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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방송 여섯 달째(19) (102/143)



〈 102화 〉방송 여섯 달째(19)

사방에 몰린 인파에 당황해 몸을 움찔 떨었다.

리에라 라는 닉네임을 알고 있다면, 분명 내 시청자 였다.
하지만, 내 시청자가 이렇게 길거리를 배회하고 다닐 줄이야.

솔직히  머릿속 시청자의 이미지는, 집밖에 잘 안 나가는, 나와 동류 아니었나.

“허어어...!”

내 시청자들이 몰려든 것 보다, 시청자들이 나와 다른, 흔히 말하는 ‘인싸’들이라는 사실에 드는 배신감이 조금  컸다.

털썩- 길바닥에 주저앉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허어어엉...!”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내 울음소리에, 커플로 보이는 한 쌍이 나가와 나에게 막대사탕을 하나 건네줬다.

“어...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막대사탕은 큼지막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었다.

내가 받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자, 다시금 나에게 들이미는 사탕.

“고, 고마워요...?”

내가 사탕을 받지 않는다면,물러서지 않을  같아 별 수 없이 받아들자, 그제서야 커플은 해맑게 웃어보였다.

다만, 해맑음 속에, 탐욕이 서려있는 것이 보였기에,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자, 두발자국 다가온 커플은 나에게 소리로 외쳤다.

“보, 볼살 한번만 만질 수 있을까요?!”

“엑...?”

내 볼살?

무슨 부탁이 그딴 식이냐는 질문 이전에, 왜 그런 것을 바라는 걸까.

으- 소리와 함께 쳐다보자, 머리를 벅벅 긁은 남성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보였다.

“어떻게 안 될까요...?”

“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남성이 내민, 5만 원 권 4장을 바라봤다.
20만원에 볼 한번 만지작.

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황당해서 안 말리냐는 듯이 남성의 애인을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일 뿐, 말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무례한 방식에, 무례한 요구였으나, 이래야 내 시청자다웠다.

사실, 오히려 신사다웠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내가 생각하고도 내가 왜 시청자들에게 이런 이상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인지, 잠깐 의문을 품었으나, 해답은 금방 나왔다.

“도, 돈은 안주셔도 되지만... 스토킹은 하면 안 되요...?”

“아...!”

하하- 쾌활하게 웃어 보인 남성은 절대 그러지 않겠다며 말하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내 볼 살을 만지작거렸다.

2초도 지나지 않아,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왔고, 그렇게 커플은 히히덕거리며 떠나갔다.

이제, 끝났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분명, 시작은 10명가량이었는데, 이젠 20명도 넘는  같았다.

“지, 집...”

집 가고 싶은데...

방송하고 싶은데...

내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걸까.
아니면, 아까 커플의 요구를 들어줘서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이 궁금해서,걸음을 멈춘 사람이 있는 걸까.

“으엑...”

시청자가 나를 중심으로 둘러쌓지만, 그 누구도 아까의 커플처럼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길거리에 출몰한, 희귀한 것을 보는 듯이, 신기하게 쳐다볼 뿐.

 모습에 내가 용기를 내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자, 나를 둘러싼 전체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처음 보는 신기한 동물 취급은.

뭔가, 본능적으로 양손을 위로  뻗어보자, 두발자국 물러서는 사람들.

“뭐하세요...?”

결국 내가 말을 먼저 꺼낼  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이상한 대치 상황은 끝이 나지 않을  같았다.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내가 먼저 침묵을 깨자, 시청자들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그냥 팬이라...!”
“아프다고 하셔서.. 이것  건네 드릴려고...!”
“리액션 해줘요! 리액션! 돈 있어요!”
“볼살 만지고 싶다...”

갑작스레 길거리 중앙에서 펼져지는 난장판.

나에게 비닐봉지를 건네려는 사람과, 돈을 들고 리액션을 요구하는 사람.
그냥 팬심으로 연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사람,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욕망을 내비치는 사람등등.

도무지 정리가 안될 상황에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젓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20명의 사람들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지자, 길을 가던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전부 멈춰!”

-!

조용해졌다.

모두가, 하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멈춰섰다.

이게, ‘언령‘...?
잠깐,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눈 천천히, 빙글돌았다.

360도로 사람들이 나를 둘러쌓다.
아무리봐도 통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나인 이상, 내가 용기내야겠지.

나는애써 부끄러움을 감수 하고 크게 외쳤다.

“카, 카페 같은 곳 가요... 길은 사람들 방해되잖아요...!”

내말에 시청자가 자신이 아는 곳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었고, 나는 그 시청자의 말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내 뒤로, 나보다 머리  개 이상 큰 덩치의 20명가량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방해된다고 해서일까, 아니면 멈추라고 해서일까.
조용히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조금 무서워졌다.

일단, 내 말을 착실히 들어주고 있으니, 나쁜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았지만.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않은가.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간지럽힌다.

“으으...”

부끄럽다.

“아, 아직이에요...?”

자신이 아는 카페가 있다던 시청자에게 물어보자,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들었다.
일단, 나를 알아보고 내 시청자들이니까, 내가 책임져야겠지.

솔직히 바로 걸음을 뒤로 돌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무려 20명이다!
어쩌면  이상!

나에게 해를 끼칠 마음이 없어 보인다 한들, 숫자가 주는 압박은 상당했다.

여기서 내가 도망쳐버린다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일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망치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가 라고 대답 할 수 도 있었다.

전부 내 시청자들이었고, 전부 나를 좋아해서 나를 둘러싼  일 테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도망친다면.

열매위키에, ‘리에라/사건사고‘ 한줄 추가 되지 않을까.

시청자기만, 시청자혐오라고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이상한 것도 추가 될  있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겠냐만은, 내 인생에 말이 되는 것이 있던가.

‘만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이상 ’만에 하나‘가 아니었다.

충분히 벌어질  있는 일.

그것을 충분히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염려되는 것이 있었다.

스토킹.

내가 도망친다면, 내 뒤를 따라 올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여, 일단은 가벼운 팬미팅 같이 함께 한 후에, 택시를 타고 빙빙 돌아 집에  생각이었다.

“아, 저기네요!”

2층에 위치한 카페를 가리킨 시청자의 손짓에 우리는 우르르- 몰려갔고.
카페의 알바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맞이했다.

“어어...?”

“그으...저는 초코라떼로...!”

“가장 비싼거.”

엑?

굵직한 중저음에 당황해서 옆을 쳐다봤다.
조용히, 가장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가장 덩치 큰 분이었다.

“23잔.”

나는 그 말에 천천히, 머릿수를 세어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둘, 스물 셋.

 포함, 스물 세 명.

“디저트 전부.”

“악...! 안 사주셔도 되요!”

“거절, 안됨.”

“악!”

무언가 이상하게 일이 꼬였다.

당황해서, 말려달라고 다른 분들을쳐다봤지만.
아무도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즐거워 보이는 표정.

“아...”

나는 빠져 나갈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을성을 내뱉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케, 케잌은 빼줘요... 나  먹어...”

뭔가, 잘못 걸린 것 같았다.

...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내 테이블엔 산더미같은 마카롱들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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