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방송 네달째와 다섯 달째 사이 (4)
“아아악!”
모니터를 집어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얇은 벽이 뜯겨나갔다.
이게 다 백서연 그년 탓이다.
그년만 없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다.
얌전히 그냥 죽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조사받으라고 오는 종이 따위를 찢어버렸다.
애비 애미가 나서서 여기저기 대가리를 박고 다니는 모양이었지만.
그런 것으로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뉴스? 틀딱들이나 보는 광대놀음이라 생각했다.
인터넷 방송은 찐따들이나 보는 역겨운 것이라 생각했다.
하여, 찐따들에게 돈 좀 뜯어내고 싶어서.
백서연이 잘 나가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벌였던 일이 이지경이 되었다.
도대체 그 병신을 감싸고도는 병신들은 뭐란 말인가.
백서연 뿐이 아니었다, 이때다 하고 나한테 쳐 맞고 다니던 새끼들이 방송에 얼굴을 비춘다.
모자이크는 하고있었지만.
체격과, 몸짓이 눈에 익었다.
손만 살짝 들어도 움찔거리던 새끼들이 나를 뭘로 보고 그딴 짓을 한단 말인가.
이게 다 백서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다 백서연 때문이었다.
그년만 없으면 다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죽일 것이다.
말로 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죽여 버릴 거다.
“아 시발진짜...”
생각해보면 백서연 말고도 모든 것이 문제였다.
백서연의 곁에는 병신 같은 거대 스트리머들이 있는 반면 난 뭔가.
50만원 받아먹고 튄 렉카새끼, 도움 안 되는 친구 년.
그리고 자기가뭐라도 되는 줄 아는 병신 같은 언니.
총체적 난국 아닌가.
하나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왜 그딴 걸레년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거고.
왜 나한테는 이런 도움 안 되는 병신들만 있는 걸까.
“세상 좆같네...”
밖을 다닐 수가 없었다.
뉴스에서는 모자이크가 되었지만, 인터넷방송인들은 모자이크 없이 내 얼굴을 내보냈고.
이것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대가리가있다면 뉴스와, 인터넷 방송인들이 저격하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저번 주부터 나를 알아보고 욕을 내뱉는 새끼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때 쯤부터, 친구라는 쫄보 새끼들은 내 연락을 안 받기 시작했다.
자기들도 엮일까봐 무서운 거겠지.
그래봤자, 나와 어울려 다녔다면 지들도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모여야 하는데.
세상 모든 것이 병신 같았다.
세상에 나 홀로 정상이었다.
“씨이이이이이이이발!”
목이 찢어져라 욕설을 내질렀다.
골이 울린다.
짜증이 치솟아 머리를 어지럽힌다.
이 좆같은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하지?
백서연의 병신 같은 모습을 어떻게든 떠벌릴 수만 있으면.
하여, 그년의 본모습이 드러난다면 이 상황이 역전될까?
쯧- 혀를 찼다.
그럴 리가 없겠지.
동정심은 강력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동정심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미 동정심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되어 무지성으로 백서연을 옹호하는 등신새끼들에게 더이상 진실은 필요 없었다.
“하아...”
한숨을 몇 번이고 내뱉었다.
애미애비가 적당히 해결할 상황은 이미 끝났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아직 미성년자라 큰 피해는 없겠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하기엔 일렀다.
징-
“뭐야...?”
[이 번호가 학교폭력일으킨 씹새끼 번호맞죠?ㅋㅋㅋ]
“이게 시발 무슨...”
뭔 좆같은 문자인가.
욕설을 내뱉고는 번호를 차단하려는 순간, 다시금 문자가 도착했다.
[느금이 애들 때리고 다니라고 가르치든?]
“......”
그제 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번호가 유출된 것이다.
“좆 같은...”
싹 다 고소해버려야지, 좆같은 새끼들.
경찰서에 와서 다신 안 그럴 게요 하며 눈물 질질 짤 병신들이 감히...
문자가 도착했다.
“아니, 좆같은...”
문자가 도착했다.
“...?”
문자가 도착했다.
“뭐야 시발...”
문자가 도착했다.
“아니...”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도착했다.
“씨발...!”
진동이 끊기지 않은다.
발열되어 휴대폰이 뜨거워진다.
순간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기에 차단을 하고, 휴대폰을 바라보자 밀려있던 문자들이 일시에 보여졌다.
[병신ㅋㅋㅋㅋㅋ][역겨운년][느금으깨짐ㅅㄱ][씹냐?][병신같은년ㅋㅋㅋㅋ][보1지보여줘!][시발년아가정교육을 어떻게 쳐받은거야][18188181818188181818][벗방언제함?][얼마면대줌ㅋㅋㅋㅋ][느금][ㄴㅁㄹ후ㅏ어루야ᅟᅢᆯ푸치ᅟᅡᆷㄴ][띵딩딩~굿모닝~][이이이ㅣ이이이잉][후후...씨발년아][423151378167315679183]
쉴 새 없이 오는 문자.
소름끼칠 정도.
하나하나의 문자는 별것 아니었지만, 그것이 수십, 수 백개가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입술을 깨물고 휴대폰을 강제로 종료했다.
뜨거워진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바꾼 지 나흘밖에 안된 휴대폰이 깨져나갔다.
“씨이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래, 이게 다 백서연 때문이다.
모두 백서연 때문이다.
그년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그러면 그년만 없으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휴대폰을 흘끔 바라보고는 주워들었다.
다시, 키자마자 버벅 거리며 발열하는 휴대폰을 들고, 몇 번이고 조작하여 윤아언니에게 연락을 보냈다.
-언니 백서연 어디 사는지 알지?
내가 보낸 메시지 내용에 알고 있다고 대답하는 병신 같은 년
그래, 알고 있다 이거지.
메시지를 보냈다.
터치를 하면 4~6초 정도 뒤늦게 반응했다.
그것으로 겨우겨우 만들어낸 단어.
-나 좀 데려다줘ㅠㅠ
그렇게 말하고는 휴대폰을 침대위에 던졌다.
손바닥이 뜨겁다.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년... 진작 이랬어야 했어...”
그냥 만나서, 예전대로 대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애초에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진즉이 이랬으면 된 것이다.
다시, 말을 잘듣는 개새끼로 길들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20분쯤 기다렸을까.
똑똑- 노크소리가 울렸다.
벌써 온 것일까.
할 일도 없는 무능한 년이라 생각했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눈에 안약을 짜 넣었다.
문을 열어주자 마자 나를 끌어안고는 불쌍하다며 속삭이는 윤아 언니를 안아줬다.
그래, 나를 백서연에게 데려다 줄 사람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윤아 언니... 나좀 데려다줘...”
“지금 밖에 나가면 안 될 건데... 차라리 내가...”
무슨 좆같은 소리인가.
이 병신 같은 년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불안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직접가서...미안하다고 해야지...”
“아...”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운지, 내 말에 눈물을 또륵 흘리는 언니.
너무 순진한거 아닌가.
아니, 그냥 바보일 뿐인가?
속으로 비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밖으로 나섰다.
거리에 나서자 나를알아보고 손가락질 하는 병신들.
손가락을 꺾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묵묵히 걸었다.
이것 또한 백서연을 다시 길들인 다면 모두 해결될 것이다.
모욕을 받을수록, 백서연을 향한 분노는 크기를 키워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25분? 30분?
휴대폰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백서연이 사는 곳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기야...?”
고급빌라.
주제에 안 맞는다.
오히려, 이 빌라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은가.
돼지목에 진주목걸이가 이런 때에 쓰는 단어였나?
“응, 여기야... 몇 층에 사는지는 모르는데...”
도움 안 되는 무능한 언니의 말에 짜증을 삭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밖에서 기다리자...”
밖에 나왔을 때 덮치자, 단순하게 생각하자.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다리를 떨며, 사람들이 지나가며 내뱉는 욕설을 견디며.
2시간이 지났을 때 쯤, 언니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연락해볼까...?”
“뭐라고...?”
“찾아왔다고...”
미쳤나...?
내가 있다는 것을 알면 백서연 그년이잘도 나오겠다.
한숨을 쉬며 손을 붙잡았다.
“그러지마...”
“응...”
철썩-
머리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
“악!...씨이바알...”
옆에 언니가 있는 것을 의식하여 애써 욕설을 억누르고 뒤를 돌아봤다.
정장을 입은 거한들은 우리를 가만히 내려 보았다.
“뭐, 뭐에요...?”
기세에 눌려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둘 다 여기 근처엔 얼씬도 하게 하지마세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찾아올 줄이야......”
하얀님이 알려줘서 다행이네요...
여성의 목소리가 거한들의 뒷편에서 울렸고, 거한들이 다가왔다.
“잘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리에라님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에는 익숙한, 악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악의에, 나는, 한 없이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