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방송 일곱 달째(5) (114/143)



〈 114화 〉방송 일곱 달째(5)

릴레이 소설은 별다른 성과 없이 그렇게 끝났다.

애초에, 수백명이서 하는 릴레이 소설에 정상적인 것을 바래서는 안되는 것이었을까?

스스로의 멍청함을 깨닫고는,울상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컨텐츠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쩌면, 나만의 컨텐츠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으으...”

시청자들은 내가 뭐만 하려라면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오기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나도 그럴듯한 컨텐츠로, 남들과는 다른 내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조급했다.
하여,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릴레이 소설이라는 컨텐츠를 꺼내들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방송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다.
잡담으로 5시간 53분 방송.

방송자체는 성공적이었다.

릴레이소설을 실패했다 한들, 시청자들은 오히려 기세가 등등해졌음으로, 채팅창에 활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방송을 종료하기 전에 시청자 수는 932명,

나쁘지 않은 스코어였다.
아니, 오히려 준수했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삐죽내밀고는, 불만을 표시했다.

진짜, 방송 7개월차 스트리머가 자기 컨텐츠가 없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다시 배틀 스타디움을 해볼까 싶었지만.

시청자들이 싫어했다.
말이 사라지고, 재미가 없다고.

그렇게 까지 말하는데, 배틀 스타디움을  없지 않은가.

“우으으으...”

나는 주인님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옹알이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주인님이 까슬까슬한 혀로 내 손바닥을 핥아줬기에, 조금은 기분이 풀렸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어볼까...?”

나에게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있냐 물어본다면, 부끄럽지만 인맥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대형 스트리머가 주변에 많지 않은가.

그리고, 그분들은나와 친했고, 어쩌면 지금 내 상황에 조언을 해줄 수도 있겠지.

민폐라고 생각했기에, 지금까지는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이러고 있다간 정말로 1년째가 되더라도 내 개인 컨텐츠가 없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같잖은 자존감 따위는 접고, 고개를 숙여야 할 때 였다.

아니, 어차피 나에게 자존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폐를 끼치는 것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앞섰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조심스레, 방송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톡을 남겼다.

-방송관련해서 혹시 도와주실수 있을까요...? 물론!귀찮으시다면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응? 말만해!

일단은 네모미님에게 보내자, 10초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10초도 필요 없었다, 대략적으로 6초?

설마 내가 톡을 보내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 텐데 이 속도는 뭘까.

살짝 무서워 지려했지만, 이내 좋은 것이 좋은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 사정을 설명했고, 네모미님은 그런 나에게 전화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걸었다.

나는 얌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개인 컨텐츠가 가지고 싶다는거지?”

“네에...”

벌을 받는 것처럼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 개인 컨텐츠가 그렇게 필수인건 아닌데, 굳이 찾겠다면야...”

음- 하는 소리가 전화 넘어로 들려왔다.

고민하는  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고, 네모미님은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코스프레 방송은 어때? 리에라 귀여우니까 잘어울리는 캐릭터를 많을꺼 같은데? 그 있잖아? 로리캐릭터라고 하던가? 그런거!”

"으에...?"

리에라는 작으니까 더 어울릴 꺼 같은데... 라는 뒷말은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로리캐릭터 코스프레라는 무슨 괴악한...

반박을 하려했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네모미님은 유독 나를 아꼈다, 그런 분이 나를 놀리려 저런 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지한 제안이란 뜻이겠지.

하지만, 로리캐릭터 코스프레라니.
그냥 코스프레도 아니고, ‘로리’라니.

네모미님의 제안이었지만, 이건 조금 고민해봐야하리라.

“그으... 고민해볼게요...!”

“만약한다고하면 내가 코스프레 옷 몇 개 있으니까 빌려줄게!”

“아...네...!”

그렇게 전화는 끊겼다.

나는 잠시, 어울리지도 않는, 코스프레를 한 나를 떠올리고는 입술을 으득- 깨물었다.

이건 생각보다 좀 더 부끄러웠다.

단순한 상상만으로 이러할 진데,
진짜로 입는다면, 진짜로 죽어버리리라.

반드시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코스프레는 토끼  마법소녀 코스프레면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광고가 나올땐데,...

갑자기, 내 코스프레 모습이 광고로 나간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키보드에 머리를 박았다.

퍽- 키보드의 자판이 무작위로 눌렸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으으...”

일단, 다음은 아람님이었다.
한번 쭉 연락을 돌려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가람님.
그리고 오휘님.

전부 이야기를 나눠봤다.

모두가 친절하게 내 고민을 들어줬고,하나씩 제안을 해줬지만,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생각해준 것들이니, 흘려 들어선  되겠지.

“으으... 벌써... 마지막이네...?”

나는 핸드폰을 들고, 망설였다.
마지막은 드래곤님이었다.

요즘 구독자 수가 130만을 찍었지만, 조회수는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저번에 한숨을 쉬던 것이 떠올랐다.

“드래곤님이라면...?”

볼을 잠시 부풀리고는, 이내 푸우- 바람을 내뱉었다.

기대하지 말자, 드래곤님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었다.

순위를 먹인다는 것 자체가 글러먹은  같지만, 지인들 중 가장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만능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볼을 긁적이며, 톡을 남겼다.
그리고, 1분이 지났고, 2분이 지났고, 6분이 지났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아... 드래곤님...!”

“어, 그래... 뭐, 컨텐츠 가지고 싶다고?”

“어...네...!”

나는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내가 이렇게 때를 쓰곤 있지만, 컨텐츠라는 것의 귀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컨텐츠라고 쉽게 말했지만, 그것은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사실, 이렇게 제안을 해달라는 것 자체가 무례였다.

잘못 받아들인다면 노력은 하기 싫으니, 만들어달라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눈을 질끈 감고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아 적셨다.

하지만, 나는 절실했다.
나중에, 모두에게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겠지.

드래곤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화나신 걸까?

“여, 여보세요...?”

...

답이 없다.
나는 울상을 지으며,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통화는 끊기지 않았다.
역시 화가 나신거겠지.

솔직히 이건 내 잘못이 맞았다.

내가 해야할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으니까.

사실상 진즉에 욕설을 들어먹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드, 드래곤님... 죄, 송해요...”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하지만, 드래곤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우우우...”

눈물이 뚝- 흘렀다.

눈물샘이 너무 약해빠져서, 툭하면 흘러나오는 눈물을 원망하며, 소매로 눈물을 닦자, 통화종료가 되었다.

“그으으...”

어쩌지, 진짜화나셨나보다...

스스로 자책하며 입술을 질겅거리고 있자, 징- 하는 진동소리와 함께 도착한 드래곤님의 채팅.

-뭐야? 왜 말을 안해?

“어...?”

-안들렸어요...?

 말을 안 하냐니?
계속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 내 의아함을 안다는 듯, 드래곤님은 톡으로 반박을 해 왔다.

-아무것도  들렸는데?

“...윽...”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 혼자 이상한 짓 하고 있었던 거구나...

답답하고, 숨을 쉴 수 없도록 가슴을 조여오던 것이, 풀어졌다.

안심했다.

화가 나신건 아니구나.

그나저나 통화가 왜 안되는 걸까.

앞서 다른 분들에게 연락할 때는 잘되지 않았나?

나는 휴대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꿔야 하나...?”

앞으로 2년은 더 쓸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낭비였다.

 바꾼단 말인가.
수리하면 될 것을!

나는 눈물을 훔치며 헤실헤실하게웃어보이고 드래곤님과 채팅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컨텐츠 만들고 싶다는거지?

-네!

내 당당한 말에, 당황한 것인지 40초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드래곤님이 채팅을 보내왔다.

-우리 정기회의 하는데 한번 올래?

-정기회의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기회의라니, 어떤 것을?

-아  우리 정식크루원이 아니었지ㅇㅇ

드래곤님이 설명하길, 격월마다 크루원들끼리 모여서, 새 컨텐츠, 일정, 합방관련해서 직접만나 회의를 하는 날이 정해져 있었고.

바로 이틀 후, 그 정기회의 날이라고 나에게설명을 해줬다.

단순히 스트리머들만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되는 편집자, 썸네일러, 매니저등, 모두가 모여서 그 규모는 최소 30명 이상.

생각보다 규모가컸다.

가게하나를 통째로 빌릴 정도니까 말은 다한 것이리라.

-올래?

드래곤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툭- 내뱉었지만, 나는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듯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이틀 뒤, 정기회의에 참석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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