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외전 - 어버이날 이후 (95/143)



〈 95화 〉외전 - 어버이날 이후

요즘 엄마와 아빠가 이상하다.

어버이날, 하루가 지나서 내가 케잌을 건네준 날부터 행동이 이상해졌다.

아빠가 밥상을 뒤집지 않았다.
엄마와 싸우지 않았다.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내 교복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엄마가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
아빠와 싸우지 않았다.
모두 내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사치를 부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말이 없어질 때 가 많았다.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함께 외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내 뜻이 통한걸까?

드디어 화해를 하신걸까?

우리도 평범한  처럼 화목해질 수 있는 걸까?

잠시 바보같은 미소가 입가에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입꼬리를 내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는 없겠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대를 하지말자.

기대를 해서 좋은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으..."

팔을 쥐고는 미약한 신음을 내뱉었다.

학교에서 맞았던 상처들이 아리다.

 왜 안가져오냐며, 손을 교실문 사이에 두고 강하게 문을 닫아버렸다.

원조교제하고 다니니까  많지 않냐며 걷어차였다.

팔은 부웠고, 몸은 멍들었다.

선생에게 도움을 구해본다?

선생에 대한 기대는 진즉에 사라졌다.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자.

원망도 분노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것이다.

기대는 정말 하등 쓸모없는 것  하나였다.

나는 기대를 하는 법보다 기대를 포기하는 법이 좀더 익숙했다.

"근데 진짜뭐지...?"

기대는 하지 않되, 이렇게 까지 집이 조용해진 이유에 대한 합당한 의문.

더더욱  의문에 불을 지피는 것중 하나가.

가족끼리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어색한 침묵사이로 먹는 식사였지만 같이 먹는다는 행위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수십번도 더 밥상이 엎어져야 마땅한 상황에 가만히 있는 아빠나.

컵라면이나 냉동으로 때우던 저녁밥을 직접차리는 엄마나.

무서울 정도로 이상한 상황.

나는 눈물을 꾹- 참고는, 문사이에 끼었던 팔을 문지르며 최대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일단, 내가 케잌을 건네준 후부터 변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엄마와 아빠라면 이런 것으로 화해 할 리가 없었다.

그건도 이렇게 장기적으로 말이다.

끽해야 1~2시간의 짧은 평화를 생각했는데, 벌써 며칠째란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으... 모르겠다..."

머리를 싸매었지만, 좋은 일은 좋은 일이었다.

싸우지않으니까.

부족하지만 일반적인 가족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 급격한 변화에 나는 오히려 불안해졌다.

 고요함이 언제 모습을 뒤바꾸고 나를 덮쳐올까, 두려웠다.

물론.

맞는거라면 익숙했다.
욕을 듣는 것은  더욱 익숙했다.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숨쉬는 것 만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달콤함에 내가 무뎌질까 무서웠다.

사실, 말로서 기대안한다하지만.
기대가 안될 수 있을리가 없지않은가.

나도 평범하게 밥먹고.

나도 평범하게 엄마아빠랑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의 모습을 알기에, 포기했었던 작은 꿈들이 미련하게도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 같았다.

헛된, 바보같은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라는 독에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무서워..."

내가 완전히 기대하고, 믿는 순간.

다시금 원래대로 돌아오면.

내가 그걸 버틸  있을까?

이제서야 겨우겨우 받아들일 수 있게 됐는데?

무서운 일이다.
두려운 일이다.
기괴한 일이다.

몸을 살짝 떨었다.

"하아..."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어 달력을 바라보았다.

내 생일까지 앞으로 얼마남지 않았다.

부모님도 나도 자주까먹는 생일임으로 큰의미는 없었지만.

멍하니, 달력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물어뜯었다.

그래, 그때까지만 지켜보자.

그리고,  생일 날때 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땐 비로서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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