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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방송 일곱 달째(2) (109/143)



〈 109화 〉방송 일곱 달째(2)

일단은 유튜브 자체가 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음으로,서예님에게 물어봤지만, 오히려 좋다며 단숨에 허락하셨다.

솔직히, 마음속 깊숙이 아주 조그맣게, 거절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지도 몰랐다.

“에휴...”

미리 받아본 그림 때문에, 한숨을 푹-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배 박수는 예전 영상이었음으로 이번에 새로 올라갈영상에 맞게 새로 그려진 그림.

역시나, 내용만 보면 별 것 아니었다.
그림체가 문제였다.

“헤으으...”

받아든 그림에,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일반적으론 이런  먹힌다는 사실은 알고 있긴 했지만.
내 이미지는 이런 것이 아니지 않나?

내 이미지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막말로 내가 트월킹을 춘다고 하면 욕설이 날아온다.
그 정도로 나는 야시시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잘모르겠다아...”

책상위에 엎드려 웅얼거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봤다.

슬슬 영상이 올라올 시간이었고, 나는 불안함에 두근거리면서 영상을 기다렸다.

“아...!”

새로고침을 하자 올라온 영상!
썸네일이...

잠시,입을 다물었다.

본래 예빈이  캐릭터에 바니걸을 입히려는 것을 내가 강력히 반대해서 만들어진.
검은색 원피스에 토끼 귀를 차고는 눈물을 글썽 거린 채로몸을 베베 꼬는 모습.

“이런 적 없어...!”

이런 옷도 입은 적 없었다!
토끼 귀는 차긴 했지만, 운적도 없었다!

이것은 날조였다.
그리고, 그런 내 캐릭터에게 돈을 건네는  왜 그렸단 말인가...

“하아...”

후원을 그린거야, 후원이야 후원! 이라며 웃어보인 예빈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무언가 사심이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악의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손가락으로 모니터에 나타난 내 그림을 눌러보았다.
당연히 촉감이 있을 리 만무했고, 살짝 따듯한, 모니터의 열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잘 그리긴 진짜 잘 그렸네...”

나 같지 않았다.
엄청 귀엽지 않은가.

나와 굳이 닮은 점을 찾자면, 흑발이라는 것 뿐이지 않은가.

“뭐, 그보단...”

사람들 반응을 볼 시간이었다.
영상이 올라가고, 6분정도가 흘렀다.

슬슬 시청자들이 댓글을 하나, 둘씩 쓴 타이밍아닌가.

썸네일에 대한 반응이 어떨까.
설마, 썸네일 사기라고 욕하시고 계시는 건 아니겠지?

눈을 감고는, 한쪽눈만 실눈을 떠서 댓글창을 바라봤다.

댓글 11개.

“어...?”

댓글이 많았다.

10분도 안됐는데, 10개 이상?

“와아... 이게 썸네일...?”

좋은 내용인지, 나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은 빠르고, 꽤나 격하게 찾아왔다.

영상내용 때문에- 라고 하기엔 오늘 영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댓글보기를 누르자, 새로 고침이 된 것인지 13개로 늘어났다.

-썸네일러 구했나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꼴림ㄹㅇ
-썸네일 사기긴 한데 나쁘지가 않아...
-이 그림체 익숙한데
-네x버 페x 지@금# 즉시 ★2만!원★ 지%급!
-ㅗㅜㅑ

“반응 좋네...”

예측대로 영상내용에 대한 댓글은 하나도 없고, 썸네일에 관한 내용뿐이었다.
일단, 익숙하게 광고를 한 분의 계정을 차단하고는 새로고침을 하자 댓글 19개가 되었다.

“응...?”

19개라고?

잠시, 내눈을 비비고는 다시 새로고침을 눌러보았다.

댓글은 20개가 되었고, 조회수는 배로 불어났다.

“워, 원래 이렇게 반응이 빠른가...?”

조회수는 몰라도, 댓글은 고작 15분 만에 2시간치 댓글이 달렸다.
어쩌면, 3시간치일 수도 있었다.

매번 댓글이 똑같이 달리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썸네일의 위력이 이정도라니.

썸네일이 생긴 만큼, 오르긴 하겠지만, 그 정도가 이렇게 심하게 차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올린 지 30분도 안 되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를지 모르겠지만.

감히 예측하건데, 평소보다 조회수가 1.5배는 불어날  같았다.

평소 조회 수가 2~3만대니까, 어쩌면 이번  5만 이상 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일단 예빈이에게 고맙다고 전화해야겠지...?”

영상자체도서예님이 재밌게 편집해주셨지만, 지금의 공로는 예빈이가 더욱 컸다.

징- 울리는 휴대폰.

톡을 보니 예빈이가 ‘반응 어떰?‘ 이라는 귀여운 채팅을 보내왔다.
담담하고, 거친 척 하지만, 속으론 많이 불안했었던 모양.

나는 헤실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반응 별로라고 거짓말을 쳐볼까 싶었지만.
굳이 속이고 싶진 않았고, 애초에 이건 유튜브에 영상만 보면 바로 들통난 거짓말이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채팅을 보내었다.

-반응 엄청 좋아! 사랑해!

-웩

“웩이라니...!”

사랑한다 했는데 어째서 답변이 ‘웩’이란 말인가!

“으으...”

-어쨌든 내가 먹힌다고했잖아?

“푸흡...”

알고 있었다는 듯 저렇게 당당하게 채팅을 보낸 예빈이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불안해서 영상도 확인 안하고 나한테 물어봤을 것이라 예측했으나, 나는 이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란  알았다.

-예빈이 귀여워

-씨발년아

거친 욕설이 날아왔으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자기 속내를 들킨, 어린이 같은 반응 같지 않은가.

고작 일주일, 하지만, 고작이라고 하기 에는 우린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어쩄든 반응은 진짜 좋아!

1은 사라졌지만, 답변이 안 온다.
혹시 반응 좋다는 말에 영상댓글 확인하러간걸까?

의자위에서, 바닥에 닿지 않은 다리를 붕붕- 휘저으며 답변을 기다렸고, 정확히 6분이 지났을 때.

예빈이 꽤나 귀여운 채팅을 보내왔다.

-나 개쩌는거 같아

웃음을 억지로 참아가며 나는 그에 대한 답장을적어줫다.

-응 예빈이 개쩔어!

-니가 말하니까 놀리는 거 같다?

“에이 설마...!”

나는 예빈이를 정말 대단하게 생각하는걸!

들리지 않을 말을 속삭이며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나는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예빈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리가 망가졌음에도,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작지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시청자들이 남긴 댓글은 나보단 예빈을 향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 댓글들이 오히려 좋았다.

이번 영상의 주인공은 예빈이었다.

그림이 야시시하다는 것이, 조금 어색했지만 뭐 어떤가!
친구가 어떤 그림을 그린다 한들, 그건 내 친구였다.

친구는 그런 것이라 배웠다.

하물며, 친구가 어떠한 것을 한다고, 혹은 어떠한 것을  한다고, 그때부터 친구가 아니게 된다면.

그건 친구가 아니지 않을까.

양손으로 뺨을 비비벼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첫 번째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인, 예빈이가 소소하게나마 인정받는 것이 기뻤다.

-대기업에서 스카웃해 가는 거 아냐?

내는 농담삼아 그런 채팅을 보내봤고.

-대기업에 스카웃되면 이 언니가 까까 사준다ㅋㅋㅋㅋ

예빈이 역시 농담으로 대꾸해왔다.

“헤헤...”

뭔가, 요즘 일어난 일중에서, 평범하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았다.

즐거운 일이었다.
친구가 잘되는 것은 말이다.

다만, 친구가 인정받았으니, 나또한 인정받아야겠지.

나또한 더 열심히 해서, 더욱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미소를 지으며 옆에 놓아둔 컵을 집어 들어 물을  모금 마셨다.

매스꺼운, 따끔거리는 것이, 물로 한번 씻겨 내려가자,숨쉬기가 살짝 편해졌다.

“후우...”

목 컨디션이 좋아져야 방송을  오래 할 수 있을 텐데.

쯧- 작게 혀를 차고는 목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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