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방송 여섯 달째(12) (92/143)



〈 92화 〉방송 여섯 달째(12)

2주 정도 후에, 광고로 사용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은 후, 집에 도착했다.

내가 봐도 어색한 표정과 억지로 웃는 듯한, 아니 억지로 웃었던  꼬리가 꽤나 어색했지만, 오히려 그게 좋다던가.

시청자들도 그렇고, 이번엔 광고주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한  철푸덕- 침대에 쓰러졌다.

“방송해야하는데...”

웅얼거리며 침대에 얼굴을 부볐다.

삭- 삭- 부드러운 침대의 촉감이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고, 그제 서야 몸을 일으켜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의자에 앉아 몸을 뉘였다.

왜 이렇게 피곤한걸까.
한 것도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사진 2방 찍고, 광고 멘트를 녹음하고, 짧은 영상을 찍었을 뿐.

“아윽...”

다시 떠올리니 굉장히 부끄러워 의자위에서 바둥거렸다.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휘적휘적, 몸을 좌우를 비틀기를 1분 가량.

그리고는  꼴마저 스스로가 한심해져는 한숨을 푹-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그곳에서 받아온 종이가방을 주섬주섬 열어보았다.

정교한 가짜 토끼꼬리와, 귀.

“이런  누가 사용 하냐고요...”

격하게 도리도리를 했지만, 강제로 받아든 것에 ‘으아아...!’라며 애꿎은 허공에 화풀이를 해보았다.

분명 놀리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것을 건네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빠...”

토끼귀와 꼬리를 집어 들고 침대에 내던지려다, 멈칫.
머리가 맹렬히 화전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이걸 쓰고 방송하는 것은 아니겠지...?”

에, 에이 설마.

애써 부정해보지만,몸은 움찔 떨렸다.
그러고 보니, 직원분이 이것을 건네주면서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 방송도 기대할게요...”

이걸 건네주면서 그런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걸 착용하라는 것 아닌가.
아니, 내가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친절하시던 분들이 그런 음침한 생각을 지니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

힐끔, 손에 쥔 토끼꼬리와 귀를살며시 컴퓨터책상위에 내려놓았다.
그래, 일단 던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슥- 캠에 안보이도록 밀어 넣고는 컴퓨터를 실행했다.

“으...”

게임은 피곤해서 못하겠고, 캠 방송을 하자.

애초에, 게임만 하면 귀신같이 시청자분들이 나가버리시니까.

시청자의 반응을 떠올리며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종합 게임 스트리머는 이젠 포기해야하나...?”

게임을 못하고 게임만 하면 시청자가 줄어드는 종합게임스트리머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에효...”

재능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노력이 부족한 걸까.
만약  두 개도 아니라면, 내가 혹시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르겠다아...”

말을 늘어트리며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옷을 점검했다, 그리고는 뺨을 짝짝- 때려 정신을 차렸다.

“음...”

평소랑 다른 것이 없는 나.

여러  방송들을 보았고, 나에게는 그분들과는 다르게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화장.

“...화장해야하나...?”

근데, 화장은 어떻게 하는 거지.
화장법이 따로 있다고 하던데 찾아봐야하나?
 이전에 화장품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 거지?

“어...”

답도 없네.

나중에 따로 알아봐야 할 문제인 듯 했다.

일단, 이상한 고민은 그만하고 방송이나 키자.

방송을 키자마자 시청자들이 몰려 왔고, 1000명의 시청자가 채워지기 까지는 금방이었다.

시청자의 수는 1100명, 방송초반부터 이런 숫자라면 어제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듯 했다.

“리하!”

-ㄹㅎ
-ㅎㅇ
-리하

“어... 오늘은 그냥 캠방이에요!”

내심 조금 실망하길 바랬다.

시청자가 실망하길 바라다니 얼마나 악질적인 스트리머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게임방송을 기대하는 분들이 있어서, 반응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오ㄷㄷ
-드디어
-마참내!

“아니 왜 좋아 하시는  에요...”

언제부터일까.

게임방송과 캠방송이 역할이 바뀌기 시작했던 때가.
아마, 첫 방송사고 이후로 그렇게 됐던가?

아니면 토끼후드티를 입은 이후부터?

뭐가 됐던,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울적해졌다.

복에 겨운 말이긴 하되, 게임방송도 조금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근데 그건 머임?
-허연거ㅇㅇ
-????

“네?”

나는 뒤늦게 캠을 바라봤고, 캠 아랫부분에, 하얀  같은 것이 삐져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식은땀을 감추고는 손을 뻗어 캠각도에 안보이게, 더 깊숙이 토끼귀와 꼬리를 숨기고는 괜스레 휘파람을 불어보았다.

“휘...휘이...”

-휘파람도 못 부네 아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뭘 치운건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

“벼, 별거 아니에요! 털...! 고양이 털...!”

-님네 고양이는 꼬질꼬질해서 흰색아님
-ㄹㅇㅋㅋ

“조, 조만간 씻긴 거에요...”

내가 생각해도 고양이가 너무 꼬질꼬질하긴 했다.

물리적으로 이기지 못해 지금까지는 목욕을 못시켰지만, 슬슬 냄새도 나는 것이 필수적으로  번은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죽거나, 고양이가 깔끔해지거나.
새삼스레 비장해지는 마음가짐에 찬물을 끼얹는 시청자들의 채팅

-아 그래서 하얀거 뭔데ㅋㅋㅋㅋㅋ
-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
-우리끼리만 보자

“으으...”

이걸 진짜 보여줘야 하나?

그냥 치워버렸어야 했는데, 내가 왜 저기다 둬서 이런 고생이란 말인가.

눈을 질끈감고는, 손을 뻗어 내가 치워놨던 것들을 잡았다.

이것을 안 보여준다면 오늘 방송 내내 저럴 것이 분명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나는 싹-! 캠에 1초정도 보여주고는 뒤로 돌아 침대로 던져버렸다.

“자 보셨죠?!”

-아 뭔데
-응 클립 있어
-토끼귀랑 토끼꼬리? 하얀 뭉치 있었음

“그으걸 보시네에...”

이럴 때만 안 놓치시네...

이를 악 물고는 말을 늘어트렸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는지 ‘ㅋㅋㅋ’라며 웃어보인다.

일단 저런 것들이 왜 집에 있는지는 말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광고 나오기 전까지 무슨 비밀 조항 같은 것은 없지 않았나.

“그으... 트릭체스 광고를... 찍고왔었는데... 거기서 받은 거에요...!”

절대, 절대 내가 산 것이 아님을 어필.

-리에라가 광고?????????
-광고????????????
-트릭체스가 뭐임
-커여운 그림 원툴겜 있음

“그으...게임에 모델역할을 받았거든요...네...”

-리에라가 모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찾아보고 왔는데 어울리긴 해ㄹㅇㅋㅋ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히히...”

광고관련해서 입을 열었음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근데 거기서 토끼귀랑 꼬리를 왜 줌

“아... 대표캐릭터 코스프레르으을...?”

말하면서도 이걸 말하는 게 맞나 싶어 끝이 길어지고 의문형으로 끝났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했지는 정확하게 들었고, 그것은 채팅창을 한층 뜨겁게 불태웠다.

-해줘
-우리도 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보여줘
-우린 안보여줌
-해줘 입어줘 보여줘

“아, 아니... 어차피 2주 뒤에 광고로 짜증나도록 볼텐데...!”

왜 이렇게 원한단 말인가!

-바니걸리에라 헤으응...

“으엑...”

변태같아.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채팅방을 바라보다 가슴을 피고는 허리에 양 손을 얹었다.

엣헴-

다행히도 우리 시청자들은  되는 것을 해달라고 때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코스프레옷 저한테 없어요...! 입고싶어도 못입어요!”

[트릭체스님이 10,000원 후원!]
-내일까지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

“트릭체스님 만원 후원...! 멍멍..고맙...네...?”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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