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방송 여섯 달째(16) (98/143)



〈 98화 〉방송 여섯 달째(16)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채팅방을 노려보았다.

“진짜너무해요...”

-우리를 탓하기 전에 몸뚱이를  하는 게 어떨까.
-춤으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는 것도 재능이야
-ㄹㅇㅋㅋ

“아니야! 악!”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는 춤이라니.
무슨 그런 심한 말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대놓고 욕을 하라지!

“진짜 그러면 트월킹 추는 수가 있어요...!”

시청자들이 싫어하는 것을 이용한 협박이었지만.

-죄송합니다.
-ㅈㅅ
-대가리 박겠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데미지가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끄윽...”

아니 근데 진짜 내 춤이 그 정도인가?
춤을 춘다고 협박하는 것도 웃긴데, 그게 또 먹힌다고?

“그렇게 심해요?”

-ㅔ
-ㅇㅇ
-영상클립원함?

“죄송해요...”

영상클립은 무섭지 않은가.

“하아...”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쫑긋- 움직이는 토끼 귀였지만, 조금은 적응  것 같았다.

이런 건 적응 하고 싶지 않은데...

잠시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이러고 있는 나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신경질 적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는 ‘느에-‘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될 대로 되라지...

힐끔 쳐다본 시청자의 숫자는 2000.

“응...?”

내가잘못본 건가 싶어 양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다시 쳐다봤지만 2000이라는 숫자는 그대로였다.

“엑...?”

2000명?

어째서 2000명이지?

“아니...왜...?”

하는 것도 없지 않은가.
그냥 부끄러운 옷을 입고, 가만히 있는 것 뿐인데.

이런 방송을 왜 2000명이나...

도무지  수 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방송초기엔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이간절했는데.
그리고 그렇게나 발악했는데,  한사람도 안 들어왔는데.

지금은 가만히 옷만 입어도 시청자들이 이렇게나 들어온다.

이 이상하고 야릇한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지금의 내가 성장한 걸까.

아니면 과거의 내가 못났던 걸까.

격세지감을 느낀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었지만, 새삼스럽게도 시청자 수가 달라 보인다.

2명도 많아 보이고, 20명은 엄청나보였고, 200명은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2000명.

-얘 눈 풀렸는데
-몇 번이고 말하지만, 자주 이럼

“왜 계속 이상한 사람 취급해요...”

나만큼 정상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가.

-설탕물 마시는 거부터 이미 이상한 사람인데ㅋㅋㅋㅋㅋㅋㅋ

“설탕물 요즘엔 안마시거든요!”

언제 적 이야기란 말인가.

요즘엔 제대로 먹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기를 먹지 않았나!

냄새가 이상하고 맛도 이상했지만!
배가 아까부터 꾸르륵- 거렸지만!

고기를 먹었다!

“저 점심에도 무려! 고기 먹었어요!”

-무려 는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장하다
-착하다착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애 취급은 너무한데요...”

예전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불어난 시청자의 숫자에, 야시꾸리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누가 봐도 어린애 취급을 해오는 시청자들의 모습에 입을 몇 번이고 달싹였다.

“저어는... 혼자 밥도 먹고요, 혼자 잘 자고요, 혼자 잘 씻어요... 어린애 취급은 그만!”

-아ㅋㅋㅋㅋㅋㅋㅋ 저거 6살짜리 사촌동생이 똑같이 말한 적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리에라는  먹고 잘 자고 잘 씻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으...”

또 말실수를 한 걸까.

내 말을 끄집어서 나를 괴롭히는 시청자들의 말에 ‘우그읏’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트월킹 춰버릴 거야...”

-악!
-미안해!
-리에라는 어른이야 반박시 트월킹 형벌
-난 아무말도 안했다!

“아니 왜 트월킹이 형벌이냐고요...!”

내 춤이 어때서!

물론, 조금  추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여캠 아닌가!

조금은 제대로 된 반응을 보고 싶었다.

그런 반응들 있지 않은가. 오우야 라던지! 누나 나 죽어 라던지!

-솔직히리에라가 트월킹 추는  볼 바에 크툴루가 후1장2섹1스하는거 보고말지

“허어어어...”

무슨 말이 저런 식일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방송 켜놓고 아무것도 안할 순 없잖아요...”

-응 가만히 있어
-제발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마!

[윤매미님이 3,000원 후원]
-멈춰!

[갸오오님이 5,000원 후원]
-가만히

[페링님이 10,000원 후원]
-리에라볼살말랑

“진짜 나빠...”

솔직히, 방송에서 방송인보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소리는 꽤 심각한 모욕 아닐까.

내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어떻게 받아들여도 좋은 뜻이 아님은 알 수 있었다.

근데, 내 볼살 말랑은  무슨 소리인가.

가만히 손을 들어볼살을 만져보았다.

말랑말랑-

“앗...”

말랑거려!

최근에 너무 많이 먹은 것이 문제일까?

요즘 내가 먹은 것을 떠올려보았다.

오늘은 고기.
어제는 콩나물밥.
어저께는 진순이...

“와... 하루에 한 끼씩 먹었네...”

고개를 슬쩍 내려 배를 바라보았다.
조금 볼록해보였다.

때문일까, 아니면 진짜 살이 찐 것일까.

“어... 다이어트 해야 하나...?”

-내가 지금  들은거냐
-하루한끼????????????
-다이어트????????????????????
-리에라! 미쳤어????????

“아니, 여러분 저... 최근에 살이 너무 많이  거 같아요...”

-아니 지금이 딱 좋은데
-ㄴㄴ더 쪄야함 막말로 두 배쯤 쪄야함
-처음엔 안쓰러울 정도로 말라있었음
-지금도 말랐잖아;

내가 말랐다고?

‘움-’ 잠시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는 톡톡- 두드리고는 말을 내뱉었다.

“전에는, 이틀, 사흘에 한 번씩 먹었는데...”

조용히 중얼거린 말에 반동이 강하게 찾아왔다.

-하유야 이씹새끼 불러와
-ㄹㅇ조져놔야한다 이런 애를 묻으려했네
-그렇게 먹고도  있음?

생각보다 반응이 강하게 찾아와, 당황스러우면서도 시청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손을 뻗어 흔들었다.

“아, 아니! 그, 아...! 설탕물도 밥으로 치면 매일 제대로 먹었어요!”

-아앗...
-아...
-그만둬...
-멈춰!

“엑...”

분노로 점칠 된 반응이 갑자기  쳐진다.

아니, 이렇게 다운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예상과는 많이 다른 시청자들의 반응에 볼을 살짝 긁었다.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걸까.

아니, 확실히 그 집에서 배운  중 정상인 것은 없고,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였나?

얼떨떨했다.

“어...컨텐츠 하나 해볼래요...”

이렇게 된 거 나와 시청자분들의 상식을 비교해보자.

계속 이런 식으로 괴리감을 느낄 때 마다 생각했던 컨텐츠이지만.

딱히, 진짜로 할 생각은 없었던 컨텐츠.

-휴지 가져온다.
-아...
-ㄱㄱ
-울 준비 마쳤음

“아니 그냥 상식비교라니까요...?”

그렇게 이상한  없을 껄요?

아마도...?

그리고 정확히 10분 후.


질문과 대답을 정리해보았다.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마신다.
시청자 : 아니다
살짝  것은 밥에 비벼먹는다.
시청자 : 아니다
냉동실에 있는 것은 몇년이 지나도 괜찮다.
시청자 :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먹어도 괜찮다.
시청자 : 아니다
설탕물은 한끼식사다.
시청자 : 아니다
.
.
.

...

대부분 먹을 것에 관해 질문이 들어왔고.

내가 대답하면, 시청자들은 한결 같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나는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다.

[야채비빔면님이 500,000원을 후원]
-리에라는 행복해야해...

-ㄹㅇ
-얘만큼 불쌍한 애 못봤다.
-다음 달에월급 받으면 후원할게...
-리에라는 아가야...

“어... 저 안 불쌍해요!”
오히려 지금은 행복한데!

시청자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도대체 어떤 모습이란 말인가.

“어...”

무언가 오해가  심해진 것 같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