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3화 〉방송 여섯 달째(20) (103/143)



〈 103화 〉방송 여섯 달째(20)

“어...?”

잠깐,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기대가 찬 눈빛들이 부담스럽다.

그냥, 간단하게 이야기나 하고, 도망치려 했는데, 도대체 뭐란 말인가.

시선을 살짝 내려 테이블에 올려 진 마카롱의 산을 바라보았다.

대충 세어 봐도 30개가 넘는 것 같았다.

아니, 개수가 무슨 소용일까.

진열되어 있는 마카롱을 전부 쓸어 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저, 황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알바생의 표정만 봐도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혹시 짠거에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거리 걷다가, 내 시청자가 나를 알아봤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20명?

말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우연이에요 우연!”

내 말에 크게 소리친 여성시청자.
그 당당함에 몸을 움츠렸다.

“우, 우연이군요...”

전혀 납득가지 않았지만, 우연이라고 하는데  어쩌겠는가.
여기서 더 추궁해봤자, 나만 추할 뿐이었다.

“그런데 아프시다더니, 괜찮아요? 궤양이라더만?”

“아...약 먹고 푹 쉬래요...”

“아, 저희가 너무 무례했나...?”
“확실히 갑작스럽긴 했지.”
“약속이 있으셨을 지도 모르잖아?”
“내가 하지 말라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웃음은 멈추지 않는, 얄미운 모습에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름대로 조용히 말한다고 말하시는  같은데, 다 들린다.

특히, 마지막 하지 말라고 했다는 소리는,이들이 초면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다만, 그렇다면 다른 의문이 남는다.
내가 이곳에 있는  어떻게 알고?

이건 정말로 우연일까?
내가 지긋이,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자, 전부 어색하게 시선을 돌린다.

“뭐, 뭔데요...”

도대체 뭔데 저런단 말인가.
 질문에 대답은 없었고, 다만, 이유없이 마카롱이 추가 되었을 뿐이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지?
혹시, 나에게 악의를 지니신 분이 계신 걸까.

수십 개의 마카롱, 이정도면 식고문 수준 아닌가.

물론, 정말로 나를 괴롭히고 싶다면, 마카롱이 아니라 가래침을 뱉은 육개장쯤은 되어야 할 것이니, 괴롭히는 목적은 아님을 알 수 있으나.

혀를 빼곰 내밀고, 마른 입술을 적셨다.

이 마카롱의 산은 너무 과했다.

마카롱 자체는 친숙하지 않았지만, 말은 많이 들어봤다.
소설 속 주인공이 20등분해서 먹을 정도로 귀한 간식.

엄청 달고, 엄청 비싼사치품!

내가 감히 이런 것을 먹어도 되는 걸까?
아니, 그 이전에, 다 먹을 수는 있을까?

손가락을 세워, 마카롱을 살짝 꾹- 찔러보았다.

딱딱했다.

“으응...”

일단,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마카롱을 먹기를 간절히 원하는  같았다.

...

아닌가?

“마카롱 드실...”
분?

“리에라님 드세요!”

말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발작하는 시청자들의 말에지레 겁먹고 마카롱을 한입에 우겨넣었다.

씹기도 버거웠지만, 먹지 않으면 무언가 큰일 날 분위기에 어거지로 턱을 움직였고.

마카롱은 생각보다 조금 더, 쉽게 으스러졌다.

“다아...!”
달아!

지겹도록 먹은 설탕물과는 비교도  수 없을 정도로 농축된 단맛이었다.
단맛만 났는가, 라고 한다면 오로지 단맛만 난 것은 아니었지만.

단맛이 중심이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으아에아에...!”

혀를  내밀었다.
이상한 괴성을 내질렀다.

맛은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너무 강렬했다.

처음 느껴보는, 엄청나게 강한 맛에, 낯설었다.

혀를 내밀고는 주변을 황급히 둘러보자, 처음 이 사태를 만든, 덩치 큰 남성이 딱딱하게 웃으며 나에게 커피를 건네줬다.

아메리카노의 쌉싸름한 맛이 혀를 감쌌다.

맛 표현은 잘 못하지만, 뒷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혀를 ‘아팠지?‘ 라며 쓰다듬어 주는...

“이게 무슨 표현이야...”

맛 표현에 정말 소질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는, 힐끔,마카롱을 두렵게 쳐다보았다.

엄청난 괴물이었다.

다만, 맛이 엄청난 만큼, 가격도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애써 무시하고 있던, 가격표를 바라봤다.

“...한 개에 3천원...?”

몸이 일순간, 멈췄다.
그리곤, 의자에서 일어나, 마카롱으로부터, 세발자국 떨어졌다.

아까 먹은 죽과, 한끼 식사와 값이 비슷한 간식이라니.

그리고 그런 간식이 수십 개가 쌓여있다니.

두렵다!

아니, 너무 무리 하시는 것 아닐까?
살짝 떨리는 손으로 마카롱을 가리키며, 덩치 큰 남성을 쳐다봤다.

“제, 제가 계산할게요...”

23명 어치, 계산을 한다면 적어도 10만원 이상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시청자와, 스트리머가 한 자리에 있는데, 시청자가 계산한다?

한 두푼이었다면 나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젠 호의를 받는 것도 조금, 익숙해졌으니까.

하지만, 그게 만원단위를 넘어서면,  때부터는 문제였다.

말할 타이밍을 놓쳤지만, 이제는 말을 해야 했다.

“제, 제가 계산할게요!”

서예님이 내주신 병원비도, 이번에 은혜를 받은 다른 스트리머들에게도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 액수가 아니지 않은가!

손가락을 피고, 접고를 반복하며 계산을 할수록 올라가는 금액에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오랜만에 설탕물을 먹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때였다.
덩치 큰, 남성분이 짧게 말을 내뱉은 것은.

“계산, 내가.”

“히이익...”

짧은 말이었지만, 거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한 시선에 얌전히 의자에 앉을  밖에 없었다.

다만, 무언가 마카롱과 나와의 관계는 조금 멀어진 듯한.

멋모르고 먹었을 때는 그저 맛있었지만, 지금은 내 눈앞에 그저 식용 황금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리 식용이라고 한들, 금은 먹는 것이 아니었다.

“으...”

손가락 끝으로 마카롱이 담긴 그릇을 살짝- 밀었다.

스륵- 소리와 함께, 밀려난 그릇에, 순식간에 20명분의 시선이 한 대 몰렸고.

못볼 것을 봤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려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겁먹어 다시금, 마카롱이 담긴 그릇을 끌어 당겼다.

그제서야 인상을 푸는 사람들.

나에게, 마카롱을 먹이는 것만이 일생일대의 목표라는 되는 듯한 행동.

“아...네...지금 갑니다...”

덩치큰 남성이 전화를 받고는, 밖으로 나섰다.
설마 계산을 안 하고 나가는 건가 싶어 살짝 기대했지만, 나갈 때,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

현금으로  십 만원을 깡으로 계산한다고?

잠시,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지나갔지만, 덩치 남성은 그렇게 모습을 감췄다.
나가기 전 ‘천천히 즐기다 돌아 가십쇼’라며 나름 정상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머지...”

무언가 폭풍이 몰아치고  듯했다.

내 말에 이 카페로 나를 인도한 남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섰다.

“조, 조금 놀라셨죠?”

“엑...?”

“저희그, 이미 한번 만난 적 있어요.”

이러면 기억 나실 려나?
남성은, 허리를 숙여 냅킨에, 글을 슥슥- 써나갔다.

시럽단

“아...?!”

서예님이 나에게 말려줬던 비밀 톡방 사람들.

그런데 그 방은 분명 폭파한다고...

"아.. 그건, 사실 사람들 끼리 정들어서..."

폭파 안했구나...

아니, 일단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은가.

어떻게 여기를 찾아 오게 된건지 묻자, 남성이 턱을긁적였다.

“리에라님 아프다해서, 서예님께 조금, 때를 썼거든요....”

...

서예님이 내 위치를 알려줬다?

그러고 보니, 내가 눈을 떴을 때, 서예님이 말을 해 준 것도 같았다.

운이 나쁘다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들이 알아 볼 수 도 있을 거라고.

그 말이 설마...?

“서예님이 대략적인 장소만 알려주고, 나머진 알아서 찾아보라 해서 길거리를 해매고 있었는데...”

마침 나를 발견했다고?

“허어...”

“본래는 그냥, 응원 인사만 건네고 갈까 했는데, 신입이 조금 막나갔네요, 죄송합니다.”

“신입...?”

설마 그 커플을 말하는 걸까?

“아니요, 그분들은 저희랑 모르는 사이에요, 정말로 우연!”

“그렇다면...?”

“아까 나가신 분이요...”

하하. 어색하게 웃어 보인 남성은,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남성의 정체를 나에게 말해줬다.

“그, 본인 말로는 리에라님 보디가드라고 하던데...?”

“...?”

내 보디가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빌라 입구에 서성거리던 분  중...

방금 남성이 ‘신입’이라고 말한 분과덩치가 비슷한 분이 있었던 것 같다.

고생한다고 음료수도 하나씩 나눠드렸는데...

얼굴 절반이상을 덮는 마스크와, 썬글라스 때문에 못 알아 봤다.

“...허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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