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6화 〉방송 여섯 달째(15) (96/143)



〈 96화 〉방송 여섯 달째(15)

 앞에 쭈뼛거리며 바로섰다.

이상한 건 없겠지?

짧은 치마가 어색하다.
다리가 너무 허전 한  같지 않은가.

아래 아무것도 안 입은 것 같아서, 강제로 다리를 오므리게 된다.
 결과 꽤나 볼썽사나운 꼴을 취하게 되었다.

“으...”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지린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이런 비유는 너무 더러운가...

어쨌든, 굉장히 창피했다!
광고 촬영가서 찍었을 때보다 더 더욱!

그때는 기껏해야 10명가량이었지만, 지금은 1000명가량에게 이 우스운 꼴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광고가 나가기 시작한다면 1000명이 문제겠냐만은, 그것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아닌가.

“진짜 싫어어...”

등에 달린, 커다란 리본이 걸리적 거려서 의자에 앉기도 버거웠다.
결국,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치는 불편한 자세로 합의 보고는 힘을 쭉- 빼버렸다.

으어어- 의자에 늘러 붙었다.

1초, 1초 흘러, 방송을 켜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숨통을 조여 온다.

이게 사형수들의 기분...?

혹시 방송을 키는 순간 수치심으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

양손을 허공에 쭉 피고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나쁜 거 같아...”

지금  모습이 내 마지막으로 기억될 모습이라면 너무 수치스럽지 않은가.

위를 향해 쭉 뻗은 손을 오므렸다.

잼- 잼-

“아그에아구엑으아아...”

손을피고, 쥐고를 반복하고는 유아퇴행한 듯이, 옹알이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곤 입을 잠시 다물고는 한숨을  쉬며  포기해버렸다.

"심호흡... 심호흡하자..."

후하, 후하.

결국 내가 마주해야 할 일 아닌가.

눈에 힘을 주고는 켜지지 않은 캠을 노려보았다.

검은 렌즈에, 언 내가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어울리지 않은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바보처럼, 꼴에 자존심은 남아 있다는 듯 노려보는 눈빛이 꽤나 매서웠다.

“...”

눈을 잠시 감았다.
그리고 3초를 속으로 세었다.

그, 후.

눈을 떴고, 입에는 만개한 미소를 머금었다.

비록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얼굴이 붉었고, 눈또한 습기가 차있었지만.

이정도면 ‘리에라’다웠다.

마른침을 삼키며 마우스를 건드렸다.
방송이 시작되었다.

“리, 리하...!”

캠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소매나 나풀거린다.

소매가 나풀거림과 동시에, 머리에 착용한 토끼귀가 쫑긋 거리는 것이 캠이 비쳐보였다.

-진짜 입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믿었다고
-개귀엽네ㄹㅇ
-솔직히 듀라한 아닌 애들 중에서 가장 귀여움
-ㄹㅇㅋㅋ

뭔가 듣기 힘들 정도로과분한 칭찬이 오간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토끼 귀는 연신 쫑긋 거려 수치심을 더해갔다.

결국, 얼굴을 가리는 것을 포기하고쉼 없이 움직이는 토끼 귀를 양손으로 하나씩 붙잡았다.

“으에...”

[글장수님이 20,000원후원]
-리액션ㄱ

“어어...그, 글장수님 어... 멍멍! 감사합니다...!”

-토끼와 왜 멍멍이냐고ㅋㅋㅋㅋㅋ
-그럼 토끼는 뭐라고 울어야하는데?
-뀨뀨?
-이새끼 강퇴좀

“으으... 뀨뀨 만큼은 봐주세요...진짜... 나 죽을  같아요...”

지금 이것만 해도 충분히 죽을 것 같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저런 리액션까지 하라고?

차라리  죽이라지!

배째라는 듯이 상의를  걷어 올려  배를 보였다.

“배째...!”

[내려님이 50,000원을 후원]
-옷내려

“네...”

조심스럽게 옷을 내려 배꼽을 가렸다.

“근데 진짜이런 게 보고 싶은 거에요? 이상하지 않아? 진짜?”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빙글, 한 바퀴를 돌아 옷 전체를 보여줬다.

펄럭거리며, 치마가, 소매가, 리본이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단 아람님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트릭체스님이 100,000원 후원]
-진짜 입었네ㅋㅋㅋㅋㅋㅋ

어?

“아니 옷도 보내주신 분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해요!”

여러분이 입으라고 해놓고는 진짜 입었다고 반응하면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10만원은 고맙지만...! 진짜 고맙지만...!

왜 갈수록 얄미워지는 걸까.

조금은 분해서 볼을 살짝 부풀려보았으나, 이내 이것 또한 이상한 취급을 받는 다는 것을 알기에 급하게 볼에 채웠던 바람을 푸우- 내뱉었다.

-뭔데 왜 귀여운 척임
-포상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늦었나.

방송키기 전에서 말했지만, 이렇게 수치심으로 죽는다 하더라도.

꽤나 만족한 삶이었다 말할 수 있으리라.

“잘지내요... 저어는 이제 죽을꺼에요...”

-아 죽지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10년은 방송해야지
-10년후???:  시발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기대되네

“그, 그럴 일은 없어요!”

내가 시청자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10년 후면 내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런 말을  밖으로 꺼내서 분위기를 떨어트려선  되잖아.

괜히 어색해져서 목을 풀었다.

“그, 그래서...  옷을 입은 김에 보고싶은거 있어요?”
-싫어하더니?

“싫어해도 못갈아입잖아요...”
혹시 갈아입게 해주실 건가요?

내가 화색하며 물어보자 어림도 없지 감히 벗을 생각을 하냐며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아,  벗을게요.., 진정해요 진정...!”

그제서야 진정되는 채팅창에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보고 싶은거 있으세요?

어차피 이미입었다.
벗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 옷을 입은 김에 뭐라도 해볼까 싶어서 꺼낸 말.

채팅이 올라오지 않아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춤...?”

이 나풀나풀한 옷으로 춤을 추면 그건 나름대로 볼만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부끄러워서 죽겠지만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이 한 몸 기꺼이 불사지르리라!

-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미쳤음?
-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하지마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
-숨만 쉬어 제발!!!!

“아니 저번부터 느낀 건데... 왜 이렇게 싫어해요...”

보통 여캠들이 춤을 춘다고 하면 다들 좋아해야 정상 아닌가.

내가 그분들만큼 이쁘고 섹시하진못해도!

나또한 나름 여캠이었다!

“트월킹?”

무시당한 것 같아 무리수를 둬보자 후원  개가 동시에 터졌다.

[ㅇㅇ님이 5,000원 후원]
-씨발년아!

[모여명님이 10,000원 후원]
-멈춰!

“아니 진짜  싫어하는건데요...! 춰준다는데...!”

-멈춰!!!!!!
-얼마면 춤 안춤?

아니, 얼마면 춤춰주냐는 것도 아니고 얼마면 춤을 안추냐니.

이게 여캠에서 나올만한 반응인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사실 내가 매력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싫어한다고...?

“여러분  싫어요...?”

 질문에 채팅이 올라갔고 눈물이 고였다.

춤추지 말고, 숨만 쉬래...

도대체 나는 얼마나 매력이 없는 것일까.

-응 울어도 안 돼 춤 주지마 가만히 있어

[트릭체스님이 30,000원 후원]
-가만히!

“허어어엉...”

서러움에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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