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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화 〉방송 네달째와 다섯 달째 사이 (3) (79/143)



〈 79화 〉방송 네달째와 다섯 달째 사이 (3)

“아...  좆같은 년...”

헤드셋 너머로 욕설이 들려온다.

그리곤 이내, 자신이 내뱉은 욕설에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해오는 오휘님.

캠으로 비춰진 모습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그의 분노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내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답답하다, 속이 뒤엉킨 처럼 울렁거린다.

“진즉에 나섰어야 했는데.”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이마를 매만졌다.
손가락 끝으로 이마에 새겨진 주름이 느껴졌다.

주름 하나하나가 내가 되세긴 후회같았다.

어지럽다.

“오빠 잘못은 아니잖아...”

아람의 위로에 이를 갈았다.

“아니, 내 잘못이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수습해야지.”

같잖은 변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구독자와 시청자 반응 따위에 필요 이상으로 소심하게 굴었다.

오히려 내가 나선다면 상황이 악화되리라, 멋대로 예측 한 것이 구르고 굴러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이를 빠득- 갈았다.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었다.
언제나 최악 중 최악을 구상하고 있었으니까.

이 역시 아주 미세하게나마 예측은 하고 있었다.

다만, 알고 있었음에도 초기에 나서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고  것이다.
100만이라는 구독자는 내 행동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만들었으며.

발목에 쇠공을 달아놓은 듯 했다.

100만 명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골드버튼을 받았을 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100만 명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100만 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시선이 무거웠다.
그들이 남기는 활자덩어리가, 따가웠다.

하여, 그것이 두려워 예전 같은 과감함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병신같이.

“...시발...”

욕설을 읊조렸다.

예전의 과감함을 되찾을 때였다.
나로 인해 피해를 리에라를 위해 움직일 때였다.

그래, 내가 언제 시청자들의 눈치를 봤단 말인가.

나는 언제나 과감했다.
그것을 잊고 있었다.

100만이라는 숫자 또한, 예전의 내가 좋아 만들어진 숫자일 터인데.
예전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했다.

후회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결단은 빨라야 할 것 아닌가.

다들, 영상 준비됐지?

“네”
“응”

네모미, 아람, 가람, 오휘, 그리고 내 크루 멤버들이 대답을 건네왔다.

“올려.”

내 말 한마디에 동시에 업로드 되기 시작하는 입장표명문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위의 영상들이었다.

“근데 오빠, 리에라를  그렇게 아끼는 거야?”
나도리에라를 아끼긴 하지만...

네모미의 말이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아주 잠시 과거를 회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중에.”

나중에 언젠간 말하게 될 날이 오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지금은 아니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면 오휘님이나 나에게 말해.”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짧은 영상인 만큼, 업로드의 시간은 짧았고.
반응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언제 리에라를 욕했냐는 듯이 태세를 바꿔 나와 리에라를 옹호하는 댓글들.

“역겹네”

단 한 번도 일부 시청자를 제외하면 역겨워  것이 없었는데.
오늘은 모든 시청자가 역겨웠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언제 그랬냐는 듯 피묻은 손으로 응원을 하는.

괴물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 그래 아무리 역겹다 한들, 이제 그 역겨움은 우리의 무기가 되리라.

“다시는 고개를 못 들고 다닐 정도로 밟아버려...”

우리가 대신 고소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다만, 고소가 아닌 방법으로 상대를 죽이는 방법은 많고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죽여, 어느 누가 봐도, ‘저 쓰레기새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도록.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증거는 많았고, 심증은 더욱 많았다.
죽이지 말아야할 이유보다 죽여야 할 이유가 더욱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봐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남의 일’이라고 치부 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아낀다 하더라도 결국 타인끼리의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여 넘어가고, 양보한다면.

어디까지 물러나야 할까.

이미 많이 물러났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아니, 물러나기 싫었다.

“저는 아는 기자님들에게 연락 돌려 보죠”

오휘님이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평소보다 낮은 음이었다.

얼마나 화를 참아내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일까 아니면 리에라를 향한 미안함일까.
어떤 것이든, 그 화가 적에게 향한다면 나쁠 것은 없겠지.

“하아...”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분 나쁜 감정이 한숨으로 세어 나왔고.

진정하자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입장문의 조회수가 벌써 10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역대 급 조회수였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좋아요와 싫어요의 비율은 100:1

100명의 시청자보다 1명의 씹새끼가 용납되지 않았다.

“오빠 근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알지?”

“...”

화를 삭히고 있을 때, 아람이 말은 툭 내뱉었다.
이걸로 끝날 일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조져놔야 할까.

어떻게 해야 죽여 버릴  있을까.

“오빠, 이거 기사 떴다?”

“어...?”

오휘님이 벌써?

"오휘님?"

“예? 저 아닌데요?”


오휘님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무슨 상황일까.

네모미가 건네준 링크를 타고 들어서자, 지상파 방송의 이름이 박혀있는 곳이 나왔다.

“이거...”

이상황을 꽤나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

평범한 기레기였다면 지금 상황을 도를 넘는 인터넷방송이라며 기사를 냈을 테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기사는 달랐다.

‘인터넷방송’보다는 ‘끔찍한만행’에 초점을 뒀다.
리에라가 올린 폭로문을 기반으로, 누군지 모를 증인까지 인터뷰까지.

“이거...”

그리고, 가장 하단에, 9시 뉴스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다.

“이거 9시 뉴스에 나온다는 거지...?”

“그런거 같은데요...?”

이 사람들이 이런 것을 이렇게 보도할 사람들이 아닌데.

그것도 오늘 일어난 일을 이렇게 빠르게?


무슨 상황일까.
혹시 누군가 손을 쓴 것일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느 누가 지상파 뉴스를 건드린단 말인가.

“하...”

말도 안 되는 망상을 집어치웠다.

“그래도 생각보단 쉽게 되겠네...”

“나, 누군지 알거 같은데...”

네모미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이 망할 싸움을 한 번에 끝내버릴, 강력한 한방이지 않은가.

“다만...”

흔히 냄비근성이라고 말하던가.

금방 달아오르고, 금방 잊는다.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면, 꾸준히 장작을 집어넣어줘야겠지.

마침 방금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하유야에게 당한 피해자가 나타났다고.

"하하..."

피해자와 함께 생방송을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파장은 얼마나 클까.

절대, 곱게 벗어나지 못하리라.
아니, 그대로 파묻어줘야겠지.

어딜 기어 나온단 말인가.

쓰레기는 치워야 하는 것이고, 벌레는 밟아 죽여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벌레가 쓰레기와 벌레가 기어다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못하는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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