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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화 〉방송 여섯 달째(14) (94/143)



〈 94화 〉방송 여섯 달째(14)

해가 뜨고 시간이 지나 점심이 지났을 때.
집으로 퀵이 도착했다.

기어이 도착해버리고 만 것이다.

꺼림직 했지만,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상자를 받아들고는 거실로 돌아와 상자를 열어볼 뿐.

그리고 그 상자안에는 익숙한 옷이 들어있었다.

“우와아...”

그때 입었던 그 옷.

“이 아니네...?”

뭔가, 옷이 조금 더 과해졌다.

그때 내가 입었던 옷은 이것보다 심플했는데?

이 등 부분에 달린 엄청 커다란 리본은 뭐란 말인가.

상자에서 주섬주섬 옷을 꺼내서들어보았다.

리본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언가 장식들이 추가되었다.

“옷... 잘못 보내 신걸까...?”

잠시 고민했지만, 화색이 돌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이러면 오늘 방송에서  안 입어도 되는 거 아닐까?!

옷이 잘못 왔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

이거는 일단 다시 되돌려 보내고 공지에는 오늘코스프레 방송은 없다고 하자!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헤실헤실 웃으며 옷을 다시 상자에 넣으려다, 바닥에 깔려있는 쪽지를 주워들었다.

뭐지?

접혀있는 쪽지를 열어보았고, 그것에 적혀있는 글씨를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특별히... 1성...옷이 아닌... 3성 진화 옷으로... 보내드립니다...?”

그 뒤로도 방송을 잘 보고 있다는 둥, 쓸데없는 말이 이어졌지만, 나는 서글플 뿐이었다.

“실수가 아니라니...!”

쪽지 내용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화려한 옷을 보냈다는 소리잖아...

“좋은 조건이라 생각하고 덜컥 광고를 수락했지만...”

아니, 광고 자체는 분명 좋은 조건이었다.

광고를 수락한 것은 후회하지 않되, 이 이상한 집착은 무언이란 말일까.

“으...”

이상한 사람들이다.

많은 것을 받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의문만 쌓여갔다.

 이렇게 잘 해주는 걸까.
 이렇게 조건이 좋은 걸까.
 이렇게......

말캉거리는 볼을 긁적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할수록 납득할 수 없는 일들 뿐이었다.

구독자7만대에 이미지도 나쁜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광고를 주다니.

그리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준다고?

물론, 고작해야 이틀이지만.

광고를 처음 제안 줬을 때부터 기간을 생각하면 한 달이 넘는 시간이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이런 식으로 행동한단 말인가?

귀엽고, 하찮고, 게임이  맞는 이미지라서?

내가 귀엽고 하찮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런 이미지가 한둘인가?

나에게 건넨 조건이면 막말로 없는 존재라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나에게 이렇게  대해 준다고?

내가 악의에 민감하되, 악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기괴하게 다가왔다.

이번년도 들어서, 과하게 행복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멸시와 경멸, 혐오가 아닌 관심을 받아보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댓가를 원하지 않는 호의를 받아보았다.

“하지만...”

그건 분명한 개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알기에 버겁긴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이 아니지 않은가.

규모가 작긴 해도분명한 회사였다.
회사가 나에게 호의를표한다고?

어째서?

호의를 의심하려 드는 것은 분명 나쁜 것이겠지만.
이 상황은 의심을   수가 없었다.

적의와 악의에는 단  가지, 사소한 이유하나면 넘치도록 충분 한 것과 반대로.

작은 호의에도 수십 가지의 이유를 필요로 했다.
큰 호의에는 수백 가지를 넘어 수천 가지의 이유가 필요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호의를 표하는 것에도 그러한데.

회사가, 집단이 호의를 표하려면 얼마나 많은 이유가 필요한가.

그리고, 그런 수많은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 중 나 또한짐작 가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어야 하건만.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회사와관계를 쌓일 일이 무엇이 있을까.

혹시, 부모님과 관계된 것일까 싶었지만, 부모님의 텅 빈 장례식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좋은 관계를 쌓아놨다면, 장례식을 나 혼자 지키고 있지는 않았을 테지.

집단의 댓가 없는 호의.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순전히 내 몫이겠지.

한숨을 푹푹 내쉬고는 상자에서 옷을 꺼내 의자에 걸쳐뒀다.

복잡한 머리 속을 애써 수습했다.

아니, 잠시 치워뒀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어쨌든, 일단은 옷은 입는 것이 맞겠지.

“으아아...”

손을 쭉- 뻗어 기지개를 피고는 몸을 비틀었다.
우드득- 몸이 시원하게 펴지는 소리.

“후아...”

몸을 풀고는 시계를 바라보자,방송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

“밥이나 먹을까...?”

출출했다.

지금은 딱히  것도 없지 않은가.
요즘 일과는 비슷비슷 했다.

일어나서 밥 먹고 하얀님이 올리신 소설 보기.
커뮤니티 보다가 방송키기, 방송종료하고 밥먹고 씻은 다음, 유튜브 댓글 보면서 잠자기.

정해진 일과.

“오늘은 뭐먹지...?”

냉장고를 뒤적거려봤다.

카페인음료가 잔뜩 있었고, 그 외엔 콩나물이 검은 비닐봉지에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선반에 굴러다니는 계란  개.

“계란밥...?”

콩나물도 소금 넣고 볶아서...?
간장과 참기름 넣고...?

살짝 군침이 흘러내려 소매로 대충 닦아내고는, 냉동실도 열어보았다.

텅텅  냉동실에 덩그러니 놓여진 고기 한 팩.

“엑...?”

이게 왜 여기에 있지?

내가 냉동실에 고기를 넣어놓고 방치했다고?

“나... 먹을 거 귀한 줄은 아는데...?”

언제부터 들어있었던 것인지, 고기가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내 코가막힌 건지, 아니면 진짜 괜찮은 것인지, 역한 향은 나지 않았다.

“문제 없겠지...?”

고기를 버리는 것은 죄 짓는 일이었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먹어서 해치우자.

색이 이상해도 고기는 고기잖아.

분명 맛있을 것이다.

...

“일단 그래도 물로 한  씻을까...?”

팩의 비닐을 잡아 뜯자 무언가 찐득한 액체가 실처럼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잔반으로 단련된 내 위장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한들, 저런 것을 먹고 멀쩡할 자신이 없었다.

수돗물을 틀자 쏴아아- 소리가 고기를 때렸고, 불쾌한 액체는 그렇게 씻겨 내려갔다.

“...이제 굽자...!”

이제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소금뿌리고 기름 두른 달궈진 프라이팬에 고기를 놓자 파바박! 튀는 기름들!

“아...악...! 악!”

황급히 도망쳐서 멀찍이 쳐다보자 사방으로 튀는 기름들을 보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저거 언제 다 청소하지...?

기름은 피와 함께 청소하기 힘든  중 하나였다.

“그, 그래도...”

고기를 위해서니까.
참아내자.

고기는 맛있는 거니까 이 정도는 감내해야 되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은 돈도 벌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다니지만.
음식은 아까운 것이었다.

전에 집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음식을 버리긴 아깝다며 나에게 주던 쉰 음식들.

“아...”

떠올리기 싫은 기억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기름이 튀는 것이 잦아들어 다가가 고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2분 뒤.

조금탄, 돼지고기 목살(이었던 것)이 접시위로 올라왔다.

“헤헤...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을 집어서고기  점을 입에 넣었다.


...


맛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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