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5화 〉방송 여섯 달째(5) (85/143)



〈 85화 〉방송 여섯 달째(5)

“오, 오천명...”

아니, 왜?
어째서...?

나는 입으로 말하려던 ‘멈춰’를 되삼킬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님  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모미님이 1,239명을 호스팅!]
“에...?”
[아람님이 948명을 호스팅!]
“예...?”
[가람님이 898명을 호스팅!]
“에...?”
[오리휘파람님이 1,996명을 호스팅!]
“어째서...?”

방송이 뚝뚝 끊길 정도로 몰려드는 호스팅.

시청자의 숫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실시간 방송 시청자 순위 2위를 찍어버렸다.

“왜, 왜이러는거에요...?”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를 외치기에도 이미 늦은 것 같았다.
3,000명일때도 채팅이 관리가 안됐는데, 만 명?

이정도면 나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 아닌가.

무언가 나에게 쌓인 것이 있어서 말로 불만을 표했다면 죄송하다고 했을 텐데!

왜 이런 식이란 말인가!

컴퓨터가, 시청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4초에 한 번씩 뚝뚝 끊기는 방송상황.

“여, 여러분 진정해주세요...!”

1만명의 시청자들이 일순간 쏟아내는 채팅은 감히 내가 감당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심장이 쿵쿵 뛰었다.

호스팅은 본래,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 수가 일정 이상이 된다면 테러였다.

이게 맞는 비유일지는 모르겠는데, 같은 물이더라도, 물 한잔은 고마운 호의였지만.
사람을 물에 빠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 아닌가.

오들오들 떨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시청자들이 내 말을 이상하리만큼잘 듣는다.
진정해달라는 말에, 채팅이 1만 명 치고는 별로 안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잠깐만, 아주 잠깐만 채팅창 얼릴게요... 죄, 죄송해요...!”

무슨 상황인지 알려면 당사자를 불러오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첫 호스팅을 보내주신 드래곤님에게 디코를 걸었고, 단  번의 연결음이 지났다.

드래곤님이 내 통화를 받기까지,  번의 통화음이면 충분했던 걸까.
아니면,  방송을 지켜보고 예측하고 계셨던 걸까.

굳이 생각하자면 후자가 확률이 높으리라.

“그으, 이, 이 호스팅 뭔가요...?”

따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호스팅을 보낸 것인지는 알아야 겠다.

설마 진짜 내가 뭔가 잘못 한 게 있었나?

일단, 질문을 하기 전에 죄송하단 말부터 했어야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고, 혼란스러워진 머릿속에 말투가 예전으로 되돌아왔다.

“그, 그으... 죄, 죄송해요...!”

“아니...왜...”

드래곤님의 허탈한 목소리에 목을 움츠리고는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히에엑...”

“내가 나쁜 사람된거 같잖아...”

“그, 드, 드래곤님은 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그렇게 말해봤자 누가 믿냐고...”

드래곤님의 한숨이 귓가를 울렸고, 한숨소리에 맞춰 몸이 움찔- 떨려왔다.

“그냥 방송 종료할 겸, 시청자분들 보내줬을 뿐이야, 큰 의미는 없었어.”

아니, 나야말로  소리를 어떻게 믿을까.

내가 아는 5명이, 하필 이 시간에, 동시에, 방송종료를 했고.
모두 나에게 호스팅했다고?

짰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생각만 할 뿐.
그것을 입으로 옮길 용기는 없었다.

드래곤님과 다른 스트리머분들은 그야말로 나에겐 은인.

막말로, 드래곤님과 다른 스트리머분들이 예전‘집’처럼 나를 대한다 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있었다.

“네에...”

“그럼 방송 열심히 하고, 그리고 이제 수익금 꽤나오지 않아?”

방송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거라며 조언을 남기시고는 사라지셨다.
네모미님 아람님 가람님, 오휘님에게도 연락을 돌릴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방송중 아닌가.

비록 시청자가 40배 이상 증가했다 하더라도, 이 분들은 시청자였다.

내가 존중해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전화하는 모습이나 보여줄 순 없지 않은가.

너무 많은 숫자가 속이 울렁거렸지만.

그래도 버텨내야지, 시청자들이 있는데,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잖아.

스스로의 마음을 굳혔다.

잠시, 흔들렸지만, 나, 한 달 동안 놀고 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9300명의 시청자를 보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후- 하- 몇 번을 반복했을까.

채팅창을 풀자, 일시에 터져 나오는 채팅들.
서예님 혼자서 관리할 수 없는 수준의 양.

서예님이 아무리 만능인이라고 한들, 이것은 물리적인 문제였다.

다만, 그래도.

 채팅의 내용은 그렇게 나쁜 것은 것은 아니었다.

-리에라는아가야 리에라는 아가야 리에라는 아가야 리에라는 아가야 리에라는 아가야
-시청자 1만  거대기업 ㄷㄷㄷㄷ
-나만의 작은 리에라는 이제 없어...
-너보다 큰 리에라야
-이제  시청자 끌고 드래곤님이요? 아, 그 새끼? 하면  ㄹㅇ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청자 250따리가 한 달 만에 1만 돌파했네ㅋㅋㅋㅋㅋㅋ
-리에라는 아가야 아껴 줘야해

“아니... 왜... 어째서 아가야....  아가 아니에요...”

[음란낭자님이 4,900원 후원!]
-음성녹음

(리, 리에라는 아가야... 그런  싫어...응애...)
(맞아요...! 저는 아가애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박제
-저건 언제껀데ㅋㅋㅋㅋㅋㅋㅋ
-17살이면 아가맞지 ㅇㅇ

“아, 아니... 그걸 왜...”

오늘은 유입분들이 더 많았으니, 내가 저런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텐데.
굳이 저걸 찾아와서 후원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으, 음란낭자니임...사처언 구배액워언 후원 감사하니다...”

이를 악물고 흘겨보았지만, 오히려 포상이다 뭐다, 시청자끼리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은관님이 10,000원 후원!
-요즘은 멍멍이 리액션 안함?

“아...아앗....”

-그게뭔데?
-개소리?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함해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 은관님... 만원 후원... 가, 감사합니다... 멍멍!”

-이게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커엽네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뒤집어 쓴 후드에 달려있는 토끼귀를 양손으로 꾹- 잡아내려 얼굴을 가렸다.

타들어갈 듯이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 저거 애니에서 봤음ㅋㅋㅋㅋㅋㅋㅋㅋ
-씹덕벤좀
-????????

“시청자들끼리 싸우지 말아주세요...”

-넹
-네
-ㅇㅇ

아니, 이분들 나를 놀리는 주제에, 왜 또 말은 이렇게 잘 듣는 걸까.

“하아...”

어지러운 날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별수 없이 세어 나오는 웃음은 숨길 수 없었다.

처음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낯선 상황이, 무서웠지만.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욕설도 올라오지 않는  채팅창이.
나를 바라보고, 귀엽다며, 칭찬해주는 시청자들이.
나에게 호스팅을 보내준 스트리머들이.

나를 좋아해주는 여러 사람들이, 이루어낸  작은 기적이.

어쩌면 이 커다란 행복이.

기뻤다.

토끼 귀를 놓고는 양 볼을 문질렀다.

손바닥에 뜨거운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지금, 너무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헤헤...”

-아가는 웃는 게 가장 어울려
-근데 무표정으로 상의 까던 섹시하긴 했어
-얘 벤 좀

“싸우지 마세요...!”

‘땍’소리를 내자 ‘네’로 도배되는 채팅창.
내가 8000명의 시청자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상한 생각이, 이상한 흡족함을 만들어냈다.

“여러분 사랑해요!”

-그 사랑받으면 우리 좆돼
-ㅋㅋㅋㅋㅋㅋㅋ 대부분 잡혀갈걸?
-ㄹㅇ어케 받냐고 저걸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좀 받아주세요!”

빼액 소리쳤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방송복귀 날,   방송은 행복한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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