨발... 진짜 대줬나...”
그러지 않고서야 대기업들이 그딴 년을 옹호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생긴 건 그래도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던가.
“얼마나 대준거야 씨발...”
교복을 입고 몸을 파는 창녀가 몸을 안 썼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애비가 출장 창녀에게 입혔던 것, 세탁할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었다는 병신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었지만.
그딴 게 사실일 리가 없잖아.
그보다 얘는 왜 말이 없어?
스피커가 고장났나?
휴대폰을 툭툭- 건드리자 친구가 말을 툭- 내뱉었다.
“야.”
“아 왜 씨발...”
이 좆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새끼에게 말이 곱게 나갈 이유가 없었다.
“...우리 좆 됐다?”
“뭔 씨발...”
무슨 소리란 말인가.
고작해야 인터넷에서 짖어대는 병신들 뿐이지 않은가.
“아.”
혹시 이새끼 고소발언에겁먹은건가?
“아니, 시발 그병신년이 고소를 진짜로 할 리가 없잖아...”
존나 한심하네...
같이봐왔으면서 그걸 모르냐
인상을 찌푸렸지만,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간결했다.
“난 너몰라. 이번호로 전화하지마”
“뭐? 야? 야!”
뚝- 끊겨버린 전화에 어이가 없었다.
쫄보새끼, 그딴 걸 진짜로 믿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그래, 시발 더러워서 연 끊고 말지.
휴대폰을 다시 던져버리고는 책상위에 있던 머그컵에 담겨있던 얼음물을 마셨다.
얼음하나가 입안에 굴러들어와 치솟은 열을 조금이나마 식혀줬다.
-똑똑
“아 또 뭔데...”
방음부스를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문을 열어주니, 엄마와 아빠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또 뭔짓을 한거야...?”
“방송장비 사주면 얌전히 방송만 하겠다며”
“아 시발... 방송만 했어!나가 시발! 짜증나게 하지말고!”
-
대기업들이 나를 옹호함으로 나를 적대하던 사람들의 기세가 한층 꺾였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
어떻게 이 빚을 갚아야 하는 걸까.
컴퓨터는 물질적인 것임으로 그 값을 치루면 되었지만.
오늘의 일은 평생 고마워해도 모자랐다.
그리고 나를 끝까지 옹호해준 내 ‘시청자’들은 또 어떤가.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나마 방송뿐.
내가 방송을 함으로 이 빚을 조금이나 갚을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말로서 고맙다,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덧없었다.
밤에 뜬, 별 같은 것이었다.
밤에 뜬 별에 하나하나 의미를 두며 기억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말은 어떤가.
보이지 않으며, 손에 잡히지 않고, 허무하되, 금방 잊혀 진다.
“말로는 안돼...”
말 이상 무언가.
행동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와 결론은 방송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도와준다.
그것은 백서연이 아닌, 방송인 리에라였다.
리에라를 도와준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백서연이 아닌, 리에라로서 감사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겠지.
그리고 감사를 표하는 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지금 까지 해왔던 것을 그대로, 계속 하면 된다.
그러니까.
나는 방송을 할 것이다.
힘들고, 괴롭더라도, 방송을 할 것이다.
백서연, 아니.
리에라를 바라봐주는 단 한사람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리고 내 죽음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방송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힘든 일이 앞으로도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보다 괴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견뎌내야지...”
그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리라.
그리고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했다.
언젠가, 내가나 스스로에게 ‘나, 잘했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
허리를 피고, 나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그리곤, 이미 꺼진 캠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들리지 않을 말을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고마워요...”
진심이었다.
전해지지 않을 말이었지만, 닿았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부려본다.
정말 고마워요.
눈을 감고, 눈가를 훔지자-
징-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휴대폰을 바라봤고, 휴대폰에는 변호사님이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