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방송 일곱 달째(3)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목도 조금은 편해진 것 같고, 이젠 배도 안 아파서 슬슬 방송의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빈이의 그림에 자극받은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였다.
요즘 방송시간이 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4시간이면 방송인 중에선 굉장히 짧은 편에 속한다.
네모미님이 5시간, 아람님과 가람님이 6시간.
드래곤님은 무려 11시간이 평균적인 방송시간이었다.
오휘님은 컨텐츠 특성상 3시간이었지만, 우리완 조금 다른 결을 걷고 있으신 분이니 별개였다.
“으...”
최근,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을 해두었기에, 시청자들은 불평불만 없이 납득했지만.
내가 봐도 꾸준한 우하향 그래프였다.
시청자 한명도 없이 12시간씩 방송하던 리에라는 어디에 있는걸까.
느슨해진 것 일수도 있었다.
시청자도 많고, 돈도 많지는 않지만, 굶지 않을 정도로 벌었다.
심지언 맞을 일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간절함이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꾸준히 시청자들을 사랑하고, 이로서 알게 된 관계에 행복하지만.
방송 자체에 대한 간절함은 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고.
이내 입술을 씹었다.
1년도 안 되서 이렇게 해이해지다니.
스스로를 자책하며 꿍얼거리고는 이내 눈에 힘을 주었다.
애초에 아프다는 핑계 따위로 쉬면 안 되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근 내 상황을 직시 할 수 있게 된 지금.
똑같은 실수를 하진 않으리라.
“오늘부터 6시간씩...!”
6시간씩 한다고 해도 예전의 절반밖에 안되는 방송시간이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늘려나가서, 예전과 같은 방송시간을 만들 것이다.
“안아프다아...안아프다...”
배를 살살 문질렀다.
실제로도 아프진 않았지만, 이러다가도 예전처럼 뜬금없이 푹- 찔리는 통증이 가끔 느껴질 때가 있었기에 달래주는 것이었다.
“후우...”
밝게 미소를 지어보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살짝 움켜잡고는, 캠을 조정했다.
오늘부턴, 조명을 사용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방에 달려있는 등을 썼지만, 예빈이의 강력한 권유로 어쩌면, 강매하게 된 조명물품들.
그러고보면, 혜진도 조명을 썼었지.
그래서인지, 본래의 본판보다 예뻐 보였다.
아무리 싫다 해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했다.
다만, 혜진은 본판이 예뻤지만, 나같은 경우는...
“난 본판도 못나지 않았나...?”
사실, 못난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 여캠과 비교해서 확실히 급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긴 했다.
시청자들은 귀엽다 귀엽다 노래를 불렀지만, 그거야 시청자들의 눈에 콩깎지가 씌인거고...
“으음...?”
일단, 해보면 알게 되겠지.
조명을 키자, 피부가 밝아보인다.
고작, 환해지는 것만으로 사람이 달라보인다.
“와아...”
이정도면 사기아닌가?
내가 이렇다고?
“시청자들도 좋아하시겠지...?”
본판은 변함이 없지만, 조명으로 예전보다 나아진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방송시작버튼을 꾹- 누르자 순식간에 몰려든 시청자들.
100명은 금새 돌파했다.
“리하!”
-ㄹㅎㄹㅎ
-리하!
-일찍키셨네
“아, 오늘부턴 다시 방송시간 늘려보려고요...”
헤헤- 바보같이 웃으며 볼을 긁적여 보았다.
컨디션이니 뭐니, 이제부턴 변명하지 않겠다!
하면 된다!
“어쨌든 오늘은 조명 해봤는데 어, 어때요...?”
-이뻐ㅇㅇ
-사람이 밝아진거 같음
-커여움 원툴 강화
-3배쯤 귀여워짐
-ㄹㅇㅋㅋ
“허어어...”
내가 들을 말일까 저게.
물론, 부끄럽지만 칭찬을 기대하긴 했다.
내가 봐도 사람이 달라 보일 정도니까, 하지만 칭찬이 과하지 않은가.
부끄러워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그리곤 손가락을 살짝 벌려 채팅창을 바라보자 ‘ㅋㅋㅋㅋ’를 쓰며 즐거워 하는 시청자분들.
“에휴...”
-근데 이정도로 귀엽다는 소리 들으면 적응할 때도 됐다ㅋㅋㅋㅋㅋ
-ㄹㅇ 방송 내내 올라오는 게 귀엽다는 소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귀엽다고 말하는 말랑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리에라가 문제인거지ㅇㅇ
“...그으... 진짜 안귀엽거든요?”
지금부터 귀엽다고 하는 사람들 닉네임 기억해둘거에요.
-포상뭔데
-귀엽다고 말하면 리에라가 기억해줌ㄷㄷㄷㄷ
-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
-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
“악! 하지마요 진짜!”
읽기도 힘들 정도로 확 올라가버리는 채팅창에 절로 질린다는 표정이 지어진다.
이 수단까진 꺼낼 생각이 없었는데...!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돌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트, 트월킹 춘다!”
-멈춰!!!!!!!!!!!!!!!!!!!!
-귀엽다는 새끼들 싹다 밴해!!!!!
-미안해 우리가 미안해!!!!!
-하지마!!!
“...이거 할 때마다 자괴감 들어요...”
-그러면서 왜함ㅋㅋㅋㅋㅋㅋㅋㅋ
“씁!”
-죄송합니다...
이번 달 들어서 생긴 희소식 중 하나였다.
나도 시청자들을 다룰 수있게 된 것이다.
비록, 조금 이상한 방법이긴 했지만 말이다.
“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양손으로 볼을 아프지 않게 짝-! 소리 나게 때렸다.
흘깃, 시청자 숫자를 보니 500명이 돌파했다.
내 평균 시청자 수는 700명가량.
이 이상 시청자가 늘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다.
감회가 새로웠다.
0명에서 30명.
30명에서 250명.
250명에서 700명.
무언가, 성장이 빨랐다.
생각해보면 난 방송한지 고작 일곱 달째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성장속도라니.
이런 성장속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흔한 것도 아니었다.
“여러분, 사랑해요!”
-우리도 리에라 사랑해!
-우리?
-넌 리에라 싫어함?
-좋아해
-그럼 우리야
-응
“뭐죠...”
두 사람이 쓴 것 같았지만, 저 채팅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이걸 단합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광기라고 해야 할까,
뭐가됐던 이상한 상황임은 틀림없으리라.
가만히 시청자들끼리 노는 것 또한, 꽤나 재밌는 것이었지만. 이 방송은 내 방송이었고.
하여, 내가 리드하는 방송이어야 했다.
나는 내가 구상해놨던 컨텐츠를 하나 꺼내들었다.
“오늘 컨텐츠으으으!”
채팅창의 눈치를 살짝 보고는, 크게 외쳤다.
“릴레이 소설이에요!”
-?????
-릴레이소설?
-뭘 어떻게 하자고?
-그게 뭔데
“시청자 참여형으로 한문장씩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방송을 망가트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대로 어그러질 컨텐츠였지만, 나는 내 시청자들을 믿었다.
...
사실 시청자들도 믿지만, 그보다 더 믿는 것이 있었다.
어째서인지, 저번 사건 이후, 내 이미지는 굉장히 불쌍한 것으로 자리를 잡았고.
때문에, 내 방송에 분탕은 굉장히 드물어졌다.
“제 개인 페이지 있죠? 거기다 비밀 글 써주시면 되요!”
그러면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도입부로 사용할 것이다.
-야설 됨?
나는 잠시, 입을 꾹 닫고는, 흘겨보았다.
-리에라 야설on
나는 그분을 차분히 밴 했다.
당당한 성희롱꾼이 사라지고 나서, 나는 심호흡 하고, 크게 외쳤다.
"지금부터 릴레이 소설 시작!"
...
했었다.
"우우..."
눈물을 글썽이며 억지로 글들을 읽어나갔다.
내가 놓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내 시청자들이 생각보다 더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