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3화 〉외전 - 시작 (113/143)



〈 113화 〉외전 - 시작

병원에서, 들은 말은.

요즘 어때요?
손목보여주세요.
약늘릴게요.

딱 3번의 말.

상담은 4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40초중, 20초가량이 처방전을 쓰는 시간이었다.

의사도 아는 것이리라.

내가 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면, 내가 그저 싫은 것일 수도...

......그럴리는 없으려나.

그냥, 관심이 없는 것일 확률이 가장 높으리라.

손목을 가리기 위해, 긴팔 셔츠를 입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손목이 쓸려서 따가웠다.

...

한숨을 쉬었다.
역겨운, 것을 내뱉는거 같아서, 속이 조금은 개운해졌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속이 답답해졌다.

나는 그려지지 않는 미래를 억지로 스케치 해보았다.

...

그려지지 않았다.
스케치는 해보았으나, 내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저, 스케치를 하려든 상상 속 펜은, 허공을 맴돌았다.

그래, 어차피, 1000만원이라는 돈이 다 떨어지면, 나는 죽을 것이다.

미래를 그려봤자 뭐하겠는가.

약국 앞에 섰다.
기다란 대기줄이 있었다.

월요일이라서 그럴까, 사람이 많았다.

나는, 조심스레,뒤편에 자리 잡았고, 무언가,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  목소리을 따라 시선을움직여보았다.

그리고, 시선 끝에서 어려보이는 아이가, 폰으로 무언가를 유심히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나에게도 호기심이 남아있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나는,  아이 뒤에 섰고, 아이가 보고 있던 것을 훔쳐보았다.

누군가가, 게임을 하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다.

말을 하는 것이, 방정맞았지만, 재밌었다.

나조차, 조금 홀릴 정도로.

“그 사람... 누구니...?”

나도 모르게 질문을 내뱉었고, 아이는 흠칫 놀라면서도 뒤를 돌아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드래곤이에요! 재밌어요!”

“드래곤...?”

“스트리머에요 아, 인터넷방송하는 사람이요!”

인터넷방송...

나도 알고는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애들끼리 자기가 인터넷 방송하니 좀 봐달라는 둥.

누구누구가 재밌었다는 둥, 그런 이야기를 했으니까.

아이가 보는 사람도 그런 사람인가보다.

흥미가 사라졌다.

재밌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같이 보실래요...?”

“응...?”

나에게 다가온 아이의 조심스러운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아이는 나에게 폰을 내밀을 뿐이었다.

“응...”

여기서 거부를 하면 아이가 시무룩할 것이 눈엣 선했기에, 나는 쭈뼛거리며 아이옆에 앉았다.

아이는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드래곤이라는 사람이 어떻고, 게임이 어떻고, 실력이 어떻고.

나는 그저, ‘응’만 반복해서 내뱉을 뿐이었지만, 이야기를 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신이 나보였다.

“누나도 인방해봐요! 이쁜데!”

“으응...?”

무언가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이쁘다고? 내가?

“너 혹시 눈이 아파?”

그럴 수도 있겠다.
여기 병원 앞 약국 아닌가.

대부분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병원의 환자였다.

어린나이에 안쓰러웠다.
이제 11살? 12살쯤 됐을까?

벌써부터 눈이 나빠서야...

“나 안이뻐...”

“에이,기만은...!”

이상한 꼬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온다니.
그것도 나처럼 더러운 사람에게?

나는   없다는 듯, 아이를 쳐다보았고.

아이는, 헤실 거리며 웃어보였다.

 바보같은 웃음에, 나 또한 웃을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지킬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도 없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래, 한 번 해보지 뭐...”

“그럼 누나 첫 시청자는 나인가?”

“...그렇겠지?”

친근하게 내 옆으로 바짝 붙은 아이는 이내 헤실 웃다가 순번이 되어 약을 받았다.

 봐도 엄청난 양의 약이었다.

“많이 먹네...?”

“뭐, 그렇죠? 그런데 누나.”

“응...?”

“사실 드래곤있잖아요?”

“응...”

아이가 재밌게 보던 인터넷 방송인 아닌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아이는 대단한 비밀이라도 말하는듯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희 형이에요...!”

“응.”

내 무덤덤한 반응이 별로 였던걸까.
아이는 김빠진 다는 듯 툴툴거렸다.

“뭐야 안 놀라네요...?”

오늘 처음 안 사람인데, 놀랄게 뭐가 있을까.

다만, 아이가 호들갑 떠니까, 그저 나와는 다른 대단한 사람이구나-  뿐이었다.

“으으... 좀 놀라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미, 미안...”

내가 무언가 아이를 실망시킨 모양이었다.

“아니, 미안해 할건 아니죠!”

“그런데, 그, 드...래곤이라는 분이 그렇게 유명해?”

내 말에 아이는 배를 빼꼼 내밀고는 허리에 양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엣-헴! 귀여운 소리를 내었다.

자랑하고 싶구나.

괜히 귀여워서 웃어보이자, 아이 또한 맑게 웃으며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평균시청자 수가 2000명이나되고 유튜브 구독자 수도 40만이나 된다면서.

“대단하네...”

“그쵸! 대단하죠?!”

“응... 그정도면 죽어도 찾는 사람 많을꺼같아.”

“아...”

아, 내가 방금 무슨 말을한거지?
아이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스스로를자책하며, 고개를 푹 숙이자, 아이는 애써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몇백명은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나?”

“아마도요...?”

눈길이 부담스러워인지, 아이는 시선을 살며시 피했다.

“어쨋든, 누나도 인터넷 방송하면 알려줘요!”

첫 구독자는 나일테니까!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약국 밖으로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

어떻게 연락하라는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내 차례가 되어 몸을 일으킬  밖에 없었다.

인터넷 방송...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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