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방송 여섯 달째(3) (83/143)



〈 83화 〉방송 여섯 달째(3)

-ㅋㅋㅋㅋㅋㅋㅋㅋ왜 이번엔 아껴 달라고 안함?
-아 칭찬이나 하라고ㅋㅋㅋㅋㅋ
-커엽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으에...”

1400명의 시청자의 화력은 감히 사람이 눈으로 쫓을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님의평균 시청자가 4000명, 네모미님의   시청자가 5000명에서 6000명 사이.

새삼스럽게 내가 알고 지내던방송인들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있었다.

저런 채팅과 소통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들아닌가.

“와아...”

채팅의 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읽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시청자의 수가 계속 줄어든다.
1400명에서 1389명으로.

내가 궁금해서 온 것이라기 보단, 혜진과의 일이 궁금해서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나?

근데, 애초에 1400명인 지금도 채팅을 못 따라가는데, 3000명의 사람들이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시청자들을 칭할 단어로 어울리지는않지만, 계륵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시청자라는것은 알았지만, 빠져나가는 숫자를 보면 조금 슬프다.

한숨을 푹- 쉬고는 잠시, 배틀스타디움의 로비화면을 노려보았다.

“...배틀 스타디움 말고 다른 걸 해볼까요?”

그냥 생각 없이 내뱉어본 말.

-ㄱㄱㄱ
-어떤 거?
-리에라는 잘하는 것보다 벌레 같은 실력이 어울려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아니이...  평균은 되요...”

벌레같은 실력이라니!

말이 심하지 않은가!

아이잭도 스컬소울도 그리고 가끔 한 다른 게임들에서도 이상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처음하면 다 그런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나에게 숙련자의 실력을 바라는 것 같았지만, 나는 게임 천재가 아니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그냥 게이머였다.

“처음 하는 게임을 수준급으로 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한 일 아닐까요!”

애써 스스로를 방어하고는 채팅창을 흘겨보았다.

-아 네ㅋㅋㅋㅋㅋ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ㅋㅋㅋㅋ
-우리가 너무한 거 였구나 아ㅋㅋ
-ㄹㅇㅋㅋ

“으그긋...”

변명 아닌데...
진짜 아닌데...

“어쨌든 그럼 무슨 게임을 할까요...?”

풀이 죽어서 한층 작아진 목소리로 툭- 내뱉은 말.

내 말에 여러 의견이 충돌했지만 그 결과는 하나로 이어졌다.

-롤?
-롤ㄱ
-롤하자
-시참?

“시참은 아닌  같고...”

지금 방송에 나를 계속 보던 사람들보다, 내 방송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이런 상황에서 시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롤이라...

“그 뭐지...바코드님인가 되게 유명한 분 있던데...”

최근에 빵! 하고 뜬 스트리머.
혹시 내가 배울 만  것이 있을까 해서 봤었는데.

되게 잘한다는것 외엔 모르겠다.

내가 롤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어쨌든, 바코드님이 하는 게임이 롤이었다.
어려워 보이던데, 내가 잘 할  있을까?

...

됐다.

애초에 내가 잘 하는 것을 바라는 시청자가 없었다.

볼을 긁적였다.

조금 유치한 생각이지만.
나에게 롤에 관한 재능이 있어서 시청자들을 놀래  주고 싶어진다.

배틀 스타디움을 처음 했을 때, 그 느낌!

짜릿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다들 나를 놀리고 있지만, 나라고 설마 FPS만! 잘하진 않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장점이 롤일 수도 있는  아닌가.

“후후...”

-벨카...
-????
-???????
-벤!!!!!!!!!!!

“벨카가 뭔 진 모르겠지만 다들 싫어하니 하지 말아 주세요...”

순간 채팅방이 재점화  뻔했다.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배틀 스타디움을 종료, 롤을찾아 다운 받았다.

“근데 이거 엄청 오래된 게임 아니에요?”

-ㅇㅇ10년은 넘었지
-고인새끼들 밖에 없음
-리에라님 0/9/2 예상 합니다.

“저도 바코드님 방송봐서 0/9/2이 무슨  인지는 알거든요...?”

설마 아무리 못해도 9번이나 죽을까.
어깨를 으쓱여보지만 불안감이 샘솟았다.

10년이 넘은 게임 아닌가.

그런 게임에 내가 끼어들어서 적응  수 있을까?

오들오들 떨면서, 다운로드가 다되는 것을 기다렸다.

다운로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동으로 실행되는 롤.

로비에서 멀뚱히 눈을 깜빡였다.

“어... 이제 뭐부터 하지...?”

막상 들어왔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봇전ㄱ
-애초에 봇전 말고 못하지 않나?

“아...”

이건가?

게임시작을 누르고 들어서자 AI대전이란 것이 눈에 띄었다.
이건가, 입문, 초급, 중급.

“어...? 초급과 중급이 있으면 고급도 있어야하는거 아닌가?”

잠시 의아해했지만 나는  주제를  알고 있었기에, 입문을 눌렀다.
초급도 어감 상 쉬워보였지만, 혹시 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중급은 한 눈에 봐도 나 따위가 클릭할 만 한 것이 아니었고 말이다.

“입문으로 할게요...”

-쫄?

“쫄았으니까 조용히...!”

씁! 소리를 내보자 ‘ㅠ’으로 답하는 시청자 분들.
뭔가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같았으면 분명 나를 놀리셨을텐데.

 달만에  방송이다 보니, 단순한 기분 탓일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 시청자들이 나에게 조금 더 약해진 기분.

혹시 아직도 나를 걱정해주시는 걸까?

지금은 괜찮은데...

무언가 걱정 받는다는 것을 느끼자, 가슴속이 간질간질 거렸다.

가슴속 깊숙한 곳이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다리를 꼬아 허벅지를 비비었다.

가슴이 아니라 전신이 말랑말랑하다 못해 흐물흐물해지는것 같았다.

   방송을 키지 않아 이런 것에 면역마저 약해진 것일까.

"흐에에에..."

-얘 왜이럼
-자주 이러는데? 너 유입이지?
-게임안함?

“핫...”

잠시, 정신이 나갔었다.
씁- 조금 흘러나온 침을 닦아내고는 게임을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가장 단단해보이는 가렌이었는데.
이유를 굳이 찾자면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생긴 것만 두툼한 갑옷을 입고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는데.

정석적인 전사의 모습.

그리고 내가 많은 게임을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전사는 쉬움의 상징 아니던가.

전사와 쉬움은 분명 동의어였다.

로딩이 끝난 후, 게임이 시작되었다.

“어... 뭐부터 찍어요...?”

QWE 스킬을 하나 찍을 수 있었는데.

-Q아닌가?

우선은 W를 찍어보았다.

-이럴거면 왜 물어본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킬 설명을 봐도,방어력이 부여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단단해진다는 소리였고, 단단해진다는 소리는 내가 죽을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이리라.

“자... 시작해요...!”

-템안삼?
-템!!!!!!!!!!!!!!!!!

“아...!”

초기 500골드로  옷 하나와 포션 4개를 구입.

진짜 시작이다.

그래도 바코드님의 방송을 보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는 알고 있었기에, 흔히 탑이라 칭해지는 라인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

우측 상단 1/4/0의 표시를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입문이라면서, 왜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이정도면 사기였다!

보통 입문이라고 하면 튜토리얼급의 쉬움을 보여줘야하는  아닌가?

불친절한 게임!
뉴비 혐오적 게임!

“테에엥!”

-개못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문에서 어떻게 4데스ㅋㅋㅋㅋㅋ
-입문봇>리에라 이게... 맞나?

“씨, 씨꺼요...!”

나라고 죽고싶어서 죽었는가!

“게임이 어려운걸 어떻게해요...!”

-라고 말하는 리에라의 아이템창은 천옷과 천옷과 천옷과 신발, 단검이 하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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