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방송 여섯 달째(8)
“여보세요...?”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일반적으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지 않는 편이었지만.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조용히, 상대방의 말을 기다렸다.
“...?”
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전화가 끊긴 걸까?
휴대폰을 때고, 화면을 바라봐도 전화 시간이 25초, 26초.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끊기지 않았는데...?“
왜 말이 없는가, 설마 내 핸드폰이 맛이 간 걸까?
그러고 보면 5년을 썼으니, 어쩌면 슬슬 고장 날 때이기도 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당장 어제만 해도 잘 됐다.
그런데 이제와서 고장이라니.
괜스레 휴대폰을 툭툭 건드려 보고는 다시 귀에 가져다 대었다.
“여보세요...!”
아까보다는 조금 더 큰소리로!
“아아... 여보세요...?”
아,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얇은 남성의 목소리.
목소리만 들어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
“저...괜찮아요...?”
누군진 모르지만 정말 지쳐 보이는 목소리에,
걱정스럽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아, 네? 아, 괜찮습니다, 혹시 리에라님 맞으십니까?”
나를 찾는다.
누굴까.
“네에... 저 맞는데요...?”
낯선 전화번호에 낮선 목소리.
지금이라도 전화를 끊어야할까 고민되는 와중 목소리가 울렸다.
“죄송합니다, 메일로 몇 번이고 보내봤지만, 연락이 없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네?”
메일이라니?
아니, 그보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광고문의를 드렸는데, 혹시 못 받으셨나요...?”
오히려 전화를 한 남성 쪽에서 의아하다는 듯 말을 건네 왔고, 나는 당황하여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999+
정리를 하지 않아 수십, 어쩌면 수백페이지까지 밀려있는 메일함.
관리를 하지 않는 것 이전에, 아예 보지를 않으니 메일로 보냈다 한들, 확실할 수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이메일이 어떻게 되나요...?”
“어 저희가...”
[email protected]
설마 하는 생각에 몇 페이지 찾아보자 하나가 나왔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심플한 내용의 메일.
다만, 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게임광고 문의입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총합 6개가 와있었다.
“어...”
6주면 내가 이미지도 나쁘고, 혜진과 한참 싸운 기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저당시의 나는 이미지가 굉장히 안좋았는데, 그런 나에게 광고메일이라니.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일단,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미지가 망가진 스트리머에게 이런 식으로광고제의를 하는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막말로 내가 이겨낼 것이라는 미래시를 본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몇 번이고 입을 달싹였고, 예전에 언젠가, 내뱉었던 그 말을 다시금 내뱉었다.
“그...신종 사기법인가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 아니요, 저희는 저희 게임과 리에라님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내 이미지...?
6주 전의 내 이미지는 뭘까.
바보 같고, 멍청하고, 불쌍한 척하는 이상한 애.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6주 전의 내 이미지는 그러했다.
“...제 이미지요...?”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멍청하게 되물었고, 큼큼 목을 가다듬은 상대방은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했다.
“그, 아시죠? 오토체스 느낌의...”
“어... 알긴하는데요...”
유닛을 구입하며 합치고, 아이템을 주고, 자동으로 전투하는.
말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설명하진 못하겠으나, 대충 그러한 게임.
“인기 식지 않았어요?”
“아앗...”
“앗...”
내가 너무 경솔했다.
아무리 그래도 본인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머리를 쥐어박고는 보이진 않겠지만 고개를 숙여 사과를 건넸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사실이긴 하니까요.”
그렇게 말한 상대방의 목소리는 축 쳐졌다.
그 축 쳐진 목소리에 물기까지 서려있다고 느낀다면 이상한 걸까.
“어! 어쨌든! 이, 이야기 계속해요...!”
내 이미지가 도대체 뭔데, 아니.
게임이 도대체 어떻길래 내 이미지와 맞다는 걸까.
“아, 문자 하나 넣어드려도 될까요?”
“네...!”
설명보단 보는게 빠르다는걸까?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겨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내 도착한 문자를 바라보았다.
[사진]
[사진]
두장의 사진.
그리고 그 두장의 사진 모두 귀여웠다.
볼살이 말랑말랑해보는 귀여운 캐릭터.
깜찍해보이는 효과와 bgm.
내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오토체스류 게임과는 결이 달랐다.
게임자체가 엄청 가벼워 보인다고 해야할까?
“이, 이게 제 이미지와...?”
“네, 리에라님 이미지가 귀엽고, 하찮... 아니,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귀엽다고?
헤실- 바보미소가 떠오를 뻔 한 것을 뺨을 찰싹- 때려 정신을 차렸다.
귀엽다는 말에 넘어갈 만큼 나는 어리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나 혼자 결정해도 되는 일일까?
괜히 이상하게 엮이면 피곤하지 않을까?
서예님에게 맡기면...
“아니야...”
“네?”
“아, 아니요 잠시 생각을...!”
속으로 내뱉는 다는 것을 겉으로 내뱉어 잠시, 허둥거렸으나,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구독자수 8만대.
확실히 광고를 받을 만 하긴 했으나.
받을 만 하다고 의심 없이 이 손을 붙잡기엔 무서웠다.
“...일단 만나보고 이야기해도 될까요...?”
“아, 예, 물론이죠.”
주소를 옮겨 적은나는, 날짜를 물어보았다.
“모레, 만날 수 있을까요...?”
별다른 의미있는 날짜는 아니었다.
다만, 내일은 복귀 이틀째 인 만큼 방송에 집중 하고 싶었음으로 모레.
그렇게 결정된 일정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손에 참이 차서 허벅지에 대충 닦아내고는 풀썩 침대에 누워 입술을 삐죽였다.
“하찮다니...!”
제대로 들었다.
나보고 하찮다고 했다...!
귀엽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라도 많이 들었지만.
하찮다는 소리는 처음!
무언가 분하다...!
“아, 아니...”
이럴게 아니지.
게임 제목 듣지 않았던가.
어떤 게임인지 살펴 봐야 하리라.
괴담처럼 방송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있지않은가.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광고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엔 방금 그 전화 또한 과하게 친절했다.
“도대체 어떤게임일까...”
두려워져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검색 창에 ‘트릭체스’를 검색해보았다.
“오아...”
공식카페 회원이 400명.
제대로 된 ‘하꼬’게임이었다.
도대체 무슨 광고를 맡길려는걸까...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하꼬라서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하꼬였었고, 어쩌면 지속적으로 시청자가 줄어들어 다시 하꼬가 될 수도있었다.
그런 내가 하꼬라고 낮잡아 보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은가.
다만, 그것과 별개의 문제였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냥 게임방송만 해달라는 것이면, 굳이 나를 고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일단, 6주 전부터 나에게 광고 문의를 준것을 보면,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게임을 지지리도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지도 필요 없고 말이다.
그럼 이미지를 필요로 하며 나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으..."
막 모델같은 걸 시키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스스로의 생각이 터무니 없고 우스워서 바보같이 웃어버렸다.
그럴리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