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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화 〉외전 - 죄인 (100/143)



〈 100화 〉외전 - 죄인

장례식 직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모네 집에 정착했고, 이모는 나에게 잘 대해줬다.

나를 돌봐준다 말했다.

나에게 밥을줬다, 잠자리를 줬다, 옷을 줬다.

그리고, 밤마다 조용하게- 나에게 속삭였다.

간질거리는 소리였다.

이모의 말 한마디가, 이모부가 무심히 내던진 한마디가, 커다랗게 다가왔다.

“언니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고작 케이크 때문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고, 내뱉는 말마다 날카로운 것으로 후벼파는 듯한 통증이 들었다.

“서연아 죄가 많다... 진짜 어쩌니...”

그렇다 나는 죄가 많았다.

케잌따위를 사달라고 졸라서 부모님을 죽게 만든 극악무도한 죄인이었다.

이모부는 나에게 말을 건네진 않았지만, 싸늘한 시선만은 느껴졌다.

그래, 감당해야한다.

죄인이 받아 마땅한 시선이리라.

나는 죄인이었고, 속죄를 해야 했다.

이미 용서를 구할 사람은 없으니까, 평생.

그렇기에, 나는 내가 받아선 안 되는 돈을, 이모에게 건넸다.

죄인에게 돈이  필요하단 말인가.
내가 죽인, 부모님의 돈이 나에게 왜 필요하단 말인가.

나에겐 쓸모없는 것이기에, 건네 드렸다.

그리고, 이모는, 순식간에 변모했고, 그 모습을 죄인을 벌하는 이와같았다.

내가 일으킨, 끔찍한 죄는, 검붉은 색이 되어 내 발목을 붙잡았고.

저항감을 상실케 했다.

끈적거리는가?
미끌거리는가?
거칠거리는가?

모두 아니면, 어떤 것일까.

죄악감이, 나를 잠식했다.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어지러워진다.

색이 사라진다.

죄인은, 벌은 받아야한다.
죄인은, 행복해선 안 된다.
죄인은, 고통스러워야 한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역겨운 껍질을 벗었다.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버렸다.
죄인에게 생각은 필요치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상식을 버렸다.
죄인에게 상식은 필요치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버렸다.
죄인에게 존엄은 필요치 않았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렸다.

나는그저 하나의 죄인이었고, 이것은 이모가 밤마다 들려준, 목소리이기도 했다.

하여, 죄인은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니, 벌로부터 도망쳐선 안 되니.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겨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겨울이었다.
언제부터 겨울인지 모르겠으나, 겨울이었다.

춥다, 촉감이, 차갑다.
피부에 닿는 것들이 추웠다.

“더러워...”

나에게 내던져진 말이었다.

고개를 들어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모의 딸이라고, 했나?

이름이 뭐였지?

나보다 어렸지만, 아이는, 나와 달랐다.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따뜻해 보였다, 죄가 없어보였다, 당당해보였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 아이가 나에게 품은 눈빛은, 아마도 경멸과 혐오와 역겨움.

그런 아이는, 더러운 것에 다가가기 싫다는 듯, 밥그릇을 내려놓더니, 발끝으로 밥그릇을 밀었다.

“고...마워...”

“으... 시발...”

베란다의 문이 쾅! 닫혔다.
나는 벌을 받고 있었다.

청소를 시켰다.
청소를 했다, 그런데, 깔끔하지 않았다.

내 탓이었고, 나는 이 곳에 있었다.

밥그릇을 내려 보았다.

김치와 콩나물, 그리고 무언가 수 없는 이상한.

흰색, 보라색, 빨강색, 노란색, 검정색.
여러 색을 지닌 것이었다.

손으로 위에 얹어진 콩나물을 하나 들어보았다.
입에 넣어보았다, 씹어보았다.

아삭 하다기 보단,뭉게지는 식감이었다.

시다.

맛이 없었다.

“잘...먹겠...습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대우였다.

나에게...

눈에서, 역겨운 액체가 흘러 나와 베란다에 똑- 떨어졌다.

얼어버린, 무딘 손으로 밥을 퍼먹었다.
맛없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아닌가.

이모의 말대로, 이모부의 말대로, 그리고, 이모의 딸의 말대로.

그리고, 경찰의 말대로.

나는 구제가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이모가 시킨 간단한 청소마저 제대로 못했다.
이모부가 몸을 팔라했지만, 그것 또한 못했다.

이모의 딸이 나를 때렸으나, 그마저도 짜증난다는 듯, 욕설을 내뱉었다.
화풀이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다.

주제에 안 맞게 도망가려 했으나, 경찰은 나를 붙잡았다.
이모에게 나를 넘겼다.

나에게 가해지는 벌의 세기가 강해졌다.

그래, 죄인이 벌을 두고 어딜 도망간단 말인가.

나 때문에, 고작 케잌 때문에, 부모님이 죽지 않았나.

애초에 멍청했던 것이다.
애초에 내 탓인 것이다.

쉬어버린 밥이, 목구멍을 막았다.

“켁...켁...”

밥을 내뱉었다.

하아-

입김이 흘러나왔다.
주변을바라봤다.

더럽게도 내가 먹던 것들이 튀어나와 있지 않은가.

먹는 것 조차 제대로 못하는 머저리.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손을 들었다.
뺨을 내려쳤다.

짝-! 소리가 울렸다.

뺨이 화끈하다, 아프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정도로 벌이 되겠는가.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뺨이, 헐고, 입안마저 터져서, 때리는 손이 아파서.

헤실, 웃으면서도 손을 내렸다.

때리는 것 조차, 제대로 못하는, 병신.

입안엔 피 맛이 느껴진다.
혀로, 볼을 쓸었다.

따갑다, 아프다, 쓰라리다.

“헤헤...”

밥그릇을들었다.
무릎을 모아, 웅크리고는, 밥을 먹었다.

몇 번이고, 맛없는 밥을 씹었다.

그래야, 나를 조금 더 잘   있을 것만 같았다.

 맛보다, 피 맛이 느껴지는, 그런 식사였다.
피 맛 보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로 가득찬 식사였다.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내가 누구에게 죄를 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죄를 빌 자격이나 있을까.

지금 나는, 웃고 있는 걸까, 울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래, 나는.

역겨운 죄인이었다.
하여, 나는, 벌을 받아야 한다.

베란다의 창문으로, 비쳐진 나는 분명 더럽고추악하고역겹고혐오스럽고경멸스럽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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