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방송 여섯 달째(21)
“치, 친목 밴!”
“네...?”
아, 아니, 이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일단은 이렇게 모인 이유를 찾자면 나를 걱정해서 아닌가.
그런 사람들에게 대뜸 친목 밴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물론, 주의를 주긴 해야겠지만, 그게 당장 지금일 필요는 없었다.
이미 말해버렸으니 글렀지만 말이다.
“아,아하하...! 그, 그럼요! 친목은 안 되죠!”
“아...그으...죄송합니다...”
걱정해준 사람에게 이무슨 말이었을까.
내가 생각해도 뺨 한 대 강하게 맞을 일 아닌가.
“그, 그게 아니고...!”
나는 마카롱이 쌓인 접지를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다, 다 같이 먹어요! 혼자서 못 먹어...!”
이걸 혼자서 다 먹는다면, 아마 당뇨로 죽지 않을까?
그, 있지 않은가, 칼로리 대 폭발하는 음식영상에 보면, 항상 댓글에 있는 ‘혈관: 살려줘’ 하는 댓글들.
나는 지금 혈관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리에라가 살려 달라 간절히 외치고 있었다.
사상최초 마카롱에 목숨을 위협받는 스트리머.
내 말에, 쭈뼛거리며, 앞으로 다가와 마카롱을 하나씩 집어가는 시청자들.
줄을 지키고, 질서정렬하게 하나씩 가져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에라님!”
“아...네...?”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어... 지금은 괜찮아요!”
조금 기력이 없을 뿐, 몸 자체에 이상은 없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마카롱의 강렬한 맛이 계속 혀에 감돌았다.
무언가, 과장을 하자면 이틀 내내 아무것도 안 먹어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다들 하나씩 가져가고도 열 개가 넘게 남아있는마카롱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리에라님은 팬미팅 하실 생각있으신가요?”
여성시청자의 말에 주변이 살짝 웅성거렸다.
“어...?”
내가 팬미팅을 할 자격이 되나?
애초에 십만 유튜버도 잘 안하는 것이 팬미팅이었다.
그런데, 10만도 아닌, 8만이, 팬미팅을?
당연히 팬미팅에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상하지 않을까?
복합적인 문제였다.
사건 사고가 터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 사건사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게셨고.
그에 힘입어 일순간 폭증한 일순간의 관심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팬미팅을 한다면, 사건사고로 관심 끌어오고.
팬미팅을 여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 확실한 것은 지금 단정지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어... 구독자 10만 넘어가면 그때 생각해볼게요...?”
그렇다고 아예 안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팬미팅이라는 말은 설레였다.
그렇지 않은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나를 보기 위해 보인다니.
단 한사람만 와도 나는 그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팬미팅에 올 사람이라면, 내가 죽어도 나를 기억해줄 사람들 아닌가.
방송목적을 달성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울어 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후에 어쩌면 나를 그리워 해 줄 수 있는 사람들.
“헤헤...”
바보같이 헤실거리자, 모두가 나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온다.
그것이 느껴졌다.
“...어?”
생각해보니 이것도 팬미팅 이잖아?
정상적인 팬미팅은 아니지만,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 아닌가.
“하아-...”
무언가, 짜릿한, 쾌감.
조금 변태같으려나?
무언가, 간지러워 다리를 비비었다.
“그으... 여러분...?”
“네?”
내 말에 반응하여, 동시에 20명이 대답해왔다.
그, 말이, 그 행동이, 나에게 쏠린 시선이, 호흡이 가빠지도록 좋았다.
“그으으.... 조, 좋아해요...”
이분들뿐만 아니었다.
모든 시청자들이 좋았다.
시청자를 넘어 나에게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이 좋았다.
“저희도 리에라님 좋아해요!”
큰 소리로 카페가 울리도록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분명, 새빨갛게 달아 올랐을 것이다.
“근데, 친목은 밴이에요...”
“하하...”
내 말에 식은땀을 훔치는 남성이,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톡방을 폭파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하긴,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다.
서로 정이 들었을테지.
어깨를 으쓱였다.
채팅창에서 누구누구님 안녕하세요, 누구누구님 밥은 드셨나요 같은 행위만 안한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말을 나눴고, 교감을 했다.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
어쩌면 나에게 이분들은 조금 특별할 수도있었다.
시청자에 급을 나눈다는 말은 절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원칙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를 직접적으로 도와줬던 첫 번째 시청자들이자, 첫 팬들.
양손으로 볼을 비비고는 밝게 웃으며 헤어졌다.
마지막에 가선 내가 편해진 것인지, 내 머리카락을 연신 헝크러트리는 시청자분들.
나는 모두가 떠난 자리에 가만히, 서서 머리카락을 정돈하고는 ‘히히’ 웃었다.
“...음...”
그리곤 잠시, 표정을 관리하고 비장하게 중얼거렸다.
떠나지전, 시청자가 나에게 건네줬던 말을 떠올렸다.
“팬네임이라...”
시럽단, 볼살말랑단, 수돗물단....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확실히, 팬네임을 슬슬 정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아니, 늦은 편이었다.
보통 몇 천의 구독자, 늦어도 몇 만 구독자가 있다면 팬네임을 정하니까.
“으응...”
길거리를 걸으면서, 연신 갸웃거렸다.
그런 내 행동이 이상했던 건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엄청난 결단을 앞둔 만큼, 그런 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
스트리머가 닉네임을 바꾸는 경우는 봤어도, 팬네임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아니,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팬네임이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으으응...”
나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 그리고 시청자들이 자칭할 때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이름.
“앗...!”
잠시, 둔 턱에다리가 걸려 휘청거렸다.
겨우, 균형을 잡아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잠시 아찔했다.
내가 아무리 몸의 내구성이 교육으로 단련되어있다 한들, 벽돌과 박치기를 해서 이길 자신은 없었다.
“일단, 집에 가서..."
고민해보자...
...
아니, 그냥 투표로 정할까?
고양이 이름처럼 말이다.
애초에, 고양이 이름 때 는 내가 설정을 실수해서, 대참사가 벌어졌지만, 그거야 설정을 잘 하면 될 일 아닌가.
“응...”
하긴, 시청자의 이름을 정하는 건데, 나 혼자 단독으로 정하기보단 시청자들이 스스로 짓는게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이름을 정하는 것인 만큼, 시청자분들도 장난치진 않으시겠지.
볼살말랑, 시럽, 수돗물단은 영영 이별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겠지...?”
내가 생각하고도 잠시 몸을 떨었다.
내 시청자들이었지만,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다.
대체로 나를 아껴주시고,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하지만,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표현한 것은, 다른 스트리머 들의 시청자와 비교했을 때였다.
공격성이 짙지 않았다, 그렇다고 악질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아니, 많긴 했지만, 이제와선 거의 사라졌다.
무엇보다, 다른 방송의 시청자분들보다,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허어어...”
분명 좋은 시청자들이었지만.
가끔 짓궂은 행동을 할 때가 있어 예측이 가지 않았다.
평소에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짓궂은 행동을 했다면, 내가 면역이 생겨 예측이라도 했을 텐데.
평소엔 아껴주시기만 하다가 가끔 그러니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에, 에이 설마?”
본인들의 이름인데, 설마 장난을 치실까?
“그럴리 없지... 응...!”
애써 웃어보였지만, 그 불안감은 사리지지 않았고, 그날 방송.
팬네임은 리에라여신단으로 정해졌고 그날,나는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도게자를 했다.
"하, 한번만 저에게 다시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