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방송 여섯 달째(2) (82/143)



〈 82화 〉방송 여섯 달째(2)

시청자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도달한 3000이라는 숫자.

3000명의 시청자들.

“이... 이게 무슨...?”

기분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소썰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에요
-리하!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년 어떻게 됨?
-리에라!리에라!리에라!리에라!

나를 반기는 반응들 아닌가.

나를 반기는데 기분 나쁠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나 자체를 기다린 사람보다, 혜진과 엮인 사건이 궁금해서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그래도 나를 반기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어..."

수위가 심한 욕설들이 채팅창에서 간간히 보이긴 하지만, 나를 향한 욕설이라기 보단 혜진을 향한 욕설들.

심지어는 방송에 찾아와 나를 욕하던 이들도 ‘ㅠㅠㅠ’를 치며  안위를 걱정하는 척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습지 않은가.

“하하...”

하지만 여기까지.
내 방송 복귀의 날이었고.

그런 날을 어둡고 침침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 하유야님은 일단 고소했어요, 그 이야기는 이제 끝! 오늘은 게임방송이에요!”

-사이다줘어어어어어어
-노잼
-그냥 썰  풀어주면 안됨?
-민심 무시함? 알 권리 ㅇㄷ?
-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썰풀어줘

내 발언에 순간 200명의 시청자가 빠져나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고소이야기나, 내 입장표명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런 방송이 아니었다.

-그래서 겜 뭐함?

“오늘은...!”

마인크래프트!

하지만 모드를 곁들인!

힐링모드라고 들었다.

농사짓고, 결혼하고,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즐기는 모드.

몬스터 또한 일체 없었기에 조심할 것이라고는 용암이나 낙사지역밖에 없었다.

“시작할게요!”

모드는 이미 설치되어 있었기에, 시작버튼을 눌렀다.
잠시, 10초간의 로딩.

 끝에는 꽤나 멋들어진 마을이 존재했다.

블록하나하나, 퀄리티가 달라졌다.
사람들 또한 아무 모드도 깔리지 않은 순정보다 디테일 했다.

흐르는 물속, 물고기 때 는 물론이고 빛에 비치는 작용까지.

“오아...”

멋있다...

이 감정을 시청자들도 느끼고 있을까 싶어 흘깃, 채팅창을 쳐다봤고,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2000명으로 팍 줄어든 시청자의 숫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 하필 이 모드를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리에라는 변하지 않았다ㅋㅋㅋㅋ
-커여운 빡통...
-ㄹㅇㅋㅋ
-이게 뭔데 씹덕들아

...?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냥 힐링모드라고 알고 있는데.

저건 절대 힐링모드에서 나올만한 반응이 아니었다.

“...저, 뭔가 잘못됐나요?”

반응이 심상치 않았기에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흡!
-전부 아가리!
-아ㅋㅋㅋ

“알려줄 생각이 없으시구나...”

뭔  몰라도 긴장해야할 것 같았다.
일반적인 모드라면 절대로 저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리라.

“쓰읍...!”

숨을 들이켰다.
일단 파밍 부터 해야 할까?

나무를 캐서 조합대를 만들어냈고, 나무칼을 조합하여 손에 쥐였다.
다만, 아직은 조용했다.

...

“이, 일단 돌아다녀볼게요!”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단순히 시청자들이 겁을 준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절대로 그럴  없었다.

마을에 들어섰다.

주민들의 시선을 받으며 걷다가  모드엔 대화가 가능한 것을 깨닫고는 다가가 말을 걸었고.
주민은 텍스트 따위로 말을 건네었다.

[외부인인가? 조심하게.]

“...여러분이 눈치 주신 것 때문에 이것도 불안하게 느껴지는데, 제 착각이겠...”

-ㄹㅇㅋㅋ
-ㄹㅇㅋㅋ
-ㄹㅇㅋㅋ

“착각이 아니구나...”

뭘 조심하라는 것일까.
무엇으로부터?

다시금 대화를 시도했지만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으으...으스스하네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게임을 종료하고싶었다.

저렇게 겁주니까 무섭지 않은가!

“테에엥...!”

울음소리를 내보았지만 ‘ㅋ’로 도배하실 뿐 아무도 나에게 힌트를 주지 않았다.
1600명이나 있으면서! 단 한명도!

물론! 내가! 모드설명을! 제대로! 안보고! 설치한 탓도! 있지만!

-데드어센션을 유사FPS로 만들었으면서 뭘 그렇게 겁먹음
-ㄹㅇㅋㅋ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거든요...”

고퀄리티 일수록 공포심이 옅어진다.
그러면 반대로 저퀄리티라면?

“으윽!”

공포심이 강해진다.

무슨 개소리냐 물어도 그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무서워요...”

-되게 하찮네ㅋㅋㅋㅋㅋㅋㅋ
-정색하면서 상의탈의하던 리에라 어디감ㅋㅋㅋ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거랑은 다르잖아요...!”

혜진 때는 내 행복을 위협했다는 것 때문에 무서운 것보다 분노가 앞섰었다.

그것과 비교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단순하게 무서운 것이다.

“으! 안 해요! 못해요!”

마인크래프트를 강제로 종료했다.

-쫄?
-쫄??
-ㅉ?

“네에... 쪼, 쫄았어요...!”

그러니까 마인크래프트는 끝!
내가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얼굴을 붉혔다.

휴방하고 돌아와서는 처음 하는 게임에서 쫄아서 도망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분 컷ㅋㅋㅋ

15분 밖에 안됐나?

너무 쪽팔려서 잘 정돈된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도저히 시청자 채팅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머리카락으로 눈을 가렸다.

“다, 다른 게임...!”

배틀 스타디움을 해서 이 쪽팔림을 상쇄하리라!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배틀스타디움을 실행하면서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 가라앉지 않자 손부채를 부쳤다.

“하우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캠방이나 하자ㅋㅋㅋㅋ
-어차피 이미 걸릴 사람은 다 걸러짐ㅇㅇ
-캠방 원툴 리에라ㅠ

“그, 그 음란낭자님 마, 말이 좀 심하시네...!”

캠방 원툴이라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오히려 틀린 말이 아니어서 더 아프다...!

오늘 방송을 키기 전 다짐한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나 이만큼 성장했어!’라고 당당하게 굴고싶었는데.

그런데, 지금 이게 뭔가.

초라하지 않은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너무 바보 같았다.

-근데 목소리 좀 달라진 거 같네
-ㅇㅇ 좀 더 좋아진 듯?
-목 관리했나?

앗.

목소리가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고...?

그렇게 티가 났나?

맺혀있던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는 웃어보였다.

“그쵸, 그쵸...? 저 많이 연습했어요!”

티가 날 정도로 좋아진 것일까.
엣헴- 허리를 피고는 훌쩍- 우쭐거렸다.

단 한명도 언급하지 않아서 설마 성장하지 못한 걸까 걱정했는데 괜한 우려였던 모양.

“헤헤... 저, 목소리도 좋아졌는데에...”

눈치를 살짝 보고는 말을 이었다.

“발음도 조금  정확해졌어요...!”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구오구 장하다
-ㅋㅋㅋㅋ
-칭찬해달라는건가?

아, 굳이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그냥 알아줬음 했던건데.

...

“어...”

아니, 사실 칭찬을 해줬으면 했다.
나 많이 노력하지 않았나?

노력한 만큼 칭찬을 받고 싶었다.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치.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나를 아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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